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에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인물 알박기

● COREA 2025. 4. 19. 14: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시민구단 성남FC 대표에 우익 정치평론가 장원재 씨

2000년대 초에 문창과 교수하다가 축구 기자로 활동
김문수 경기지사 시절 영어마을 사무총장 불명예 퇴진
변희재 등과 '명품수다' 등 출연하며 정치평론가 변신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의심 단체 '바소사'에서 대표직
내란 국면에 "선관위 서버, 중국 화웨이 제품" 의혹 제기
극우 유튜브서 "체육계 좌파 카르텔 보조금 삭감" 주장

과거에 축구 경력이 있긴 하지만 전문성 있는지는 의문
성남시, 성남FC 등 인사 검증 등 제대로 했는지도 물음표
국힘 소속 시장이 구단주…팬들도 "시장 의중이다" 불만

성남시 의회 민주당 관계자 "시의회 차원서 대응할 것"

 

장원대 성남FC 신임 대표이사. 2025.4.18. 성남FC 홈페이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대표이사에 과거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연루 의심을 받는 단체인 'SNS 바른소리와 사람들'(바소사)의 대표를 맡은 극우인사가 선임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바소사'는 국정원이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이른바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에 나온 '트위터 파고들기와 SNS 인프라 구축' 일환으로 만들어진 극우 단체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가 마무리 되기 전 각종 공공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알박기 보은인사'가 국민의힘이 지자체장인 성남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창과 교수서 수원월드컵재단 이사까지
영어마을 사무총장 시절 '불명예 퇴진'해

 

17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3일 프로축구 K리그2(2부) 성남FC는 제8대 대표이사로 장원재 씨를 선임했다. 성남FC 등에 따르면 장 씨는 2001~2008년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극우 매체인 월간조선 칼럼니스트와 아시아투데이 선임기자를 역임했다.

 

장 씨의 축구 등 스포츠 관련 경력은 20여년 전에 집중돼 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2004~2005), 2002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홍보자문위원(2001~2002)을 지냈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 조선일보 독일특파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또 '속을 알면 더 재미있는 축구이야기'(2002), '황홀하고 격정적인 한국 축구를 위하여'(2009),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2010) 등의 저서를 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 및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2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5.4.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 씨는 축구계와의 인연을 이어가면서도 2008년을 기점으로 축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독특한 이력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2008년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러나 장 씨는 영어마을 사무총장 재임 당시 직원 대량해고, 자신의 급여 인상 및 성과급 부당수령, 업무와 관련없는 유명호텔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등으로 2012년 불명예 퇴진했다.

 

또 그는 영어마을 사무총장 재직 중이던 2010년 8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이사로도 중복 선임됐다가 2013년 뒤늦게 재직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화재 발생, 경영난 등 관리부실 논란이 일고 있던 때다. 경기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영어마을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공공기관인 월드컵재단의 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적정하냐"고 지적했다. 장 씨는 이사 재임 중 있었던 11차례 이사회 중 5번만 출석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 출연한 장원재 당시 SNS바른소리 사람들(바소사) 대표의 모습. 2025.4.18. 유튜브 자료화면 갈무리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 맡아
고성국TV서 "체육계 좌파 카르텔 척결"

 

영어마을로 문제가 된 장 씨는 2011년부터 우익 인사였던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박성현 인터넷문화협회 회장, 석수경 문화기획자 등과 함께 인터넷 토크쇼 '명품수다'를 진행하고, 이어 2013년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정치평론가로 모습을 탈바꿈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우파 스피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씨는 지난 2012년 국정원 정치개입 여론조작 의심 단체인 'SNS 바른소리와 사람들'(바소사)를 창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바소사는 국정원이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이른바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에 나온 '트위터 파고들기와 SNS 인프라 구축' 일환으로 만들어진 극우 단체로 분석된다. 바소사에는 국정원 댓글부대 알파팀 팀장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알파팀 팀원인 홍수연 인터넷 선동 척결단장 외에도 국정원 지원 의혹을 받는 극우단체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의 이경자 대표, 대한민국 애국보수주의 연합 황세영 대표 등이 참여했다. 

 

2012년 7월 21일 장원재 씨가 대표를 맡은 'SNS바른소리와 사람들' 출범식 기사. 바소사에 국정원 댓글부대 알파팀 팀장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알파팀 팀원인 홍수연 인터넷 선동 척결단장 외에도 국정원 지원 의혹을 받는 극우단체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의 이경자 대표, 대한민국 애국보수주의 연합 황세영 대표 등이 참여한 사실이 확인된다. 2025.4.18. 뉴데일리 기사 갈무리
국가정보원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보고한 SNS 장악 보고서 문건 중 일부. 바소사와 같은 단체 육성을 통해 정권에 유리한 트위터를 키워 인프라로 구축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25.4.18. 세계일보 전문 공개본 갈무리

 

이들 가운데 대한민국애국보수주의연합 황세영 대표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쪽에서 대거 글을 공유한 극우 성향 트위터리안 '#KOCON(코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장 씨 또한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국정원 추정 계정들이 대량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 논란이 됐다. SNS에서 유력 인사들이 야권을 공격하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확성기 역할을 한 셈이다. '시민을 정화한다'는 목표로 세워진 단체인 바소사를 중심으로 장 씨 등이 국정원 여론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장 씨는 최근에도 '우파 스피커' 역할을 해오고 있다. 22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배나TV 대표이자 진행자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내란 국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윤석열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주장을 대변했다.

