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 참배 이력 문제

 

                                   사도광산 갱도 모습. 연합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일본 사도광산에서 일하다 숨진 조선인 강제노동자 등을 기리는 희생자 추도식과 관련해 23일 “제반 사정을 고려해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합의해 일정을 확정했던 행사가 하루 전 사실상 일방 파기되면서 ‘외교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 당국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지난 20일 추도식을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24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가량 개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전격적인 불참 결정에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대표의 이력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에 차관급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무관은 차관급 인사로 외무대신(장관), 외무부대신(차관) 바로 아랫급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지난 1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2기 내각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특히 이쿠이나 정무관은 참의원에 당선됐을 당시 일본 패전일인 8월15일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논란을 빚었다. 참의원 선거 전 “(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한일이 대립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지난 21일 정무관 이·취임식에선 “한국과는 많은 과제가 있는 만큼, 일본으로서 할 말은 확실히 하고 일본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쪽이 준비한 추도사에 한국 정부가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 일본 정부가 추도식 대표로 차관급 정무관을 보내기로 하자, 한국 정부는 박철희 주일 한국 대사가 참석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에 생존해 있는 사도광산 유족 11명도 이번 추도식에 함께 참석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이들 유족들은 정부가 추도회 불참 입장을 밝힌 23일 당일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사도섬 현지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  한겨레 도쿄 홍석재 특파원 >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굴욕외교’ 비판 피하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 유가족, 별도 추도식하기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출구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도섬/연합
 

정부가 24일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불참을 결정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자부해온 ‘한일관계 개선’이 ‘대일 굴욕외교’의 상징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23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였다”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언급한 ‘제반 사정’은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극우 인사를 보낸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추도식과 추도사 내용 등에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내용에 대해 한일 외교 당국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오후 1시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치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들을 비롯해 전체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매년 열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약속이었지만, 행사와 관련한 한일 외교당국의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인 태도는 전혀 달랐다.

일본 쪽에서는 이 행사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 추도와는 무관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는 행사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행사 명칭에 ‘감사’라는 취지의 표현을 넣겠다고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포함된 추도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해 우여곡절 끝에 ‘사도광산 추도식’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결정되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하나즈미 히데요 일본 니가타현 지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도식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을 관련된 분들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급기야 22일에는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참배 각료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보낸다고 발표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의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고,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무관 이상 참석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확답을 미뤄오다가 추도식을 이틀 남기고 결국 극우 인사를 보내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인물을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보낸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반발이 확산되었다.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이쿠이나 정무관 페이스북
 

특히 이런 상황을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알고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외교부는 22일 오후로 예정되었던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브리핑을 예정 시각을 불과 5분 앞두고 취소했다. 그만큼 당혹스러웠다는 뜻이다. 기자들의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외교부는 22일 밤 늦게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하여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측에 강조해 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동 정무관은 일본 정부대표로서 추도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날 밤까지도 한국은 추도식 참석을 고수하면서 이쿠이나 정무관이 추도사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들을 추도하는 내용을 밝히게 하는 쪽으로 협상을 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3일 오후 결국 추도식 참석 취소 결정을 밝힌 것은, 추도사와 추도식 식순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를 추모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조차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3일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측에 불참을 통보하였고, 외교 당국 간 상세 논의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자 한다”며 자세한 협의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추도식에 참석하려던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1명 가운데 9명은 이미 사도섬에 도착해 있는 상태다. 정부는 25일 오전 한국인 유가족들과 함께 사도광산 현장에서 별도의 추모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23일 방송에 출연해 “(추도식까지 시간이 촉박해) 양측이 수용가능한 합의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해서 일단 추도식에는 우리측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면서 “추도식에는 불참하고 우리 유가족분들과 정부 관계기관들이 별도의 추도식을 하고 관련시설과 광장과 박물관 등을 시찰하는 별도 일정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하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가족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 행사에서 들러리를 서서 모욕을 감수하는 상황이 될 뻔했다는 점에서 일본 쪽에 끌려가는 행사 참석보다는 불참이 나은 결정으로 보인다. 일본이 협상에서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의 상징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약속한 ‘조선인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추모’마저도 이런 식으로 왜곡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자부해온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하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는 추모식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 가운데 또다른 하나인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전시도 ‘강제동원’ 표현이 빠진 데 이어, 추도식마저 한국과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인 행사가 되어버렸다. 일본 정부가 약속했던 매년 추도식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하여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해나가고자 한다”고만 했다.   <  박민희  신형철 기자, 도쿄 홍석재 특파원 >

 

‘야스쿠니 참배’ 인사 온다는 사도광산 추도식…‘굴욕 외교’ 상징될 판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이쿠이나 아키코 페이스북
 

외교부가 22일 오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려던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브리핑을 취소했다. 외교부의 조처는 일본 정부가 24일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극우 인사를 보낸다고 발표한 뒤에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브리핑 취소를 공지했다. 브리핑 예정 시각을 불과 5분 앞둔 시점이었다. 외교부는 브리핑 취소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취재진에 “현재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는 사정이 됐다"고 했다.

