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의 의문스러운 행보
녹취록엔 버젓이 대통령 공천 개입 근거 나오는데
김소연 "이준석이 시켜서 명태균이 윤과 전화" 주장
이준석뿐 아니라 김종인까지 화살 돌려가며 책임론
윤석열 변호인(?) 바람대로 움직여 주는 창원지검?
검찰 "이준석과 명 씨가 나눈 PC 카톡을 발견했다"
'박정희 칭송' '강제징용 폄훼'…극우 행보도 논란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자 명태균 씨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의 책임을 돌리면서, 사태의 핵심에 있는 대통령 부부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명태균의 변호인인지, 용산의 사주를 받은 대통령 부부의 변호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변호사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황앤씨(총괄대표 황우여)의 대표 중 한 명인 김 변호사는 최근 명 씨의 변호를 맡았다. 이 소식을 들은 친윤계 인사들은 김 변호사를 '좌파 진영과 열심히 싸웠던 보수 우파 진영의 인물'이라며 환호했다. 이들의 '환호'는 각종 국정농단 의혹에도 개의치 않고 김 변호사가 윤 대통령 부부를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김 변호사는 명태균 씨의 변호인로 선임된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책임을 부각시키며 윤 대통령 부부를 적극 대변했다.
일례로 검찰이 지난 2022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발표 하루 전날 명 씨가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하자, 김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이라며 "명 씨가 아무 맥락 없이 이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다. 2022년 5월 9일 밤 12시 20분 이 의원이 먼저 명 씨에게 '윤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은 이 의원이 명 씨에게 먼저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가 이 의원이 한 말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는 것이다. 즉, 이 의원의 공천 책임을 내세우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아예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명태균 녹취와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녹취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녹취는 명백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의 근거로 읽히지만,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의 계략에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넘어간 것이지 국정농단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 변호사는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고까지 힐난하며, 이 의원의 책임론을 달구고 있다. 그는 "이준석은 성 상납 무고 사건 최종 불기소가 나온 9월 5일에, 공교롭게도 뉴스토마토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설의 시작인 칠불사 단독 기사가 나왔다"며, 이 의원이 윤 대통령 부부를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로 몰고 가기 위해 모종의 기획을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물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의원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22년 4월 3일 녹취에서 명 씨는 "이준석이가 공표나 비공표라도 김지수(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것(여론조사)을 가져오면 전략공천을 준다고 했다"고 했으며, 4월 30일엔 "경남 의창은 전략공천 지역이고 이준석에게 사정사정해서 전략 공천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게 공천 책임이 있다고,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명 씨는 '대통령이랑 통화했는데'라고 과시하며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녹취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2022년 5월 9일 녹취에서 "대통령 뜻이라고 했다"며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잖아. 사모(김건희)와 대통령이랑 내가 전화 통화했는데 '나는 김영선이 (공천) 하라고 했는데'라고 하데. 이제 끝났어"라고 말했다. 명 씨의 당시 발언들을 종합하면, 이 의원의 책임으로만 돌릴 일은 아닌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SNS에 "명태균은 김종인의 책사이자, 이준석의 비단 주머니"라며, 이 의원뿐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까지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는 "명 씨가 제시받은 자료는 주로 김종인, 이준석 등 정치인들과 명 씨가 나눈 PC 카톡 대화 텍스트"라며 "검찰은 아마 PC에서 취득한 정치인들의 카카오톡 텍스트를 들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많이 제시받고 질문받은 게 이준석, 김종인과의 카톡"이라고 적어 놓고, 김 전 위원장과 명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맞춰 검찰은 마치 김 변호사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검찰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가 아닌 단순 정치자금 사건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본말이 전도된 시나리오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검찰은 지난 12일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 의원과 명 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이 김 변호사의 주장 이후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부분은, 대통령 부부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배제하고 책임의 화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여론을 희석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 변호사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유리한 증거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면서 내세우는 주장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전달하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김 변호사의 행보는 그의 과거 이력을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과거 정치 활동을 하며 여러 파문을 낳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20년 추석 무렵 '달님은~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재해 '대통령 비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해당 현수막을 보고 분노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대깨문'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또 대전시의회 의원 시절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상을 두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 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라고 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어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왜곡된 역사 인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극우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지난 1일 독재자였던 박정희를 '5천 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하며 경북도청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성금까지 받고 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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