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 2명, 몽골 정부인사 상대로 사전 공작하다 체포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직접 소명, 송환 요청해 풀려나

 

12·3 내란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공작 요원들이 지난달 말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현지 정보기관에 체포됐다 풀려난 사실이 26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주몽골 북한대사관과 접촉하기 위해 몽골 정부 쪽 인사를 상대로 공작을 벌이다 현지 정보기관에 붙잡혔다고 한다. 한겨레와 접촉한 군 관계자들은 이들의 임무가 계엄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북풍 공작’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보사 요원들이 몽골에 파견된 시기가 비상계엄 선포 10여일 전이고, 최근 경찰이 확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서도 ‘엔엘엘(NLL·북방한계선) 북한 공격 유도’라는 메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정보사 소속 ㄱ 중령과 ㄴ 소령은 지난달 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로 출장을 갔다. 울란바토르에는 주몽골 한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모두 위치해 있다. 이들의 임무는 북한대사관과 접촉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 군 관계자는 “정보사 담당 처장인 ㄷ 대령이 이번 공작을 총괄했는데, 그가 검토한 출장보고서에 ‘북한대사관’이 공작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의 임무는 현지의 북한대사관과 연락선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실제 접촉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정보원으로 추정되는 몽골 정부 쪽 관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몽골 정보기관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몽골 정보기관은 이들이 여행 비수기인 한겨울에 관광 비자로 들어온 뒤 입국 목적과 무관한 정부 인사 등을 빈번히 만나고 다니는 것을 수상히 여겨 이들을 체포했다고 한다.

몽골 정보당국은 ㄱ 중령과 ㄴ 소령을 억류한 뒤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신분 확인을 요청했고, 정보사는 ‘소속 요원이 맞으니 한국으로 송환해달라’는 공문을 몽골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구명 활동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직접 맡았다고 한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은 몽골에서 보통의 간첩죄 사범들처럼 장기간 구금되지 않고 조기에 풀려날 수 있었다. 이는 문 사령관이 직접 소명을 하고 송환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귀국 뒤 국가정보원에서 몽골 입국과 체포 경위를 조사받은 뒤 현업에 복귀했다.

ㄱ 중령과 ㄴ 소령이 현지에서 북한대사관과 접촉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공작 업무의 특성상 당사자와 직속 보고라인이 아니면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통상적인 첩보 수집 차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난 7월 비밀요원(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정보사는 외국에서 활동하던 블랙요원들을 급히 국내로 복귀시켰고, 이후로도 정보 요원의 국외 출장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시기상 정말 급하고 특별한 임무가 아니면 몽골로 요원을 출장 보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문 사령관이 직접 구명에 나선 것만 봐도 매우 중대한 임무였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문 사령관은 지난 5월 몽골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의 몽골 출장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등장하는 메모들이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엔엘엘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합참 전투통제실(지하벙커)에서 이뤄진 대북 전술토의에서 ‘오물풍선 부양 원점 타격’을 주장했으나, 합참 지휘부의 반대로 불발됐다는 의혹도 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접경지대에서 북한과 군사적 충돌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여러 경로로 구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보사는 한겨레의 사실 확인 요청에 “문 사령관이 지난 5월 몽골을 다녀온 사실은 있다”면서도 ‘ㄱ 중령과 ㄴ 소령이 몽골에서 체포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했다.   < 한겨레 신형철 김채운 이주빈 권혁철 기자 >

윤, 안보실장 교체 하루 전 통보…계엄 판 깔기 ‘번갯불 인사’였다

김용현 국방장관 앉히려 외교안보 라인 연쇄이동
‘안보 컨트롤타워’ 장호진 임명 7개월만에 밀려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인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지난 8월 갑자기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인사 발표 하루 전 교체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의 핵심 책임자인 김용현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26일 여권 내부 설명을 종합하면, 장호진 전 실장은 지난 8월11일 낮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 안보실장에 임명된 지 7개월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2일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안보실장으로 연쇄 이동시켰다. ‘군 출신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전격 교체에 나선 것이다. 당시 경호처장 후임은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안보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장을 하루아침에 교체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당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실장이 교체될 이유가 없어서 다들 의아해했다”며 “더욱이 실장 교체 시 수석이나 비서관 등도 연쇄 이동이 있을 수 있어 안보실장 교체를 하루 전날에 통보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급박하게 김 전 장관을 국방부 수장에 앉히면서 연쇄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 등에서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얘기하자, 이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 전 장관은 ‘블랙요원 유출’ 보안 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이번 계엄의 실무 책임자였던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직무 배제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신 전 장관이 안보실로 옮겨가면서 이런 계획은 무산됐다. 대통령실에 있던 인사는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으로 보내는 인사가 매우 특이했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염두에 둔 것 같다”며 “신원식은 계엄에 반대했으니 안보실장으로 발령을 낸 뒤 지근거리에서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김병주 “정보사, 계엄요원 일부 중국·러시아어 능통자 뽑은 정황”

김용현 ‘부정선거에 해외조직 관여’ 주장 뒷받침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17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 당시 국군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에 투입될 블랙요원 중 일부를 중국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인물로 선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문화방송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에 38명 블랙요원을 선발할 때도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잘하는 인원을 뽑은 정황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38명의 블랙요원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경기 성남시 판교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100여단에 모였던 정보사 요원들을 말한다.

김 의원은 정보사 요원들의 임무에 대해 “평상시 같으면 정보사 블랙요원들이 몽골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가서 북한 정보, 비밀 정보를 빼내는 활동을 한다”면서도 “비상계엄을 앞두고 얼마 전에 이런 게 있었다는 것은 비상계엄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전날 김용현 전 국방장관 변호인단이 기자회견을 열어 “방첩사 외에 정보사 요원들도 수사2단에 포함시켰다”며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해외조직이 선거부정에 관여한 정황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어제 김용현 변호인단에서 부정선거 조작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한 정황도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능통자도 뽑았다고 이야기 했다)”며 “도대체 중국하고 러시아하고 공작이 뭐가 있지 비상계엄인가 했는데 어제 변호인이 이실직고하는 것 같더라”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백령도 일대에서 국정원이 707특임단의 협조를 받아서 북한 쓰레기 풍선을 레이싱 드론으로 수차례 격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707(특임단)이 드론하고 관계가 있는 부대가 아닌데 지금은 백령도 일대에서 북풍을 유도했다는 그런 메모도 노상원 메모장에 나오지 않았냐”며 “지금은 기존의 군사활동할 때와 다르게 북풍이든 남쪽에서 자작극이든 (해서) 비상계엄의 대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과 의혹이 다 일어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해 한·미동맹에 “상당히 금이 갔다고 본다. 그것도 복원하려면 몇 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형적으로 군사동맹에는 큰 변화는 없겠지만 내면적인 신뢰는 많이 깨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우리 군사 활동이나 이런 걸 더 체크를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 우리에 대한 정보 수집, 도청이 됐든 그런 활동을 더 활발히 해서 모니터링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신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