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앉아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시작되었다. 두 번의 준비 기일을 거쳐 지난 14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변론이 열린다. 첫 변론엔 윤 대통령이 출석 안 했지만, 구속된 후 21일과 23일은 변론에 참여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탄핵 심판 변론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지난 24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벌어진 지 50일이 지났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우리 헌정질서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라 봅니다. 12.3 계엄선포 자체가 헌정질서를 밑바닥에서부터 침탈한 내란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 또한 상당히 지체되고 있습니다.
특검법이나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둘러싸고 정치과정들이 난맥상을 보였고 또 그 틈새를 타고 극우 포퓰리즘 현상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폭도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공격하려는 사건도 발생하였고요.
문제는 이렇게 극단적인 현상들을 교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여전히 극단으로 대립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87년 헌법 체제가 맞이하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상태인 것입니다."
- 정치 실종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제도권 정치가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정치는 여야의 경합과 합의가 핵심입니다만, 지금 상황은 극단적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습니다. 여당은 극우 포퓰리즘 집단들의 생각에 영합해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데 급급하면서 자신들이 야기한 이 헌정질서 교란 상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야당의 경우에도 정치적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원내 다수당이기에 이런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공략하고 헌정질서 회복에 앞장서야 할 책무를 져야 하는데 너무 빨리 탄핵 이후의 정치공학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내란이라는 고통 안겨준 것도 모자라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들어"
- 23일까지의 탄핵 심판 변론 과정을 어떻게 보세요?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피청구인인 윤석열 대통령 측은 아예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그 대리인들의 주장에 어떤 헌법적, 법률적 의미를 담은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핵소추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재판부가 아니라 지지자를 향한 발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탄핵 심판에 변론을 열게 한 것은 피청구인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이나 진술, 증거 등에 대해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인데, 피청구인 측은 그걸 정치적인 목적 위해 악용하면서 헌법재판을 희화화시키고 있습니다."
- 예를 들면 그게 뭐예요?
"예컨대, 대리인 측에서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꺼냅니다. 당연히 재판장이 그 진술을 저지했습니다. 본안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부정선거라는 음모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은 취임한 날부터 비상계엄 선포까지 부정선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탄핵 심판 변론 과정에서 불쑥 그것을 꺼냅니다. 이런 변론 전략은 탄핵 심판에 별 효과도 없습니다. 비록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대뜸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 선관위 서버를 점거하게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탄핵되고 또 내란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 너무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는데.
"재판이나 심판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소추인이 거짓말을 한다고 자기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짓 진술은 다른 증거나 증언에 의해 대부분 걸러지고, 또 법관이나 재판관의 주된 업무가 이를 분별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대통령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너무도 표피적인, 입에 발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커녕 국민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식의, 너무도 저급한 술수를 쓰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내란이라는 고통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듭니다."
-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부하들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잖아요.
"정말 꼴사나운 모습입니다.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무장군인들을 국회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군인들이 국회 본청의 유리창 깨고 본회의장 근처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됩니까?
대통령은 자기 명령을 거부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부당한 명령을 했는데, 그런 대통령이 뜻도 모르고 군인들이 자기 멋대로 명령에 복종한 것이 됩니다. 결국 그 책임은 오롯이 그 군인에게만 귀속되어 버립니다. 참, 낯 뜨거운 짓거리입니다.
비상계엄 자체가 군사력으로 국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것이기에 군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바로 대통령의 책임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작 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은 그 책임을 아무개 하사, 아무개 중사에게 전가해 버리고 있습니다. 정말 비겁한 행동입니다."
"말장난으로 행동의 불법성 가리려는 작태, 계속되고 있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 대통령은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는데 군인이 잘못 이해했다고 해요.
