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괴롭히기가 목적이었던 22년 전 사건 재활용
통화 녹취록 짜깁기에 증인과 형량거래 의혹까지
엉망진창 기소에도 뻔뻔한 검찰 '법정 최고형' 구형
재판부 "통상적 증언 요청" "상식적 피고인 방어권"
"김진성 신문에 이재명 관여했다고 볼 증거도 없어"
검찰 주장 맞춰 증언 바꾼 김진성만 벌금 500만원
기사회생 이재명 "죽이는 정치보다 살리는 정치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시작부터 '괴롭히기' 목적…'억지·짜깁기 기소' 논란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두 차례의 구속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살라미(얇게 썰어먹는 소시지)식 쪼개기 기소'를 단행했다. 당시 그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 '위증교사 재판'이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재판을 늘려 괴롭히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사건은 22년 전인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민 모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표는 분당 파크뷰 특혜 의혹을 취재하던 <KBS> '추적 60분' 최철호 피디(PD)가 검사를 사칭하는 데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고, 2004년 12월 대법원에서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으로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됐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 "저는 보복 당했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이 무죄 선고한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려 2018년 12월 22∼24일 이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과거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유·무죄 판단이 끝난 22년 전 사건을 또다시 불러들여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낸 셈이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증인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에만 위증죄가 성립하고, 기억나는 대로 진술할 경우 위증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22년 전 사건을 '기억나는 대로 진술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에 넘겨지자, 전형적인 '억지 기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8년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씨와 통화에서 "안 본 거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 시장님 쪽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허위진술이 아닌 기억나는 부분을 진술해달라고 했지만, 검찰은 이같은 발언은 삭제한 채 이 대표가 자신의 변론 요지서를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위증 교사로 몰았다.
그러나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변론 요지서 역시 왜곡돼 해석된 정황이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이 대표에게 "(변론 요지서를) 잘 쓰셨더라고요"라고 칭찬했다. 김 씨의 기억에 반하는 내용이 변론 요지서에 담겼다면 김 씨가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보낸 변론요지서를 보고 김 씨가 중압감을 느껴 위증을 했다"고 해석했다.
특히 이 재판에서 논쟁이 컸던 부분은 2002년 검사 사칭 문제를 놓고 김병량 성남시장 쪽과 KBS 간부들 사이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면 최철호 PD는 고소를 취하해주겠다'는 이면협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와 KBS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누명을 썼다'고 했고, 김 씨도 이 대표와의 통화에서 "그때 실제로 그런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통화 녹취록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김 씨의 발언 부분을 모두 생략하고 '짜깁기'해 공소장을 썼고, 김 씨 역시 당초 '위증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검찰 조사가 진행돼 가면서 검찰의 주장과 동일하게 위증을 시인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180도 바꿨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김 씨가 사기·알선수재 등 3건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실을 지목하며 "정치검찰의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나 다름없다"면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수사기관과 협상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처럼 위증교사 재판은 '22년 전 사건 억지 기소' '왜곡·짜깁기 기소' '플리바게닝' 등으로 논란이 됐음에도 검찰은 지난 9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기준 상 최고 형량인 '징역 3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 보기 어려워"
이날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증언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진성 씨에게, 김병량과 KBS 사이의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모는 고소취소 약속을 아는지에 관해 물었는데, 김 씨가 이를 모르겠다고 답변하자, (…) 더 이상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합의에 관한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해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해 언급했다고 해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나아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자신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어,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던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당시 처했던 상황 및 자신의 의문을 설명하고 변론 요지서를 제공해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대표는 김 씨가 알지 못한다고 한 '고소취소 약속'과 김 씨가 모를 수 있는 내용인 '김병량 측과 KBS 측 사이의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대화 과정에서 김 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김 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적어도 김 씨가 명백히 부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의 증인신문사항 작성에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한 점 ▲김 씨가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을 작성하면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합의'에 관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고 ▲변호사(신○○)와의 통화에서도 '이재명을 주범으로 모는 협의 내지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볼 때, 위증교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김 씨의 위증 여부를 판단한 제1~6증언(아래 표 참고) 가운데 제2~3증언에 대해서는 위증이 아니라면서도, 나머지 제1 증언과 제 4~6 증언에 대해서는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만일 이에 대해 위증을 요청한 사실이 성립할 경우, 위증 교사 부분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각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당시 김 씨가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을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 대표가 김 씨의 위증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마치 김병량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을 했다"면서 "이는 국가의 사법기능을 방해하고 법원의 실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 입장에서는 애초 증언한 대로 이 대표와 동일한 진술을 했다면 무죄를 선고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검찰과의 형량 거래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검찰의 주장에 맞춰 '위증했다'고 증언을 180도 바꾸면서 도리어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이날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이 대표는 이른바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직선거법 1심 재판부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고, 여전히 5개 재판이 이 대표에게 걸려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보수화한 사법부를 고려하면, 대통령의 '정적 말살' 의도에 맞춰 언제든 민주주의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판결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창해일속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 좁쌀 한 개에 불과하다"면서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드리면서, 이제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게 아니라 서로 공존하고 함께 가는 그런 정치면 좋겠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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