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한마당] 사법 폭주와 민의의 선택
미국 대통령에 돌출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공직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주도해온 법무부와 FBI 등에 보복하겠다고 호언해온 때문에 해당부서 고위직들은 불안에 떨면서 변호사를 만나 대책을 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선동으로 의회난입 폭동을 벌여 범죄자가 됐던 사람들은 트럼프가 사면해줄 거라는 기대에 희색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의와 불의,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도움도 되지 못하게 되었다.
무려 34건의 범죄혐의로 유죄평결까지 받은 ‘중범죄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하루아침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다. 인권과 정의의 기준을 내세우며 전세계에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수출했던 나라가, 도무지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트럼프 잣대’가 만능인 사회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그것도 4년 전 이미 경험했던 ‘거짓과 망발’의 발호를 다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는 미국인들의 선택의 결과다.
한국에서는 일부에서 ‘코리안 트럼프’라고 칭하는 윤석열의 등장 이후 미국사회와 비슷한 ‘가치전도’현상이 만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비슷한 좌충우돌 성향에, 범죄에도 무뎌진 윤리 도덕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따져보면 미국하고는 연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중범죄자임을 알고도 그의 ‘노회한 박력’에 표를 던져 이른바 ‘면죄부’를 줬다면, 윤석열은 ‘정의로운 검사’라는 거짓된 위장과 포장술로 유권자를 속여 대권을 잡았다는 증거들이 뒤늦게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는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을 잡은 뒤 으름장을 놓은 상태지만, 윤석열은 거머쥔 검찰권을 휘두를 때마다 내로남불 위선과 무도함, 그 것도 야당과 정적을 끝없이 짓밟는 비열한 발톱을 드러내, 기만 당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이 7할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속았다는 국민 감정을 능가하는 유능과 역량으로 무마해 나가든가, 아니면 자숙하고, 회개하여 용서라도 구해야 봐줄까 말까 고민할 그나마의 최선책이련만, 염치는 눈곱만큼도 없이 “그래 어쩔건데”라며 ‘배째라’는 식의 가장 최악의 선택지인 후안무치와 몰상식으로 국민들의 열불을 돋우고 있다. 수두룩한 일가 범죄를 대통령 권력으로 덮고 뭉개는 뻔뻔함에 눈뜨고 지켜보는 국민들은 기가 찰 뿐이다.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더니 법원의 판결로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났고, 대표적인 경제범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도 검사를 동원해 아무렇지 않은 일로 지우려 했다. 특검여론이 비등한데도 남편이랍시고 반헌법적 거부를 반복하며 오히려 ‘특검이 삼권분립에 어긋난 반헌법적’이니,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일’이라는 궤변으로 우겨댄다. 탄핵 뇌관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 부부의 명태균 거래와 뇌물건은 축소수사로 치닫는 중이라니, 과연 무슨 재주를 부리는지 두고 볼 일이다.
그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너그럽고 모른척 하는 검찰의 무딘 칼날이, 야당과 정적을 향해서는 양날의 비수로, 물불 안가리는 사냥개가 되어 사정없이 후벼파고 물어 뜯는다. 아마 정권을 넘겼을 때 자기들이 했던 것처럼 혹독한 보복을 당할까 지레 겁먹고 싹을 자르려는 속셈인지 모른다.
거대야당 지도자이자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부부를 수백 번 압수수색으로 샅샅이 털어 ‘먼지 기소’하고는 최대치 구형을 하더니, 벌금형과 징역형이 나오자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번엔 경찰이 송치하지도 않은 사건을 검찰이 또 기소하는 지독한 끈기를 보였다. 어쩌면 검사정권이 잘하는 단 하나, 검찰권 악용을 무기로 정권 임기 내내 정적 죽이기에 세월을 지샐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무능정권의 궁지 탈출에 다른 뾰족한 전략도 묘수도 없기 때문이다. ‘양승태 사법농단’ 이후 검찰에 덜미가 잡혀있는 법원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할 호기라는 악랄하고 교활한 회심의 미소까지 지으면서.
대통령 부부 무능과 무책임, 무속적 국정농단 의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을 통한 여론조작 대선, 공천개입, 공직거래 등 각종 의혹에 전쟁위기 조장까지, 지지율이 10%대를 맴돌면서 초초해졌을 게다. 그동안 쌓인 탄핵사유가 차고 넘칠 뿐더러, 자칫 대통령 당선무효로 번질 수도 있으니 막다른 골목에서 안달이 난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계속 거부했다가 이탈표 8만 나오면 끝장일 상황이니, 여권 행동대원들이 더욱 날뛰며 정신나간 듯 ‘윤건희 방탄’의 궤설을 읊어대는 것을 보면 단말마가 아닌가 싶다. 갈수록 거센 퇴진과 탄핵 벼랑끝에서 유력한 야당 적수를 죽이면 정국이 반전될 요술램프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광장의 탄핵과 퇴출 함성은 반비례해 커져만 가니 어쩌랴.
‘트럼피즘(Trumpism)’ 흉내를 내고 싶은지 모르나, 트럼프는 그렇게 비루하고 쪼잔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아니다. 비록 중점죄자를 택했다지만, 미국은 유권자의 판단에 사법권력이 감히 대들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검사출신 해리스가 외면당한 것이다. 국민의 심판이 아닌 사법의 폭주에 정치와 정치인의 명운을 거는 기묘하게 굴절된 민주주의의 타락상을 한국의 현명한 주권자들이 언제까지 두고볼까. 오로지 검찰권력에 정권의 안위를 의탁한 ‘검사 쿠데타’ 세력의 배째라 공세를 용납지 않으리라는 것은 철퇴를 든 우리 국민의 역사적인 경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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