"그 부분에서 너무도 분노했습니다.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요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일상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그 용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일전에 '바이든'과 '날리면'이 있었고, 그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 때 다스의 소유를 둘러싸고 나경원 의원이 '주어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을 업신여기면서 세상을 우롱하는 말장난으로 자기들 행동의 불법성을 가리려는 작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 21일과 23일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서 정장 차림에 메이크업도 받고 나왔다던데 구속된 상태에서 이래도 괜찮나요?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피의자들은 무죄 추정받는 만큼 그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에 나올 때 구치소의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에 정장을 하거나 또 약간의 메이크업을 받고 나온 것 자체는 별문제 아니라 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메이크업을 외부인이 했다든지 혹은 일반적인 경우에 전혀 허용되지 않는 넥타이나 시계를 착용한 경우입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일단 구속된 상태라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를 받아야 하며 이 점에서 예외적인 특혜를 누리는 건 법치국가의 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더불어 대통령 그 자신도 문제인데요, 이런 행동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 행위를 하였다는 국민적인 비난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울러 외부인 접촉 가능성도 심각합니다. 대통령이 헌재 변론이 끝나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직행했습니다. 의료진 등 외부인과 접촉한 것입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된 사람이 구치소 바깥에서 자유롭게 외부인과 접촉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만일 이런 행동이 정규적인 절차 없이, 예컨대 법무부의 양해 수준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징벌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실제 극단적인 상황도 가능했거든요.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신병인도를 거부한다면, 지난번 대통령 체포 당시의 상황이 재발할 수도 있지 않았겠어요?"
- 탄핵 심판 결과는 언제 나올까요?
"지금 헌재에는 두 개의 큰 현안이 걸려 있습니다. 탄핵 심판 사건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의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입니다. 둘 다 법적으로나 사실관계의 면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는 만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합니다. 후자와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은 이미 2월 3일 선고기일이 잡혀 있기도 하고요.
다만 헌재 결정에 따라 마은혁 후보가 새로 임명될 경우 재판부가 바뀌는 만큼 그동안의 변론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절차상의 애로가 있기는 합니다만 헌재가 지혜롭게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결국 탄핵 심판은 최소한 2월 말이나 3월 초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부지법에 대한 폭도들의 난동, 일벌백계의 처벌 있어야"
- 문제는 결과가 나와도 불복할 가능성 아닐까요. 탄핵 심판은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윤 대통령 측이 불복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사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형식을 빌린 내란 행위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극우세력이 총집결한 계기이자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탄핵 결정이 나게 되면 이 세력들이 무언가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이 많기는 합니다. 그런데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곧장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의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점이 큰 변수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력들의 입장에서도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보다 대선을 향한 행동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등 극우 쪽으로 편향되고 있는 정당에서도 헌재에 대한 불복보다 대선이 더 급한 현안으로 간주될 것이고요.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법 감정도 물리력을 동원하여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폭동의 형식은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요. 한마디로 탄핵 결정이 나더라도 극우세력이나 그에 경도된 여당 세력도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먼저 하면서 곧장 대선 국면으로 갈아탈 것 같습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대상으로 한 폭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민저항권 행사 운운하면서 감싸고 있는데요.
"파시스트적 성향을 가진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것과 같은 논법입니다. 들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항권이란 헌법 질서를 바로잡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국가권력에 항거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번 서부지법에 대한 폭도들의 난동은 그 목적에서부터 저항권과는 정반대 편에 자리합니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자체를 부정하고 헌법 질서를 위태롭게 한, 문자 그대로 집단 소요에 불과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사와 수사를 거쳐 일벌백계의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의결 강행 등으로 탄핵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탄핵 청구를 기각했는데요.
"외관상 재적 과반수라는 법개념을 둘러싼 해석론의 문제처럼 보입니다만, 우리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 또는 보다 정확히는 자신을 지명해 준 대통령이나 정당의 정치 성향에 오롯이 충성하는 방식의 의결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입니다. 보수적인 정파에서 지명된 재판관 4명과 다른 정파의 지명 재판관 4명이 각각 그 정파의 요구에 부응하는 의견들을 내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켜내야 되는 헌법상의 책무를 가진 기관입니다. 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심에 언론의 자유라는 그런 요청이 자리한다고 보면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기각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특정한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통신 정책을 이끌어갔던 사람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탄핵 기각결정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 심판 결과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똑같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헌정질서의 기본 틀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이나 자신을 지명한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우선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은 논란의 여지도 없이 명확하고 명정한 증거와 법리가 확보된 사건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탄핵소추를 기각할 수 없는 사건인 것이지요."
