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룰 촉구한다"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시국선언문엔 1233명의 법률가가 실명으로 서명했다. ⓒ 박수림
 


법률가 1233명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강하게 주문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 권한대행이 이를 거부할 시 그 자체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국정 혼란 방기 행위"라며 "내란죄의 공범이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무사, 변호사,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 모여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 권한대행이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치자"면서 "한덕수는 헌법 질서 수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야 합의? 계엄은 여야 합의 있었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는 전날 한 권한대행이 대국민담화에서 언급한 "여야 합의"를 직격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여야 합의를 들먹이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며 "위헌·위법 비상계엄에는 여야 합의가 있었는가"라고 운을 뗐다.

이어 "(12.3 내란 책임자들은) 우리 체계와 시스템을 무시하고 전복하는 시도, 국가 사회적 법익을 해하는 죄를 이미 저질렀다"며 "한 권한대행을 포함해 정부·여당이 보여야 할 모습은 중대한 범죄 행위에 대한 대통령의 파면과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처벌 절차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또 "공석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통령, 군인, 경찰의 위헌·불법 비상계엄 내란이 이미 실행되었으며 검찰·여당의 (내란) 연루 의혹을 고려했을 때 특검이 해답이라는 것 역시 사회적 중지가 모인 사안"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야 합의를 운운한 것은 역사에서 희대의 망언으로 기록될 것이다. 향후 형사적인 처벌을 포함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 박수림
 


현장에서 발언 기회를 요청한 류광옥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지금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권이라는 조문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그런 처사는 우리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경제와 균형의 원리, 민주적 정당성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수립해 온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한덕수에게 맡겨진 임무는 이탈된 헌정 질서 제대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점점 바이마르 공화국이 무너져 갔을 때의 (파울 폰) 힌덴부르크나 (프란츠 폰) 파펜, 심지어 소문에 의하면 히틀러처럼 권력을 차지하고자 한다는 말까지 도는 상황"이라면서 "부디 내란죄의 공범이 되지 말라. 하루속히 법의 질서 속으로 되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 박수림
 


김도희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는 기자회견 시작 전 윤 대통령 측의 헌법재판소 변론 기일 출석 발표가 있자 "윤석열과 내란 일당은 꼼수 쓰지 말고 수사와 재판을 받아 시민과 사회 죗값을 치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요즘 법률가들이 참 바쁘다. 한쪽에서는 우리 삶터를 망가뜨리느라,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걸 다시 되돌려내느라 바쁘다. 누구는 속이 훤히 보이는 망언과 궤변을 늘어놓느라 바쁘고, 누구는 그런 발언들의 근거 없음의 근거를 찾아내느라 바쁘다"면서 "법률가 출신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여론을 호도하고 국헌 문란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이 씁쓸함과 분노를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다음의 민주주의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개헌과 사회 개혁 과제들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탄핵 심판과 내란죄 특검은 그 첫 단계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국정 혼란 방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후 박선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조영훈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특검법 공포를 촉구한다"면서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헌법 제111조 제3항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적 의무이고,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일 뿐만 아니라 여당, 군, 검찰, 경찰 등의 계엄 관여 정황 등에 비추었을 때 독립적인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마이 박수림 기자 >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 임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청사사진기자단
 


헌법학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의결정족수가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인 151명(재적인원의 1/2)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있고, 오히려 임명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전날인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헌법적 현안에 대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좌담회에는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와 상임실행위원 등 헌법학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좌담회에 참여한 학자들은 대체로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의 헌법상 지위는 기본적으로 국무총리이기에 탄핵소추의결 정족수 역시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임지봉 서강대 교수 등 6인은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권한대행의 헌법상 지위와 권한은 대통령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권한대행의 헌법상 지위는 기본적으로 국무총리다. 따라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가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하열 고려대 교수도 "탄핵은 대통령직에서 배제의 역할과 효과이므로, 국회가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을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가 적용되어야 한다"라며 "국무총리 시절 직무집행과 국무총리 권한 관련 사유는 여전히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정족수가 적용되는 것으로 상호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3인 임명할 헌법적 의무 있다"

헌법재판관 3인 선출안 국회 본회의 통과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관련사진보기


이날 좌담회에 참여한 학자들은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있고, 오히려 임명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전광석 연세대 교수 등 7인은 "헌법 제111조는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9인을 임명하도록 하면서, 권력 분립 원칙에 따라 그중 3인은 국회가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단순한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 혹은 그 권한대행의 헌법상 의무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해태하거나 거부할 경우 위헌이고 탄핵 사유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 등도 "탄핵소추기관인 국회가 탄핵심판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이해충돌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견을 모아 낸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법학자들 의견과는 달리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6일 본회의 개의 직전 당론 발의해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야당은 27일 오후 열릴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헌법학자회의는 12·3 윤석열 내란사태 후 헌법적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단체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 이헌환 아주대 교수, 전광석 연세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오마이 김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