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당직은 당원지지 따라 결정할 사안


비판할 수 있지만 정당민주주의 지켜야
민주당 창당 이래 가장 단합됐다는 평가

문재인 시절 기회 놓친 민주당 사과해야
헌법 유린한 계엄 때 그들은 무얼 했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비난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일련의 헌정 위기 속에서 잠시 숨죽이고 있던 이른바 비명계 또는 반명계 인사들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윤석열의 몰락이 예견되자 일제히 등장해 이재명 대표를 성토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언론이 이러한 주장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대로 받아적어 증폭시키고 있다.

 

임종석 김경수 김부겸

 

그들은 민주당이 이재명의 일극체제로 전락했다거나, 민주당이 사실상 이재명에 의하여 사유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럽게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난 인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함께 할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힘을 모아줄 이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사상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 특히 정당이나 정치권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당의 공천을 비롯한 모든 정치적 결정과 운영은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정당과 관련된 헌법상의 근거 조항인 제8조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실현의 대표적 방법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정당의 이념과 구성, 조직과 활동이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민주주의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천명하고 있다. 즉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국회의원도 한 사람의 당원일 뿐이다), 정당의 대표 선출을 비롯한 공천과 당직 선출 등 모든 정당 운영은 당원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이는 헌법상의 당위적 명령으로서 민주당 또는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지지 여부나 호불호와 전혀 무관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최근의 비판과 주장은 정당 민주주의라는 헌법상 대원칙의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참고로 필자는 헌법학을 전공하고 법대 교수를 지냈으며, 민주당 및 이재명 대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비명계 내지 반명계 인사들의 주장과는 별도로, 실제로 민주당을 떠난 이들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 근본적 원인은 이재명 대표에게 있지 않다. 자신들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당직을 상실했다는 사실, 따라서 당내에서 별다른 보직이나 역할을 맡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재명 대표 탓이 아니라 자신들이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정당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정당 내에서의 자격과 지위 또는 권한은 당원들로부터 위임받는 것이다. 당 대표나 지도부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러한 지위는 자신들의 배타적인 기득권이 아니다.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그러한 지위를 원한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재명이 탈락시킨 것이 아니다. 또한 당을 떠난 것도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 본인들 스스로 떠난 것 아닌가? 사실 그들은 과거의 비민주적 경선 절차나 계파 정치 등 매우 불합리한 당 운영에 익숙해 있고, 그로부터 배타적 특권을 누려온 세력들로서 아직도 그 시절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재명의 독재’ 운운하고, 막연히 통합과 포용을 말하기에 앞서,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 대표의 구체적 정책과 노선, 당 운영 절차와 방법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면 된다. 그것이 정당하고 설득력 있는 비판이라면, 그리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당원들은 이재명이 아닌 다른 대안 세력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그것이 정당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즉 민주적 절차와 당원들의 지지가 핵심이자 본질이다.

 

당원들은 자발적 의사로 적법한 당헌·당규에 따라 이재명과 이재명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결과 및 정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헌법과 법률 및 당헌·당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마땅히 승복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이재명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들일 수 없고, 당원들이 원하는 정책이 자신들의 노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탈당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당원들의 지지 그 자체를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성 지지자’ 운운하며 폄하해선 안된다. 그것이 정당민주주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8. 연합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방법은 아주 간명하다. 정당민주주의하에서의 정당 내부의 권한 획득과 행사를 위해서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된다. 그리고 좋든 싫든 이재명은 적법한 방법으로, 그것도 압도적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것보다 더한 헌법적 정당성은 없다. 그리고 이는 이재명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원칙과 상식의 문제이다. 당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당 운영을 독재라고 한다면 이는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막연히 당의 통합과 화합을 주장하는데, 실제로 현재 민주당이 분열과 갈등이 만연하는 혼돈 상태에 놓여있는가? 당이 분열됐다면 어떻게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으며, 어떻게 이번 비상사태에 이다지도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 당원들과 당직자들은 민주당이 창당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더 단합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오고자 한다면 그 방법 역시 간단하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만일 이재명의 자질이 문제가 되고 당과 국가를 위해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 후보자가 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이재명보다 자질이 뛰어나고 더 훌륭한 정책과 비전 및 리더십을 보여주면 된다. 당원과 국민이 왜 더 뛰어난 후보를 제쳐두고 이재명에게 투표하겠는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른바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운운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행태는 마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경쟁자에게 사고가 나기만을 기도하는 것과 같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비겁한 행태이자 자기부정인가?

 

얼마든지 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대권이나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 매우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그전에 왜 자신들이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 지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왜 당원들이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선택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당원들은 다른 인물들이 자질과 도덕성, 이념성, 당원으로서의 정체성, 책임성, 참신성, 추진력, 용기 등에서 앞선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한 과거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제 역할을 못했고, 거론되는 인사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당원들은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받지 못한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다. 사태의 원인을 이재명 등 다른 데서 찾는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본인들이 원하는 진정한 화합 및 포용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당민주주의의 진정한 헌법적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 예방 후 사저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2025.1.30 연합
 

사실 이전 문재인 정부와 당시의 민주당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그리고 더 나아가 사법부까지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 헌정사에서 두 번 다시 나타나기 어려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치적 지형이었다. 그런데 검찰개혁 등 모든 분야에서의 대대적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정권을 뺏긴 것이라고 대부분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생각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당원들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상처와 실망감,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인사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국민과 민주 당원들에게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한 적이 있는가? 그래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묻는다. 사과를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또한 묻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재의 민주당과 선량한 민주시민들이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고 있을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모든 헌법적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국민들이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부정되고 독립운동가 등 순국선열이 폄하되고 국민들의 자긍심이 속절없이 무너질 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구성원들 그리고 위대한 민주시민들이 국회 안팎에서 목숨걸고 계엄을 저지하고 있었을 때,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을 탄핵소추하고 구속시켰을 때, 그리고 그 수많은 민주시민들이 엄동설한에 거리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 정연주 헌법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