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8∼9 ‘난카이 해곡 대지진’ 현실화 가능성

 
2011년 3월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 야마토 택배 운송차가 구호물자를 싣고 피난지역을 돌고 있다. 야마토택배 누리집 갈무리
 

일본 서남부 지역에 향후 30년 이내 규모 8∼9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80% 정도로 추정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현실화하면 심리 상담이 필요한 이들만 최대 22만여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일본 교도통신은 3일 “1995년 대규모 피해를 냈던 한신대지진 이후 재해 피해자의 심리 치료 중요성이 지적돼 왔다”며 후생노동성 연구반의 첫 추산 결과를 바탕으로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일본 사회에 끼칠 정신적 여파를 전망했다. 후생노동성 추산에 따르면,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본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규모만 7만3천~16만 8천명에 이른다. 이때 물리적 피해자 뿐 아니라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담자 수가 7만2천~16만5천명으로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재해 상황에 심리 치료 상담을 위해 ‘재해 파견 정신 의료팀’(DPAT) 가동 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으로 8100∼1만9천여명의 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500∼1100여개 팀을 꾸려 현장에 투입된다.

 

피해 규모가 커질 경우를 대비해 정신 의료팀 규모 확대 검토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대지진이 육지를 중심으로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13만명에서 최대 22만4천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리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들도 12만8천~22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나 이에 대응할 정신 의료팀도 1만4천~2만5천명 규모 인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왔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200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규모 8∼9급 지진을 일컫는다. 가장 최근 난카이 해곡 지진이 있었던 1944년과 1946년 이후 80여년이 지났는데, 최근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 안에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존 70∼80%에서 ‘80% 정도’로 끌어올렸다. 이전에는 1854년, 1707년, 1605년, 1498년, 1361년 대지진이 있었다.

 

최근 인근 지역에서 잇따라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13일 오후 9시19분께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앞 해역인 휴가나다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당시 지진 뒤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정보’를 내고 곧바로 전문가 회의를 열어 난카이 해곡 대지진 관련성을 평가했다. 일본 기상청은 “난카이 대지진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평소 대비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해 8월에도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하자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대지진 등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기 위해 지난 2013년 재해 파견 정신 의료팀을 창설했다. 일본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의료체계를 꾸린 이들은 집단재난 발생했을 때, 전문성 높은 정신과 의료 제공과 정신보건 활동을 지원한다. 교도통신은 재해 파견 정신 의료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대원수 증가와 지자체들간 연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도쿄/홍석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