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자회견 주선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비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백골단' 회견과 관련해 의견을 피력하는 동안 야당 의원이 민주화 운동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백골단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백골단’을 자처하는 단체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국회 교육위원에서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7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를 열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에 앞서 김 의원에게 교육위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의원석에는 “백골단 부활 시도 김민전 교육위원 사퇴하라”는 피켓이 붙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이한열 열사가 1987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은 사진과 백골단이 시위 참가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사진 등을 보이며 “고등학교 교과서 대부분에 실린 사진이다. 이한열 열사의 희생 뒤엔 최루탄만 있던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폭력 조직 백골단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교육위원인 김민전 의원의 기자회견장에 소환됐다”며 “교육위는 김 의원님 같은 분이 계실 자리는 아니다. 지금 당장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정을호 의원은 “올바른 민주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1980~90년대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폭력과 독재의 상징을 국회에 끌어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김문수 의원님이 사진을 보여줄 때 김민전 의원님은 웃으시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며 “아무리 못해도 반성하는 모양새라도 보이든지 무거운 마음을 갖고 오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도 백골단을 부활하자는 취지는 아니었고, 기자회견 이후에 기자회견을 철회하고 누차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같은 당 서지영 의원은 “여당 위원들의 표정과 태도까지 관리하려는 거냐”고 반발했다.

 

김민전 의원은 “이미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리고 기자회견 철회문도 올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저희 의원실이 주선 과정에서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그리고 단체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역사적인 상처를 상기시킨 부분에 대해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프락치 공작’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한 다른 사람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동의해서 공유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해당 글에는 “‘ 백골단'이란 네이밍부터 프레임 공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며 “순진한 청년들을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특정 세력이 존재하고, 그 세력은 놀랍게도 민주당 계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경력이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제 페북에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할 때는 '너무 동의해서 올립니다'라고 명확히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공유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벌인 ‘반공청년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반공청년단은 ‘백골단’을 예하 조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시위대를 과격하게 진압·체포했던 사복 경찰 부대를 일컫는 별칭으로, 제복 대신 사복을 입고 하얀 헬멧을 썼다.        < 한겨레 이우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