- 최근 보수 쪽에서 개헌 주장이 나오는 데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개헌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로 교란된 헌정질서를 조속히 회복시키고 헌법적 평화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 연후에야 개헌의 논의가 가능합니다. 탄핵 심판과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조속히 진행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만일 지금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면 그것은 향후에 어떤 절차를 어떻게 밟아서 어느 기간 내에 개헌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약속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오마이 이영광 기자 >
김용현 변호인단,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직권남용’ 고발
협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윤석열 쪽은 이번엔 ‘불법기소’ 주장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27일 문 권한대행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이 소추인인 국회 쪽 증인신문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문 권한대행이 “그럴 경우에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그 증인의 신빙성에 대해 낮게 평가한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이를 “재판상 불이익이라는 해악을 고지하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직무권한을 남용하여 증언거부권 행사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문 권한대행을 협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 “김 전 장관은 실제로 피고발인의 해악 고지에 외포(두려움을 느끼는 일)되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증언에 이르렀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장관이 국회 쪽 증인신문에 응한 것은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가능하면 저희에게도 답변을 했기 때문에 소추인 쪽에도 답변을 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또 문 권한대행은 김 전 장관 쪽에 “(소추인 쪽 증인신문 거부는) 알아서하라. 제가 증언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불법수사’에 이어 ‘불법기소’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보다 체포가 목적”이었다며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온갖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검찰에 대해서도 “사건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만을 근거로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의 구속 기소를 밀어붙였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이므로 검찰의 기소 또한 불법의 연장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는 물론 기소까지 부정했다. < 한겨레 정환봉 기자 >
김용현 변호인, 헌법재판관에 “좌익 빨갱이”…법원 폭동엔 “애국투사”
법조계, 징계 요구 목소리
12·3 내란사태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이 헌법재판관들을 “좌익 빨갱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6일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영상을 보면, 김 전 장관 변호인단 소속 유승수 변호사는 2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에 참석해 헌법재판관들을 비난하는 극단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유 변호사는 문형배, 김형두, 이미선 재판관을 “좌익 빨갱이 불공정 재판관들”이라고 낙인찍은 뒤 “빨갱이 재판관들, 헌법재판관들은 지금도 오늘이라도 당장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리고 싶을 거다. 얼굴로 표정으로 입으로 다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변호사는 이날 헌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 쪽 변호인단 자격으로 함께 자리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증언 중인 김 전 장관에게 다가가 조언하다가 헌법재판관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이후 발언권을 얻어 증언 중 조언을 허용해달라고 강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이날 헌재 변론이 끝나자마자 극우 집회에 참석해 철 지난 색깔론으로 헌법재판관 공격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날 집회 발언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분풀이’ 성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변호사는 그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변호사 단체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극우 세력과 가까운 목소리를 내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7층 영장전담판사 집무실에 난입했다가 23일 구속된 이아무개씨를 과거에 변호한 이력도 있다. 이씨는 전광훈 목사가 세운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임명된 인물로 2020년 사랑제일교회 명도 집행 과정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해 저항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변호인 가운데 하나가 유 변호사였다. 유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서부지법 난입·폭동 사태 가담자들을 “애국 투사”라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유 변호사의 헌법재판관 비난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경호 변호사는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변호사법 및 변호사 윤리장전 위반 등을 이유로 유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한변협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의 발언이 변호사법상 품위유지 의무와, 변호사 윤리장전이 규정한 사법권 존중 의무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유 변호사의 발언은 변호사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및 변호사 윤리장전이 요구하는 공익성과 중립성, 법원과 헌재에 대한 존중 의무 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더 나아가 변호사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는 위법 부당한 언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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