외교부의 브리핑 취소에는 24일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참배 각료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보낸다고 발표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결정은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로한다는 추도식의 의미에 전혀 맞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찬성하면서 “외교 성과”로 내세웠던 추도식이 ‘굴욕외교’의 상징으로 전락할 판이다. 추도식은 24일 오후 1시부터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일본 유명 걸그룹 ‘오냥코 클럽' 멤버 출신 아이돌로, 배우로도 인기를 끌었다. 2022년 참의원(상원) 의원으로 처음 당선되었고, 이달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제2차 내각에서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그는 의원 당선 직후인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려스럽다. 참의원 선거 전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 ‘한일이 징용과 위안부 문제로 계속 대립하고 있는 데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립하는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지난 21일 외무성 부대신과 정무관 이·취임식에 참석해서는 “내년은 전후 80년, 그리고 일-한(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지만 한국이나 중국과는 많은 과제가 있는 만큼, 일본으로서 할 말은 확실히 하고 일본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무관은 차관급 인사로 외무대신(장관), 외무부대신(차관) 바로 아랫급이다. 일본 외무성에는 3명의 정무관이 있고 이쿠이나 정무관과 다른 1명은 야스쿠니 참배자이지만, 그렇지 않은 정무관도 있다.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무관 이상 참석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확답을 미뤄오다가 추도식을 이틀 남기고 결국 극우 인사를 보내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일본이 왜 유독 야스쿠니 참배자를 일본 정부 대표로 보내기로 결정했는지, 한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자들의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외교부는 이날 밤 늦게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하여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측에 강조해 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동 정무관은 일본 정부대표로서 추도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치다.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 가운데 또다른 하나인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전시도 ‘강제동원’ 표현이 빠진 데 이어, 추도식마저도 정부 설명과는 다른 석연치 않은 행사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야스쿠니 참배 인사가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직 이 행사의 성격과 추도사의 내용도 불분명하다. 한일 정부간 합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이 계속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쪽에서는 이 행사가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 추도와는 무관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는 행사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행사 명칭에 ‘감사’라는 취지의 표현을 넣겠다고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포함된 추도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해 우여곡절 끝에 ‘사도광산 추도식’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결정되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하나즈미 히데요 일본 니가타현 지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도식은)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는 것을 관련된 분들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 추도식이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행사라는 인식이 전혀 없음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인데 일본 중앙 정부 차원이 아닌 니가타현의 지자체 관계자와 민간단체 등이 중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22일까지도 추도사 내용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과연 이 행사가 정부가 사도광산 등재 찬성 당시 국민에게 설명한 ‘강제동원 피해자를 애도하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추도식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1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일본측 실행위원회가 조선인 희생자 가족 초청도 하지 않아 한국 정부가 참석 의사를 밝힌 유가족들의 경비도 모두 부담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성과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는 당시 사도광산 등재에 찬성하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는 추모식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추도식이 ‘굴욕 외교’의 상징이자, 강제동원 피해 유가족들을 들러리 세우고 모독하는 행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도광산에서는 조선인 1500명 이상이 강제동원되어 노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은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제대로 추모하지 않는 행사라면 정부가 추도식 참석 자체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일본과 협의 결과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추도식 불참도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일측과 협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  박민희 기자 >

 

일본 명부 안 주자 사도광산 추도식 갈 피해자 찾아헤매는 정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민원실에 사도광산 강제동원 조선인 명부 공개 요청 서명서를 전달하고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외교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을 통해 일본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추도식에 참석할 피해자와 유족들을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추도식 주최자인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명부를 제공하지 않자 ‘우회로’를 찾아나선 것이다.

‘강제성’ 표현이 없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 굴욕 외교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이번엔 명부 제공의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겨레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외교부는 지난달 8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공문을 보내 “추도식 준비에 참고하고자, 귀 재단에서 파악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중 사도광산에 동원된 인원의 명단 및 생존자와 유가족의 명단과 연락처 제공을 요청드린다”고 협조를 구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가운데)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조선인 명부 공개 요청 서명서를 외교부에 전달하기에 앞서 배경 설명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이에 재단은 닷새 뒤 피해자와 유족 10명의 명단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당시는 7월 말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로, 일본은 등재에 합의해준 한국에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의 추도식을 올해 9월에 열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공문에 “추도식이 이른 가을 개최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 가급적 조속한 회신 희망”이라고 적었다. 비슷한 시기에 외교부는 언론사와 다른 시민단체 등에도 사도광산 피해자·유족의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9월 추도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명부를 제공하는 데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사도시 세계유산추진과는 추도식의 준비상황, 사도광산 피해자 명부 제공 여부 등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사도시에서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는 조선인 약 1500명이 강제동원됐다. 현재 일본 니가타현립문서관에는 ‘1414번 자료’로 ‘반도 노무자 명부’가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소장되어 있지만, 사도광산을 운영하는 미쓰비시골든사도는 이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부가 미쓰비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미쓰비시 동의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골든사도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한국 정부가 손을 쓸 여지가 없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조정식 의원은 12일 “명부 공개 없는 추도식은 일본 정부 과거사 세탁에 부역하는 꼴”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명부 공개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어 “명확히 있는 명부도 입수하지 못하는 게 진정한 한-일 관계 개선인지 의문”이라며 “추모할 희생자의 이름도 모른 채 추도식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정부에 강제동원 조선인 명부 확보·공개를 촉구하는 시민 2404명의 서명을 외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 한겨레 신형철  박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