경찰이 패대기친 한창민, 손톱 깨지고 인대 손상도


폭력 진압 중재 나선 의원을 기동대가 대놓고 폭행
조지호 경찰청장은 끝까지 인정 안 하며 사과 거부

"윤 퇴진" 부경대 학생들도 연행…신공안정국 조성
야권, 경찰청 경비국 예산과 특활비 등 삭감 경고
"평화 집회인데 물리적 충돌 장면 연출하려 진압"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주말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의해 패대기쳐져 땅바닥에 뒹굴고 상의가 너덜너덜하게 찢겼던 사회민주당 대표 한창민 의원이 갈비뼈 골절상까지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과 사회민주당 측은 당시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명확하게 존재함에도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시위 진압 담당자들을 조만간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조 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찰청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삭감하기로 했다.

사회민주당에 따르면 한 의원은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규모 무장 경찰의 폭력 진압 사태가 벌어지자 경찰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재에 나섰다가 경찰 기동대에 의해 폭행당했다. 이로 인해 전신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고 가슴 통증이 발생했다. 휴일을 지나 월요일인 11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더니 왼쪽 4번 갈비뼈가 골절되고 5번 갈비뼈가 멍들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늑골 골절로 출혈의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손목과 손가락도 인대가 손상돼 부목 처치를 받았다.

사회민주당 임명희 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상황에서 어제 조지호 경찰청장은 한창민 의원의 부상이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장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마치 기획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다수 의원의 질타와 사과 요구가 이어졌는데도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뻔뻔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한창민 의원보다 더 많이 다치고 경찰에 연행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많은 노동자가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충격받고 다친 시민들도 많으실 것"이라며 "경찰 105명이 다쳤다고 한다. 무리한 투입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평화의 광장을 원했던 시민들도, 민중의 지팡이여야 했던 경찰들도 다친 것이다. 무도한 권력과 무책임한 지휘부가 우리 모두를 암울한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사회민주당 측이 밝힌 경찰의 폭력 사태 전말은 다음과 같다.

-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 대회 시작 전부터 경찰이 조합원과 시민의 진입로 통제. 한창민 의원은 오후 4시 20분경 행사 참석자로 본무대 앞에 착석. 양경수 위원장 발언 도중 해산 명령이 들려오고, 위원장은 충돌 자제를 요청. 본무대 왼쪽에서 진압 충돌이 벌어져 발언이 중단됨.

-한 의원은 노동자 시민의 안전이 걱정돼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함께 현장 중재를 위해 달려감. 국회의원 신분을 밝히고, 도로 차선 확보를 위해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는 기동대를 향해 안전을 우선으로 자제 요청. 현장 지휘관인 기동대장을 찾아가 대화 요구. 국회의원들이 잠시 진입을 중단하고 협의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할 것 요청. 기동대장이 연락처가 없다는 변명 일관.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테니 그 시간 동안 무리한 진입 없도록 재차 요청. 행안위 소속 윤건영 의원에게 연락해 현장 충돌이 우려되니 서울경찰청장에게 협조 요청을 전달함.

-이후 상황이 정리되기 전에 재진입이 시도되며 여러 곳에서 충돌이 발생. 추후 교통 법규 위반으로 고발하더라도 물리적 진입만은 하지 말라, 안 되면 1차선 정도만 열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말로 재차 자제 촉구. 기동대장과의 대화를 마친 가운데, 경찰이 진입을 시도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현장으로 다시 뛰어감. 현장에서 무리한 진압으로 다수의 노동자 시민들과 충동이 이미 발생한 상황.

-국회의원 명함을 보여주며 신분을 밝혔으나 경찰은 진압을 멈추지 않음. 충돌 자제 요청을 무시하며 오히려 한 의원 본인에게도 무력 행사. 다수 기동대원에게 둘러싸여 짓눌리고 목덜미가 잡혀 끌려 나옴. 옷이 찢기고 손톱이 깨지고 몸 여러 곳에 찰과상과 타박상 입음. 현장과 인도에 있던 유튜버, 시민들이 국회의원까지 폭력 진압하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 채증. 한 의원은 다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 맨 앞에 서서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을 막음.

그럼에도 조지호 경찰청장은 11일 경찰청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소한의 통로를 열어서 시민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도 열고자 한 것으로 이게 강경 진압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명희 대변인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무리하게 확보하고자 한 것은 시민 통행로가 아닌 2개의 차량 통행로였다"며 "경찰은 인도의 시민들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리어 막아 혼잡을 야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오가 늘어나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공간 확보가 경찰의 임무다. 주최 측은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시민과 경찰의 안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내놓은 중재안을 거부한 것은 도리어 경찰 측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 폭행과 차로 점거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1.12. 연합
 

다른 야당들도 '신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면 전환을 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경찰을 향해 강도 높은 규탄을 이어갔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경찰은 '영상을 봐도 한창민 의원이 다친 것이 경찰의 물리력 때문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강변하는데, 그러면 한창민 의원이 스스로 목덜미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는 말인가?"라며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을 진행하던 부경대학교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는 무조건 해산하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불통쇼로 끝나자 이제 경찰 등 국가폭력으로 '입틀막'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지난 2016년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일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숨진 이후 박근혜 정권은 몰락했다. 윤석열 정권도 국민을 억압하려 들다가는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국민 등골 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규탄하는 정당의 대표 갈비뼈도 부러뜨린다. 경찰이 국민 보호보다 정권 비호에 눈이 멀었다"며 "시민 통로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노동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한 이유는 빤하다. 2016년 촛불의 재연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임에도 물리적 충돌 장면을 연출해 '촛불집회는 폭력이 난무하는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추경호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등 야당들이 불순한 세력과 결탁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래놓고도 참여 시민의 숫자를 신경 쓰는 것을 보면 윤석열 탄핵 집회 규모가 커질까 봐 불안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이번 주말 야5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에는 전보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정치검찰 해체!'를 외칠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처럼 공안정국을 조성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로운 집회 시위에서 충돌을 유발하고, 온갖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비대를 투입시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지어 11명의 집회 참가자를 연행해 그 중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목덜미를 잡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9일 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립대학인 부경대 캠퍼스에는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며 "이 모든 장면은 박근혜 정부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권력의 남용이자 과잉이다. 윤석열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이라는 다분히 계획된 목표 아래 진행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의심은 9일 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불공정한 집회 관리를 보면 더욱 굳어진다. 보수 단체가 진행하는 집회는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경찰이 '황제 집회'를 보장해주고, 진보 단체의 집회는 일부러 충돌을 유발하고 토끼몰이 하듯이 참가자들을 몰아붙여 결국 일부 참가자들을 체포까지 했다"면서 "경찰청장은 국회 행안위 야3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조차 거부했다.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허황된 주장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었음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더불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면,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는 신공안정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