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기자 출신이 '백골단' 창설
'관저 사수' 극우 조직에 일부 청년층 부화뇌동
김정현 대표, 주간조선‧월간조선에서 기자 활동
총선 부정 선거,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 주장도
국힘 예비후보, 이승만·박정희 수업 법제화 공약
"윤석열 체포 중단 엄중 경고…내전 확산될 것"
법치 정면 부정하는 궤변, 국민과 수사기관 협박
백골단 명칭에 '호불호'? 군사독재 흑역사 왜곡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소개말을 하고 있다. KNN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 민주주의 암흑기에 독재정권의 돌격대로 악명을 떨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반공청년단'과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2025년에 부활했다. 그것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출범을 공식화했으며,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 저지를 대놓고 명분으로 내세웠다.
음지에서나 암약할 이런 극우 조직에게 국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준 것은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에 속했던 김민전 의원이 이들을 양지로 이끌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내란 잔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방탄을 도모하다 급기야 정치깡패의 망령까지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다. 특히 이런 극우 집단에 일부 2030 청년층이 주축으로 참여하고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깊게 하고 있다.
'찐윤'(진짜 친윤)을 넘어 '맹윤'(맹렬한 친윤)으로 불리는 김민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현안 관련 시국선언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다. 이 회견장은 현직 국회의원만 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자리에 백골단의 상징인 하얀 헬멧을 쓴 젊은 남녀 여섯 명이 등장하리라곤 현장 기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사말에 나선 김 의원은 "이들이 왜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밤에도 한남동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한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라고 치켜세웠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TV조선 현장 영상 갈무리
이어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가 마이크 앞에 섰다. 1983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로 캔자스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간조선과 월간조선에서 기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월간조선 기자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JTBC가 보도했던 최순실 태블릿 PC의 조작 의혹 등에 관한 기사를 썼다. 퇴사 후에는 구독자 14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백서스(BEXUS)'를 운영하며 21대 총선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부정 선거론을 제기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 방역인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현재 '백서스 정책연구소'라는 개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2대 총선 때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용산구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당시 출사표에서 그는 "586 운동권 청산에 총 역량을 동원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총선은 기득권 카르텔을 위해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가를 망가뜨리려는 세력과 이를 바로 잡으려는 세력의 대결이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보할 수 없는 총선"이라고 주장했다. 당선되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수업을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연간 30시간 받도록 법제화하고, 부정선거 사례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영세 의원이 단수공천되면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3위(득표율 1.19%, 1536표)로 낙선했다. 그때도 "사전투표에서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며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선거 무효 소송을 직접 제기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지난해 22대 총선 때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용산구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백서스 네이버 카페 사진 갈무리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최근 민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공관 옆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며 "저희 지도부는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졸속 탄핵 절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를 하는 것은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헌정 질서를 위협한 장본인이 바로 윤 대통령이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나서 법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 또한 자신들임에도 '내전'까지 거론하며 국민과 수사기관을 사실상 협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탄핵 과정은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저희 반공청년단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골단'의 부활을 알리는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는 이들은 반공청년단이란 이름으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출범을 선언했다. 2025.1.9. 연합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 대표는 "저희는 1월 1일부터 1월 6일까지 한남초등학교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2030 청년들이 주를 이뤘다. 1월 6일 새벽 4시에는 민주노총과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로 기습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가 있어 청년들이 그 소식을 듣고 현장에 나와서 인간 벽을 쌓았다"며 "하얀 모자를 쓴 청년들이 (군가) '멸공의 횃불'을 부르면서 민주노총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용기를 갖고 물러서지 않은 300명의 청년이 백골단 같은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백골단으로 알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하얀 헬멧을 쓰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자경단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분들을 백골단 대원으로 부르도록 하겠다"며 "방검복,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이런 보호 장비들을 스스로 착용하고 나오도록 권고한다. 1월 10일에도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가 공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강화된 방어구를 착용하고 나오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지만 특히 경찰특공대 투입은 대한민국을 내전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거듭 '내전'을 부각시켰다.
취재진이 "백골단은 과거 대학생들을 폭행하거나 시신을 탈취해 악명이 높은데 굳이 이 명칭을 붙인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백골단 명칭에 대해 많은 분의 호불호 의견이 나뉘어 있다"면서 이를 '호불호'의 문제로 물타기를 한 뒤 "지금 대한민국은 법치가 무너지고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기 때문에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정당화했다.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는 백골단. 1990.9.22..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제1기 출범식을 마치고 종로3가 등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다 '백골단'으로 불리는 진압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1993.5.29.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종일관 내란수괴 윤석열을 빼닮은 김 대표의 궤변과는 달리 백골단은 '호불호'의 가치중립적인 평가가 가능하지 않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상징하는 존재다. 1980~90년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정권 시기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사복 경찰 부대를 지칭하는 백골단은 특유의 오토바이 헬멧과 청바지, 청재킷, 운동화 차림에 곤봉이나 쇠파이프 등을 이용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1991년 명지대 1학년 강경대 학생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했으며, 의문사를 당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빈소에 쳐들어가 영안실 벽을 깨부수고 시신을 탈취하는 등 갖은 만행을 일삼았다.
