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 테러와 한국 법원 테러 유사성

양국 극우 진영의 적극적인 연대 시도 위험

 

파시즘의 세계적 권위자로 불리는 로버트 팩스턴 교수는 그의 저서 '파시즘 그 열정과 광기의 정치혁명'에서 현대 파시즘의 전형을 “(극우 성향의)당과 기업, 군, 고위 공직자들의 (파시즘) 연합은 경제적 이익·권력·특권, 특히 '자유주의와 좌파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한데 뭉치는 것"이라 설명한다. 아울러 2007년에 출간한 동 저서에서 "파시즘이 나타날 가능성이 1930년대보다 높다"고 경고한다. 

 

또한 파시즘의 징후를 “위협을 느낀 보수세력이 법의 지배를 포기할 태세를 갖추고 더 강한 동맹세력을 찾아 헤매며, 보수파들이 파시스트들의 정치적 테크닉과 결집된 열정에 손을 내밀며 그 추종세력을 흡수하고자 할 때, 파시스트들은 벌써 권력에 아주 가깝게 접근한 것이다”라고 설파한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의 2021년 1.6 의사당 테러와 한국의 2025년 1.19 법원 테러는 파시즘의 징후를 넘어 '파시즘 대중화'가 이미 시작된 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 첫날 1600명에 달하는 1.6 의사당 국내 테러리스트들을 일괄 사면했다. 선거 유세 때 "하루만 독재자가 되겠다"라고 했던 트럼프가 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헌정체제 파괴자 대량 사면을 감행했다.

 

윤석열도 트럼프도 거짓을 거짓으로 덮고 충격을 충격으로 덮는 일들이 많아서 이번 사면의 엄청난 의미와 충격과 영향이 덮여버렸다. 

 

다수의 미국과 외신 기자들은 한국에서 윤석열 지지 극우파들에 의해 자행된 지난 1.19 법원 테러가 일어나자 곧 바로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 극우파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1.6 의사당 테러와 유사하다는 보도를 내어놓았다. 이 유사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두가지 사건이 모두 미국과 한국의 극우세력들이 본격적인 행위로 파시즘에 진입을 알리는 매우 위험한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위험한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의 극우가 미국의 극우와 적극적인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지지자들의 집회에 성조기, 빨간 마가 모자, 선거를 부정하는 "Stop the Steal" 구호들이 1차적 증거다. 또한 전광훈, 나경원, 홍준표, 정용진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극우/혐중/반북/친일 정재계 인물들이 영 김, 미쉘 박, 애니 첸, 고든 창, 매트 슐랩, 로저 스톤, 스티브 배넌 등 미국의 극우/혐중/반북/친일 진영의 정재계 인물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났거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들이 이미 언론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한국의 극우와 미국의 극우를 잇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미국측의 CPAC(보수정치행동회의)과 한국측의 K-CPAC이다. 이 연계의 중요성은 지금의 탄핵과 계엄령 국면에서 그리고 이 내전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12.3 내란수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이후 수없이 강조해온 "국내전과 외교전에서 모두 이겨야 이 싸움이 끝난다"는 주장의 이유와 동일하다.  

 

다시 한번 한국의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과 시민사회 단체 그리고 진보진영 언론에 읍소를 드린다. (1) "트럼프가 한국의 민주주의와 주권자 국민을 지지하도록 대미외교 정책을 세워주십시오." (2) "한국 극우와 미국 극우의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인 CPAC과 K-CPAC에 대한 심층 취재를 해주십시오." 

 

필자는 지난해 '가톨릭 평론' 가을호에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2014년 미국 대선 -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글의 결론 부분에서 필자는 2024 미국대선은 아마도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며 이번 선거에 투영된 두개의 충돌하는 상반된 시대정신은 미국의 미래가 '극우 백인우월주의 파시즘'으로 갈 것인가 '다인종 다문화 민주주의'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극우 진영을 기본적으로 이해하려면 미국 파시즘 대중화의 '대부 3인방'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날 '독재자로서' 사면한 1.6 의사당 테러의 주력 부대 즉 미국 파시즘 대중화의 '행동 부대'를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상세한 기고글을 미주판 중앙일보에 두 번에 걸쳐 기고한 적이 있다. 아래 공유하니 참고 되시길 바란다. 

 

추가로 2021년 1.6 미 의회 폭동 이후로 트럼프 권력과 이념을 파시즘 또는 파시즘 진입으로 규정한 학자들은 팩스턴(컬럼비아대), 벤지앗(NYU), 레비츠키와 지블랫(하버드대), 라이시(버클리대), 촘스키(MIT), 웨스트(예일/하버드/프린스턴신학대) 등이 있다. 특히 경제학자이자 클린턴 재임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트럼프와 머스크 공동 권력을 두고  "대기업과 결탁한 파시즘은 최악의 파시즘이다" "1930년대 히틀러가 돈과 권력을 축적한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하루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나쁜 약속은 꼭 지킨다. 그가 첫 날 내린 백개 이상의 '행정 명령'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본질적으로 '미국판 게엄령' '미국판 포고령' 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실지로 미 국경지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포고하며 '내란법' (Insurrection Act)과 외국인 '적국법' (Alien Enemies Act)를 사용하기도 했다.  

 

단언하건대 트럼프 2기의 이민자와 유색인종들에 대한 탄압은 트럼프 1기에 비해 더 빠르고, 더 포괄적이고, 더 강력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그 영향력이 트럼프가 임기를 마친 후에도 오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1) '파시즘 대중화 3인방'에 대한 글 ☞ 반이민정책의 뿌리는 인종차별주의 

(2) '파시즘 대중화 행동부대'에 대한 글 ☞ 백인우월주의 집단은 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가?            < 민들레 박동규 재미동포·미국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