 

장 씨는 12·3내란이 터진 뒤인 지난해 12월 12일 극우 매체 <아시아투데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약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부정선거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왜 부정선거가 아닌지, 부정선거가 일어날 수 없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알기로 선관위 장비가 중국 화웨이 제품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극우매체 아시아투데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선관위 장비가 중국 화웨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장원재 씨의 모습. 2025.4.18. 아투TV 유튜브 방송 갈무리

 

장 씨는 내란이 터졌던 지난해 12월 3일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우익분들을 만나면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이 다 저쪽(좌파)으로 넘어갔다고 한탄하는데, 이대로 두면 스포츠도 친대한민국적이지 않은 세력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며 "체육 정책에 관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 민주당 안민석의 독무대였다. 그래서 그 (좌파) 카르텔이 형성된 거고 실제 회복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보조금 집행 내역만 제대로 감사해도 상당 부분 바로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윤석열식 '카르텔 때려잡기'를 주장한 것이다. 체육계가 좌파 카르텔에 의해 장악됐다는 시각을 가진 인사가 시민 구단의 대표로 재직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축구 경력은 있지만 전문성 있는지 의문
민주당 성남시의원 "심각하게 보고 있어"

 

15년 정도 극우 정치평론가 등으로 활동해 온 장 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K리그2 충남아산FC 부대표를 함께 맡으며 축구계와 인연을 다시 이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구단인 충남아산FC는 구단주가 아산시장으로, 장 씨가 부대표를 맡던 기간엔 국민의힘 소속 박경귀 아산시장이 구단주였다. 이어 올해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우연일 수 있지만, 장 씨의 '체육계 좌파 카르텔' 관련 발언 등을 고려하면 정치 목적에 의한 팀 이적으로도 보인다.

 

지역 정가에서는 장 씨를 성남FC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알박기 보은인사'와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이 파면된 상황에서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인사들을 미리 '알박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상 운영됐던 시민구단의 구단주(이재명 성남시장)를 고발하고, 프로축구팀에 들어오는 기업 후원금까지 제3자 뇌물 혐의를 걸어 구단의 운영 자체를 망가뜨린 검찰을 비호하는 극우 세력이 선임한 인사가 시민구단을 관리한다는 자체가 정상인지 의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2023.2.27. 연합

 

1990년대, 2000년대 K리그(1부)를 풍미했던 성남FC는 지난해 K리그2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성남FC 부진은 인사 및 운영 문제 등에도 있지만, 검찰의 무리한 성남FC 후원금 수사로 인한 영향도 있다. 시민구단을 후원했다가 정치 상황에 따라 뇌물 공여 등으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기업이 후원을 끊어 구단 운영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찰이 무혐의 내린 데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 수사를 하면서 시민들의 체육 복지까지 영향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시민구단의 재건 및 개혁을 위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함에도 윤석열의 내란에 동조한 극우 인사를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이다.

 

장 씨의 정치적 배경을 제외하고 스포츠 관점에서보더라도 시민구단을 재건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성남FC는 지난 3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장 대표이사는 스포츠 행정 및 축구 저널리즘 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지만, 과거 2000년대 초반 이외에 축구계 경력도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나 정치 평론가로 활동한 이력을 고려하면 그가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있다. 시와 구단에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남FC는 지난해에도 대표이사 권한으로 자격기준 예외를 적용해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국민의힘 정치인 출신 사무국장을 특채 채용해 인사전횡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24년도 주식회사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사업보고서 내 이사회에 관한 사항과 임원 현황. 2025.4.18.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성남FC 지원을 담당하는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장 대표가 선임된 뒤 프로필을 받았다"면서도, 장 씨의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대표 이력,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 이력, 정치평론가 이력 등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검증을 통해 승인·배제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관계자는 "성남시가 FC를 운영한 것에 대해 지원하고 있지만 대표이사 선임 등은 주식회사의 고유 업무"라며 "성남시가 소수주주이긴 하지만, 이사회에서 선임한 것만 알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성남시장이 구단주이고, 성남시장애인체육회가 대주주지만 대표이사를 검증하고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남FC 이사회 구조를 보면 사실상 구단주와 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올해 3월 한국거래소에 제출된 2024년도 주식회사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를 선임한 성남FC 이사회는 6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김영하 전 성남FC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이 모두 축구와 무관한 비상근 사외이사다. 대표를 제외한 이사들은 축구와 거리가 먼 농협지부장, 정형외과 원장, 병원장, 사기업 대표 등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구단주와 대표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남FC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장 씨를 대표로 선임했는데, 성남FC 팬들 사이에서 "신상진 시장(구단주)이 원하는 인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남시의회. 2013.1.3. 

 

성남시의회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워치독>과 통화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제보 내용 등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FC 쪽은 신임대표 알박기 보은인사 의혹에 대해 "공식입장이 없다"고만 답했다.

<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