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사법개혁 선후 선택의 문제 아냐

대법관 증원 소폭에 순차적으로 하면 실패

대법원 전문법원화로 전원합의제 부담 해소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인 지명권 없애야

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넣어야 마땅
좌고우면 말고 국민 믿고 조속히 완수해야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사법부는 물론 수사기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4일 대법관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왼쪽)과 대검찰청 모습. 2025.6.5. 연합
 

1. 사법개혁의 필요성

 

최근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대법관 증원을 필두로 민주당이 정권 초기부터 사법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사실 그동안 학계에서 제기된 시급한 사법개혁 주장에 대하여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사법제도가 국민들의 기본권과 민생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련의 내란사태와 사법쿠데타를 겪고 나서야 사법개혁에 눈을 돌리게 됐다. 최근의 사법 사태가 사법개혁의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명실상부 헌법정신에 따라 기득권 세력과 권력 집단이 아닌 국민에 대한 충복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방안은 광범위하다. 그동안 국민 위에 군림해 온 사법부의 문제점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헌법개정이 요구되는 것들과 법률개정만으로 가능한 것들이 있다. 사법개혁은 대법원 및 각급 법원뿐 아니라, 헌법재판 제도의 개혁과도 연결돼 있다. 여기서는 사법개혁 방안 가운데 비교적 손쉽게 개혁할 수 있는 몇 가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2. 사법개혁의 구체적 방안

 

2-1. 대법관의 증원과 전문 법원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법부 내부, 특히 대법원의 내부 구성과 심리 과정 등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매우 놀랐다. 믿었던 최고법원의 심리와 운영절차가 그토록 부실하고, 1년에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 수가 약 4만 건에 이르고 대법관 한 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3000건이 넘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대법관은 물론 재판연구관도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 그럴 의지도 없고, 그럴 여건도 되지 않는다. 가끔 전관예우에 따라 전임 대법관이 변호인으로 제기한 사건 또는 특별히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건에 대해서만 약간의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의 심리절차에 따르면 모든 사건은 일단 대법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관에게 배정된다. 연구관이 사건을 검토하고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보고서 표지에 ‘심리불속행’이라 표기해 주심대법관에게 보고한다. 이후 사건의 처리는 검토 연구관의 의견대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법관들이 제대로 사건을 읽어보지도 못하는 구조란 이야기다. 실제로 대법원은 민사본안 상고심 사건의 약 70%, 행정본안과 특허본안 사건의 72% 이상을 본안 심리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을 통해 종결하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의 심리와 판결이 지극히 부실하고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민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된다. 한마디로 강자에게는 친절하고, 약자에게는 군림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법부가 약자 보호와 정의 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구호가 실현되는 전당이 돼버렸다. 이는 결국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의 비교적 손쉬운 해결책은 대법관 수의 획기적 증원과 대법원의 전문 법원화다. 이는 필연적으로 하급법원의 전문 법원화를 초래한다. 그런데 그동안 대법원은 과도한 업무부담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면서도 수십년간 대법관의 증원을 결사 반대해 왔다. 대법원 권위 수호와 전관 예우에 대한 고려, 그리고 왜곡된 엘리트주의와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수 귀족으로서의 희귀성과 돈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법체계인 대륙법계의 모국인 독일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사건 관할별로 5개의 전문법원으로 분할되어 있다. 민·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연방통상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 등이다. 대법관 수는 모두 약 320명 정도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담당 전문의가 확보되어 있는 종합병원처럼 각각의 사건의 내용에 따라 관할하는 각각의 전문 법원이 하급법원부터 대법원까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효율적인 심리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대법관들이 배치돼 있다.

 

