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급 전원 해당…당분간 '직무대행체제' 

33경호대장 · 55경비단장 파견 해제 조처
대통령실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실행할 것"
경호처 "국민 불신 받은 경호처 변할 것"

경찰, 비화폰 삭제 간여 박종준 전 차장 특정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경호처 인사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9. 연합
 

대통령실은 대통령경호처 본부장 다섯 명의 대기발령을 결정했다. 대통령경호처 역시 과감한 쇄신을 약속했다. 내란종식으로 가는 한 걸음을 뗀 셈이다. 내란에 관한 증거인멸 중심에 대통령경호처가 있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 삭제'와 관련해 국정원과 주고받은 연락 내역을 수사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경호처는 12·3 내란과정에서 법원이 합법적으로 발행한 체포영장 집행과 압수수색을 막으면서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며 "경호처 수뇌부는 적법한 지시를 거부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한 간부들을 상대로 인사 보복을 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이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병으로 전락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오늘자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경호처 본부장 다섯 명을 전원 대기발령했다"며 "추가적인 인사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대통령경호처는 당분간 직무대행체제로 전환된다. 이는 새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인적 쇄신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조치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열린 경호 낮은 경호의 실행"이라고 전했다. 

 

대기발령 조치된 대통령경호처 간부는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대경 경호지원본부장, 노승룡 경호안전교육원장, 안경호 기획관리실장 등이다. 대통령경호처는 별도 공지를 통해 본부장급 전원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와 함께 "핵심부서 간부급들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는 국민주권정부 들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았던 경호처를 과감히 쇄신하고 거듭나는 차원의 첫 단추"라고 덧붙였다. 

 

대통령경호처에 파견와 있던 33경호대장과 수방사 산하 55경비단장은 파견 해제 조치로 경호처를 떠나게 됐다. 이들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영장 집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대통령경호처 협조 요청에 응했던 부대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내란 종식'을 위해 대통령경호처 개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 삭제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통화 기록이 삭제되기 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통화를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지난해 12월 6일 삭제된 윤석열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과 관련해 국정원과 대통령경호처가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10. 연합
 

지난해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면담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날이다. 홍 전 차장은 국회에서 윤석열과의 비화폰 통화 화면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통화 화면에는 '대통령님' '무선보안 1000' 'pss1000'이라고 적혀 있었다. pss는 경호처(Presidential Security Service)의 약자고, 1000은 대통령을 의미하는 경호처 내부 표기로 보인다.

 

경찰은 홍 전 차장의 폭로 이후 국정원 측이 경호처에 비화폰 '보안 조치(원격 로그아웃)'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되면 통신 내역 등 정보가 초기화된 것처럼 지워진다. 경찰은 이런 과정이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며, 구체적인 삭제 경위와 관련한 지시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4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김 전 차장한테서 "비화폰 삭제를 지시한 바 없다" "당시 책임자는 박종준 경호차장이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박종준 전 차장과 조태용 국정원장 등을 소환 조사하겠단 방침으로, 박 전 차장과 조 원장 측에 전화·문자로 질의했으나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과 홍 전 차장, 김성훈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 삭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불상자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실 경호처장에 황인권 전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경호차장에는 경찰 출신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낙점했다. 이 대통령은 황 처장을 임명하면서 "이제는 국민을 위한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통해서 경호실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을 너무 많이 막지 마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