이번에 윤석열 사수를 위해 다시 등장한 백골단의 상위 조직 반공청년단도 이승만 정권 시절 관변 폭력단체인 '대한반공청년단'을 연상케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총재, 이기붕 부통령이 부총재, 신도환 의원이 단장, 정치깡패 임화수가 종로구 단장을 맡았던 대한반공청년단은 1960년 자유당이 3·15 부정선거를 획책하면서 전국의 정치깡패 조직들을 규합해 만든 '선거 전위대'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 모든 분야가 퇴행하더니 이젠 일부 청년들이 시대를 완전히 거꾸로 거슬러 어디서 못된 명칭이나 차용하면서 반민주‧반역사적인 조직을 만든 것이다.
백골단 창설에 반대하는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의 긴급 선언문 게시글. 신남성연대 유튜브 커뮤니티 갈무리
김정현 대표가 이끄는 반공청년단과 백골단에 대해서는 같은 극우 진영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윤석열 체포 저지의 방식을 두고 자기들끼리 내분을 벌이는 양상이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커뮤티니에 올린 '백골단 창설 강력 반대' 긴급 선언문에서 "현장에서 청년들에게 '민노총이 0시에 쳐들어온다' '4시에 온다' '6시에 샛길로 온다'는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며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청년들은 이 허위정보를 믿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 몰려 추운 날씨에도 계속해서 대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뿐만 아니라 특정 인사(김정현 대표를 가리키는 듯)가 이 청년들에게 애국가를 부르게 지시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이는 청년들의 자발적 행동이 아닌, 허위정보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 연출된 상황이었다"며 "청년들에게 헬멧을 씌우고 길에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한 뒤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특정 인사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이는 청년들의 순수한 의도를 훼손하고, 이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는 행위에 불과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샛길을 막고 헬멧을 씌워 무장을 시키는 모습은 민노총과의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폭력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저는 이러한 무모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인사가 자신의 사조직을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상황이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고, 남성연대와 백골단이 엮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은 명색이 정치학자 출신임에도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극우적 망언과 기행을 일삼아 왔다. 최근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한남동 관저 앞 집회의 연사로 나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지를 않나, 한 번도 농사짓지 않은 트랙터가 대한민국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나.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통령은 정말 외로웠겠다" "법에도 없는데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사기 탄핵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6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 45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윤상현 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JT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점입가경인 국민의힘 행태에 경악하며 김 의원 제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원희룡 전 장관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60여 명이 조직을 꾸려 매일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겠다고 한다. 심지어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을 자처하는 조직을 국회에 끌어들여 내란을 선전·선동했다"면서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법 집행을 막는 폭도의 길을 가려고 하나? 까마득히 잊혔던 정치 깡패의 망령을 되살릴 작정인가?"라고 개탄했다.
박창진 부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백골단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바보 같은 사람들을 누가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나? 말을 한다고 다 말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의 공천 개입이 이런 무자격 국회의원을 양산한 것 같아 비통하기 그지없다. 김민전 의원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내란 부화수행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5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김민전 의원은 어떻게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백골단을 국회에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백골단을 앞세운 것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자, 독재와 폭력을 옹호함으로써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정치 폭력집단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국회에 세운 김민전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 Hot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내란사태 와중에 댓글공작 "혈안"... 체포, 탄핵 등 여론 반전 노려 극성 (0) | 2025.01.10 |
---|---|
[윤석열 내란] 도피설 나오자…관저 안에서 윤석열 추정 인물 등장 (0) | 2025.01.08 |
윤석열과 58년 우정 이철우 교수 “극우 수괴 될 줄 몰랐다” (0) | 2025.01.08 |
윤석열 도피설…민주당 “관저 나와 제3장소 은신 제보받아” (0) | 2025.01.08 |
국회, '내란·김여사 특검법' 등 8개 법안 본회의 재표결 (0) | 2025.01.08 |
[윤석열 내란] "김태효, 강원도 HID 방문 제보...내란 때 충청 지하벙커도 점검" (0) | 2025.01.08 |
[윤석열 내란] "비상계엄, 신의 한 수"는 김형석 명예교수 사칭한 글이었다 (0) | 2025.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