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가 오늘의 우리를 구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에 “1980년 광주가 우리를 구했다”며 12·3 내란 사태를 다시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18일 시민은 물론 정치권도 내란 사태를 통해 유명해진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화두를 떠올리며 ‘80년 광주’에 감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에서 스러져 간 수없이 많은 광주 영령들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일깨워서 12월3일 내란을 진압하지 않았느냐”며 “80년 5월 광주의 역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 구한 것”이라고 상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광주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고, 그날의 외침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3일, 또다시 계엄령이 시도됐던 그 날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 역시 5·18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애도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20대 시절 일기장 맨 앞에 항상 적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화두는 알려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이번 12·3 내란사태를 겪으며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라고 연설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자는 움직임도 정치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5·18 기념식에 참여한 이재명 후보는 “국민주권주의 주권재민의 사상을 목숨을 바쳐가면서 실행했던 광주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도 “오월정신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오월정신을 모욕한 윤석열을 쫓아내고 처음 맞는 5·18이다”라며 “오월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진보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고귀한 씨앗입니다. 이 정신을 헌법에 새겨넣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80년 오월의 광주가 있었기에 민주공화정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적 정의를 완성할 수 있도록 5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각자의 5·18을 떠올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과거의 광주’에 감사했다. 류영재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광주 시민들, 그들과 연대한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특히 그분들이 다시 한 번 살린 오늘을 살자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7살 남짓에 ‘광주학살의 진상’이란 사진첩을 처음 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는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윤석열은 계엄을 결심하던 순간부터 집행하는 순간, 실패하는 순간까지 무력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며 “전두환과 신군부에 대한 단죄처럼, 2024년 내란 세력을 정확하게 치죄하는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 신윤동욱 기자 >
이재명 “내란 이겨낸 국민 저력, 5월 광주 피·눈물에 빚져”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내란의 어둠을 빛의 혁명으로 이겨낸 우리 국민의 저력은 80년 5월, 광주의 피와 눈물에 깊이 빚지고 있다”며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5월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45주년 기념식 참석 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에서 “인간의 한계와 두려움을 뛰어넘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 앞에서 오늘도 또 한번,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고 추모했다. 그는 “지난 12월3일 계엄의 밤, 제 마음속에는 45년 전 광주의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며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하여 목숨을 걸고 가두방송을 했던 분들의 용기가 제 가슴을 울렸다”고 돌아봤다. 1980년 5월 시민군 가두방송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광주 거리에 울려퍼졌던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던 호소를 상기시킨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그 밤, 기적처럼 모여든 국민들은 장갑차와 군인들 앞에 오직 용기 하나만을 무기로 맞섰고 동이 트기도 전에, 시대착오적 계엄은 찬란한 빛의 혁명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더불어 사는 대동세상, 서로가 앞장서 이웃을 지키고 보듬고자 했던 고귀한 인간성의 실천은 또 한 번 살아있는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기렸다.
이 후보는 “내란을 완전히 종식해야 분열과 갈등, 극단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 이념과 진영을 넘어설 때, 하나 된 국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적었다. < 엄지원 기자 >
스카이데일리, ‘5·18 북한개입 보도’ 사과…오월단체 “끝까지 단죄”
신문 1면 사고 내어 “5·18은 민중항쟁 인정” 사과
법적 단죄 나선 5·18기념재단·광주시 “끝까지 간다”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광주 금남로에서 ‘5·18 북한 개입’ 특별판을 배포했다가 오월단체와 유족들의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에 직면하자, 지난 16일치 신문 1면에 사고를 내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과 광주시가 꾸린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TF)’는 “끝까지 간다”며 법적 단죄 방침을 밝혔다.
