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유죄 판결과 별도로
7명 살해 사실 추가로 밝혀져
최웅 등 9명 민간인 학살 고발도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작전 직후 노먼 소프 기자가 찍은 안종필군(앞)과 문재학군의 주검. 문군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영상 갈무리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1980년 5월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씨와 제3공수여단장이었던 최세창씨를 내란목적살인죄로 추가 고발하는 방안을 전원위원회에 올린다. 전원위원회에서는 최웅 당시 제11공수여단장 등 진압군인 9명을 민간인 살해 혐의로 고발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된다.

 

조사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는 정호용씨와 최세창씨에 대한 내란목적살인 혐의 고발 안건과 함께 최웅씨 등 9명의 민간인 살해 혐의 고발 안건이 상정된다. 전원위원회는 합의제 운영이 원칙이지만,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을 통해서라도 고발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게 다수 위원들의 생각이다.

 

조사위가 정호용·최세창씨를 내란목적살인죄로 고발하려는 것은 1997년 12월 대법원이 전두환·황영시·정호용 등 5명에게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릴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던 범죄가 새롭게 확인됐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전두환 등에게 적용된 내란목적살인 혐의는 1980년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광주재진입작전 과정에서 윤상원 등 저항시민 18명을 살해한 행위와 관련된 것인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시민 7명이 같은 날 계엄군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별도의 범죄’(별죄)로 처벌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사망한 전두환 등 4명은 공소권 소멸로 기소가 불가능해, 1997년 유죄가 확정된 정호용씨와 당시엔 혐의 적용이 되지 않았으나 12·12 군사반란과 광주 진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최세창씨를 추가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조사위 설명이다.

 

조사위는 내란목적살인죄의 경우 이미 처벌을 받은 피고인이라도 새로운 범죄가 드러나면 추가 기소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2020년 11월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용역 의뢰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국내법적 쟁점 연구’에서도 ‘내란목적살인죄는 살인죄에 대한 가중적 구성 요건으로서 피해자의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별죄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공소시효 문제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995년 12월21일 제정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헌정범죄시효법)은 내란죄 및 반란죄, 집단살해에 해당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1980년 5월23일 채수길, 양민석 등 시민 2명이 즉결처분된 광주 동구 지원동 주남마을. 정대하 기자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호용씨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사위가 내란목적살인죄로 검찰 고발을 추진한다’는 것과 관련해 “쓸데없는 소리 말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전화를 끊었다. 5·18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광주에 왔던 정호용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모의참여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뒤인 이듬해 사면됐다. 그는 2020년 5·18조사위에 낸 진정서에서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전두환 장군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특전사 예하 여단을 타 부대로 배속시켜 내겐 작전지휘권이 전혀 없었는데도 특전사령관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전두환 정권 아래서 육군참모총장과 내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최세창씨 역시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별로 (해명할) 생각이 없고, 의견 드릴 것도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5·18 당시 제3공수여단에 실탄 배부와 실탄 사용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1997년 대법원에서 열린 12·12 군사 반란 및 5·18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반란모의 참여 주요 임무 종사, 상관 살해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8월 사면됐다. 조사위 쪽은 “최세창씨는 내란목적살인죄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5월27일 진압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내란목적살인 혐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씨는 5·18 이후 수경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을 지냈고, 1989년 전역해 노태우 정권 때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광주 남구 송암동 송암공단 안 연탄공장 관리부장으로 근무했던 류시열(76)씨가 지난 3일 남구 송암동 오케이자동차학원 옆 빈터를 가리키며 민간인 학살 의혹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조사위가 정호용·최세창씨 고발 건과 함께 전원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한 최웅 전 11공수여단장 등 군 관계자 9명의 고발 안건은 1980년 5월23일과 24일 주남마을(지원동)과 송암동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관련돼 있다. 최웅 전 여단장은 5월23일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 생존 시민 2명을 즉결 처형한 혐의로 지역대장, 병사 등 5명과 함께 고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하루 뒤 송암동에서 있었던 민간인 3명을 즉결 사살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다른 군인 4명과 함께 고발 추진 대상자에 올랐다.

