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 필요 없어”
“ 탄핵정국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일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며 헌재 사무처장 국회 출석 요구 등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역대 최장기간의 탄핵심판으로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며 국민의 피로도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취지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었던 63일,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심판이었던 91일을 넘어서 최장 심판 기록으로 남고 있다”며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가 명확한 사건인 만큼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원내수석은 이어 “국회는 헌재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신속한 선고 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들을 강구해 보겠다”며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간 여당과 달리 헌재를 향해 우호적 여론전을 펼쳐온 야당이 선고 지연에 ‘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온국민이 지켜본 내란인 만큼 사안이 간명한데 이렇게 늦어질 이유가 있느냐”며 “선고가 너무 늦어지고 있어 자영업자 등 국민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공세 수위를 높인 배경을 밝혔다.
다만 헌재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민감한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지도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탄핵선고가 조금 늦춰질 뿐이지 결론은 분명할 텐데 다소 조급해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다선 의원도 “우리가 불안한 티를 그리 낼 필요가 있나. 헌재를 공격해온 여당과 달리 우리는 헌정을 수호한다는 입장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신속 파면 선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며 헌재를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같은 날 오전 '신속 파면 선고' 단식을 8일째 이어가다 병원에 이송된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박성재 변론 시작 언급하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
이 대표는 "헌재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다"라면서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께서 풍찬 노숙 하지 않고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소속 3선 의원들은 '윤석열 가족 측근 비리 백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100가지 비리 의혹을 열거하며 헌재의 '빠른 판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을 비롯한 3선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가족 측근 비리 등 파면 이유를 담은 백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
실무작업을 맡은 김영호 의원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헌재 재판관님들께 간절히 호소한다"면서 "계엄령 선포, 내란죄 말고도 윤석열의 파면 사유는 100가지 넘게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하며 "파면이 되더라도 그동안의 실정은 계속 밝혀야 한다"면서" 헌재 재판관께도 여러 실정과 국민 불안, 경제 상황에 (윤 대통령이) 충분한 책임이 있으니 결정하는 데 참고하시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선고 지연' 이유를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주민 의원은 "내용보다는 절차적 이유로 지연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조속히 헌정 질서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헌재 재판관 입장에서도 절차적 완결성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그래도 굳이 예측한다면 이번 주는 넘기지 않을 거라 본다"고 추측했다. < 오마이 조혜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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