18일 스카이데일리 ‘5·18 보도 사과드립니다’ 사고를 보면, 이 매체는 “본지는 그동안 5·18 북한 개입설 등을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희생자와 유족들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본지는 5·18 45주년을 맞아 광주민주항쟁이 시민폭동 사태가 아닌 시민의거이고 민중항쟁이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킨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할 방침”이라며 “세간에 화제가 된 중국 간첩 체포설에 대해서도 사실여부를 재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가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데, ‘5·18 북한군 연루’는 진실이 아니란 게 이미 정부 조사를 통해 수차례 검증됐는데도 검증을 빌미로 왜곡 보도를 이어나갈 것이란 의심이 든다”며 “(법적 대응으로) 강하게 나가고 나서야 꼬리를 내리는 것 같으니, (법적 단죄로)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카이데일리 쪽은 지난 14일 5·18유족회 사무실에 직원을 보내어 5·18 왜곡 기사에 대한 사과와 정정보도를 거론했으나, 유족회 쪽은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5·18기념재단에도 방문할 뜻을 전했지만, 재단 쪽이 거부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연초에 ‘5·18은 김대중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란 주장을 머릿기사로 실은 40면짜리 ‘5·18 특별판’을 발행한 데 이어, 1월10일치 1면에 사고를 내어 이 특별판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서 1천만부를 실비로 보급하는 캠페인을 한다고 알렸다. 이후 문제의 특별판은 올해 2월15일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개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도 배포돼 큰 논란을 불렀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지난 1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5·18 특별판을 배포한 스카이데일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5·18 당시 계엄군 총격으로 숨진 조사천씨와 임신부 최미애씨 유족들, 5·18기념재단, 광주광역시도 특별판 왜곡보도와 관련해 스카이데일리 등을 지난 1일 광주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 < 정세라 김용희 기자 >
‘내란 동조’ 안창호 자리는 없다…5·18기념식 왔지만 입장 막혀
광주시민·유족 거센 항의
“미소 띠고 경호원에 둘러싸여 광주 조롱”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 항의에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18일 오전 9시35분 안 위원장은 5·18민중항쟁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들렀다. 차에서 내린 안 위원장은 경찰 20여명에 둘러싸인 채 민주의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일부 5·18단체가 항의 집회를 예고하자 안 위원장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을 발견한 일부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말하며 안 위원장의 입장을 제지하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안내를 받아 민주의문에 들어선 안 위원장은 다시 5·18 유공자 항의를 받았다. “여기가 어딘데 들어와” “안창호는 물러가라” “나가”라는 날 선 비판이 이어졌고 몇 유공자는 이동 경로를 막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민주의문에 들어섰으나 묘역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발길을 돌려나오는 과정에서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를 본 일부 야당 위원들은 “결국 못 들어갔구먼”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빨리 떠나라”는 시민단체 목소리가 크게 들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오전 9시 44분께 자리를 떴다. 차를 타기 전 보좌진과 경찰에게 악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 5·18유공자는 “안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우롱하는 태도였다”며 “항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광주를 찾은 것을 보면 ‘5·18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유공자 반대 때문에 입장을 못했다’는 명분 쌓기용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성명을 낸 5·18서울기념사업회와 오월어머니집도 “안 위원장은 굳이 불청객으로 오면서 경찰에 공식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보란 듯이 경호요원에 둘러싸여 입장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뻔하다”며 “분노한 5·18 피해자들에게 욕을 먹고 봉변당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 자신을 극우 보수의 수난자처럼 행세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안 위원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냈다.
인권위는 2월10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 의결하며 안 위원장 등 일부 위원은 내란에 동조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
언론은 5·18 정신 잊지 말자 [사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며 수년간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희생자와 유족을 폄훼한 스카이데일리가 대표이사 교체 후 지난 16일에서야 광주 시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간 유족에게 남긴 상처와 허위정보 유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자사가 자행했던 허위 보도의 전말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2013년 채널A는 1980년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군이라며 탈북자 김명국(가명)씨 인터뷰를 내보낸 뒤 김씨의 거짓말이 밝혀진 뒤에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 5·18 정신을 왜곡했던 다른 언론사들도 스카이데일리처럼 늦더라도 사과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를 있게 만든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나아가 모든 언론은 5·18 허위정보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유튜브나 광장에서 쏟아지는 왜곡과 혐오에 보도로 맞서야 한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5·18 정신이 소중한 시기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극우 세력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면 1980년 광주는 폄훼당하고 민주주의는 짓밟힐 것이다. 언론은 내란 이후 보도에서 광주 정신을 잊지 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 만큼 이에 대한 의제 설정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미디어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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