 

조사위는 20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이 안건들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조사위 전원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에 민주당 추천 비상임위원 3명과 국민의힘 추천 비상임위원 3명을 더해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추천 비상임위원 3명은 지금까지의 활동 성향으로 미뤄 안건 처리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사위 내부의 관측이다. 조사위 핵심 관계자는 “전원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안건 채택 표결 동의를 얻어 표결로 처리할 수 있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인원 과반인 5명이다”라고 밝혔다.

 

조사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병로 전남대 교수(5·18연구소장)는 이번 고발 추진과 관련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제44조)에는 ‘조사위 조사 결과 범죄 사실이 있거나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한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 정대하  김용희 기자 >

 

민주 “김문수, 정호용 영입했다 취소…또 쿠데타 벌일 작정인가”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를 지휘하는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상임고문으로 14일 저녁 위촉했다 논란이 되자 몇 시간 만에 급히 취소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광주학살 책임자 영입을 시도한 김 후보, 윤석열에 이어 또 쿠데타를 벌일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목전에 두고 광주학살 책임자를 선대위에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다니 김 후보는 제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정호용이 누구인가. 신군부 핵심 5인 중 한 명 아닌가. 12.12 군사 반란 가담자이며 광주 학살을 지휘한 특전사령관이다. 또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군사 독재의 망령”이라며 “‘윤 어게인’도 모자라 ‘전 어게인’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윤석열 내란세력도 모자라 전두환 반란군까지 끌어안아 내란세력 총사령부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김문수가 곧 윤석열이고, 전두환”이라며 “김 후보는 정호용 상임고문 위촉 시도로 대한민국을 군사독재 시대로 되돌리려 했던 윤석열의 후계자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12·3 내란을 이겨냈듯, 대한국민께서는 6월3일 투표의 힘으로 뻔뻔한 내란 잔당들을 심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준호 선대위 전략본부장도 이날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김문수 후보가) 석동현뿐 아니라 12.12 군사쿠데타 주동자 정호용을 영입했다 뒤늦게 취소했다. 이틀 전 김 후보의 계엄 사과는 역시나 ‘윤석열식 개사과’였다”며 “국민의힘의 쿠데타 정당 디엔에이(DNA)를 감추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천 본부장은 김 후보에게 묻는다며 “김문수의 최종 목표는 대선 아니라 윤석열 구하기, 국민의힘과 자유통일당 합당이 아닌가. 김 후보는 선거운동 다닐 때가 아니라, 당무우선권 발동해 윤석열 제명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김규남  김채운 기자 >

 

김문수 선대위 ‘12·12 가담 5·18 진압’ 정호용, 고문 인선했다 취소

 
 
파행운영중인 국회정상화 대책을 논의하기위해 소집된 민자당 의원총회장에서 정호용 의원(오른쪽)과 허삼수 의원이 12.12사건관련자 기소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1994.11.17 연합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4일 저녁 5·18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을 지휘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김문수 대통령 후보자를 자문할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논란이 되자 한밤에 번복하는 소동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의 상임고문 위촉을 취소했다”는 공지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이날 오후 6시께 제21대 대통령선거대책기구 추가 인선을 단행하면서 정 전 장관 등이 포함된 대선 후보 자문 및 보좌역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는데, 몇 시간 만에 이를 취소한 것이다.

 

정 전 장관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하고 이듬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당시 특전사령관으로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공수부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에이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는데, 과거 계엄 확대와 내란 주도자로 지목된 정 전 장관을 선대위에 영입한 것을 두고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선대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를 시민사회특별위원회위원장으로 포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선대위 클린선거본부 공동대응단장에 내란 기획자로 지목돼 구속재판 중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변호인인 최기식 변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반발해 강원도당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친한동훈계 박정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석동현 변호사의 선대위 합류 기사를 공유하며 “이 거짓말은 진짜냐. (적절한 인사 영입인지) 그런 거 묻지 말고 똘똘 뭉쳐라?”라고 비판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싸워도 모자란 시간에 아직도 윤석열 타령을 하고 있다. 당을 보면 모두 이번 대선을 포기한 사람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