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위법성…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 위헌판단 주목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월 1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진행된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헌재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를 예고하면서 그 결정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각각 12·3 내란을 주도하고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그 뒤 국회가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면서 두 사람 탄핵 사건은 닮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 문제로 ‘각하’되지 않고 본안 판단까지 나아간다면, 한 총리 탄핵 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 쪽과 여권이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내란죄 사유 철회’와, 탄핵 재판의 주요 쟁점인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헌재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13일 뒤인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소추 사유는 총리 시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했고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으며, 대통령 권한대행 때에는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점이 꼽혔다. 탄핵소추 사유로 보면, 윤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한 총리가 이에 가담했다는 대목에서 ‘12·3 내란’을 고리로 두 사람의 탄핵 쟁점이 겹친다.

 

법조계에선 한 총리 탄핵 선고에서 헌재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총리는 비상계엄 날 밤 군 투입 지시 등 위법한 일에 직접 관여한 게 없기 때문에 헌재가 (한 총리 사건에서) 12·3 비상계엄 과정 전체를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의 적법성은 중요한 쟁점이다. 한 총리 사건의 결과를 통해 12·3 비상계엄의 위헌 요소 중 일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미리 알 수 있는 셈이다.

 

또 윤 대통령 쪽이 탄핵심판에서 제기한 절차적 문제가 헌재에서 받아들여질지, 한 총리 탄핵 선고를 통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내란죄를 탄핵 사유로 포함해 국회에서 소추안을 의결한 뒤 탄핵 재판 과정에서 형사적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를 제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때도 뇌물·강요죄를 탄핵소추안에 포함했다가 나중에 철회한 전례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 쪽은 절차상 문제가 생겼다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에서 ‘내란죄 철회’가 적법한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쪽의 절차적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본안 판단의 변수는 의결정족수 문제다. 국회는 권한대행 자리인 대통령 의결 요건(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이 아닌 총리 요건(300명 중 과반수 찬성)으로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만약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통령 의결 요건이 필요했다고 판단하면 사건은 각하 처분돼 본안 판단 없이 한 총리는 직무에 복귀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국회의 한 총리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뒤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의 위헌·위법성을 확인하더라도 한 총리가 파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위헌·위법 행위의 중대성까지 인정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가 헌재에 지금 거의 없기 때문에 내란 가담 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정계선·조한창·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파면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가 지난달 27일 위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 행위가 있었지만, 헌재의 위헌 확인은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파면에 이를 정도로의 헌법 위반’으로 판단하진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 한겨레 오연서  김지은  장현은 기자 >

 

‘운명의 일주일’ 여는 한덕수 탄핵심판 세가지 쟁점···윤석열 탄핵에도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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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 선고 하루 전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벽이 쳐져있다. 이준헌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한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꼭 100일째가 되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보다 먼저 한 총리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즉시 파면되고, 반대로 기각이나 각하하면 한 총리는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무엇보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도 일부 겹치는 만큼 헌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 정족수’ 문제되면 사유 판단 없이 각하 가능성

 

한 총리 탄핵 결정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탄핵소추 의결 당시 국회 정족수가 채워졌는지를 따지는 ‘절차’ 문제다. 한 총리 측은 지난해 12월27일 탄핵소추안 가결 때에는 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다고 지적한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 의결 정족수(200석)가 아닌 국무위원 탄핵 의결 정족수(151석)를 적용해 탄핵소추한 것이 위법하다며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회는 “대통령 업무에 대한 권한대행일뿐 ‘직’은 여전히 총리”라고 반박한다. 헌재가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다른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사건은 ‘각하’ 된다. 이 경우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국민의힘 등이 문제를 삼을 수 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채모 상병 특검법 거부권,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 총 다섯가지다. 이 사유 중에서 헌법재판관 불임명에 대해 헌재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주목된다.

 

한 총리 탄핵 이후인 지난해 12월31일 최 권한대행은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중 마 후보자를 뺀 2인만 임명했는데, 이에 대해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한 총리가 그보다 앞서 재판관 3인을 모두 임명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위헌·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한 총리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이미 위헌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탄핵심판에선 적용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결정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 총리 탄핵 사유 5가지…내란 관련 겹치지만 실체 파악 안 할 수도

 

비상계엄 방조와 관련된 탄핵 사유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돼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한 총리 탄핵을 통해 대통령 탄핵의 단서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주요 사유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인 데 반해 한 총리의 사유는 내란 행위에 대한 ‘방조’이기 때문에 사안이 많이 겹치진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한 차례 변론을 하고 약 90분 만에 종결했다. 따질 쟁점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한 총리는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를 반박하며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들은 뒤에는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열었다는 ‘5분 국무회의’ 관련 위법성 정도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한 총리도 앞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향 김정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