대륙법계의 또다른 대표국가인 프랑스는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법원으로, 민·형사 사건을 관할하는 최고법원인 파기원과 행정사건을 관할하는 최고법원인 국사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관은 파기원에 약 200명, 국사원에 약 230명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 전문성과 대법관 수에 있어서 우리와 비교가 안된다.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결코 언급하지 않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국회 법사위는 최근 법안심사 1소위를 열어 김용민·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심사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되, 법 시행을 1년 유예한 뒤 이후 매년 4명씩 16명을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김용민 의원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대법관을 30명으로, 그것도 순차적으로 늘리는 개정안은 너무 약소해서 개혁 효과가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이 정도의 소폭 개정안에 대해서도 예상했던대로 국민의힘과 일부 법조계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정치권 주도의 제도 추진에 우회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법원 수만 증원한다면 오히려 모든 사건이 ‘상고화’돼 재판 확정이 더더욱 늦어질 것”이라며 “결국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버리기 때문에 충실한 심리를 통한 권리 구제 기능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처럼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저항에 부딪히자 일단 전체 회의 처리 등 후속 절차를 보류한 상황이다. 임기 초반부터 입법 독주 양상이 펼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신중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의 기능 활성화와 더불어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서 불가피하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없다.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전원합의체 마비 우려와 관련하여 전원합의체 자체가 대법원에서 자주 개최되는 것도 아니고, 전원합의체로 가는 사건 자체도 극소수다. 참고로 2023년 전원합의체로 간 사건은 총 9건으로, 전체 상고사건의 0.02%에 불과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사건을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해결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원합의체 기능 마비를 대법관 증원의 반대 사유로 드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은 미국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헌법재판소를 별도로 설치한 만큼, 대법원은 헌재처럼 ‘정책결정’의 역할보다 ‘권리구제’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이 대법관 증원과 더불어 전문 법원화되어 분할된다면 전원합의체 개최의 문제는 아예 발생되지 않는다. 설사 전문 법원화가 실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법관 증원과 더불어 현재 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각 부를 대폭 증원된 전문 관할별 부(예컨대 민사부, 형사부, 행정부, 조세부, 노동부, 특허부, 군사부 등)로 확대 개편해 각 부별로 전원합의체를 개최하면 된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수가 9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사법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국가적 구조로 인해 민형사 사건 등 일반 사건은 대부분 주 차원에서 그리고 하급심에서 해결된다. 아울러 미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헌법 사건을 담당하는 사실상 헌재의 역할 내지 ‘정책결정’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의 대법원을 미국의 연방대법원에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결국 대법원의 업무과중을 해소하고 대법원의 최고법원으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수의 획기적 증원이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를 참고해 인구수에 비례한 대법관 수로 대폭 증원해야 한다. 아울러 재판의 질적 향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대법원의 전문 법원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물론 독일의 경우처럼 필연적으로 하급법원의 전문 법원화를 수반한다. 대법관 수의 증원은 법원조직법의 개정만으로 가능하지만, 대법원의 전문 법원화는 헌법개정 사항이다.

 

사법부의 공정성과 중립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대법관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 획일적 배경을 가진 소수 엘리트 출신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현재의 대법원은 약자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사회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고,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에 상응하는 재판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강한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구조적 취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구성이 특정 학벌과 출신, 특정 직역과 성향에 치우치지 않도록, 지역·성별·법조 경력 등의 다양성을 반영한 인선 기준을 제도화해서 판결이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재판을 하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결국 사법부가 특정 정권이나 기득권층의 하수인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한다.

 

참고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지난 5월 2일 대법관의 3분의 1 이상을 판검사 외에 변호사, 법학교수도 지원이 가능하게 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을 현행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법조직역 출신이 전체 위원 구성의 반수를 넘지 않도록 하며, 여성 위원을 최소 4명 이상이 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2-2.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헌법소원제도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개인이 기본권의 구제를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아주 유용한 심판제도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공권력 작용, 즉 입법, 행정, 사법 작용 모두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의 행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헌재 판례에 의하여 인정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의 모든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마침 민주당 정진욱 의원은 지난 5월 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사유에 ‘법원의 재판’을 추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본래 헌법소원은 공권력 작용 중에서도 사법(재판)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헌법소원제도의 모국인 독일이 그렇다. 독일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전체 헌법소원 사건의 약 90%이다. 한마디로 헌법소원의 본령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소원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는 헌법재판소법 제정 당시 법원의 재판을 제외했다. 대법원의 기득권과 권위 의식 내지 자존심 때문이다. 즉 재판소원이 인정된다면 대법원이 실질적으로 헌재 밑으로 들어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세간에 알려지기는 대법관들이 헌법상 동급인 헌법재판관들을 한 수 아래로 본다. 자신들이 내린 판결이 다시 헌재의 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위를 훼손하는 참을 수 없는 수치로 본다. 이는 헌재와 대법원의 위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와 국민 기본권의 효율적 보장이라는 헌법 실현의 문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으킨 사법사태에서도 보듯이 대법원의 위헌적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헌법적으로 통제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미국처럼 헌재가 없다면 모르되, 독일제도를 도입해 최후의 헌법수호기관으로 헌재를 설치한 이상 대법원 등 법원의 재판도 최종적으로는 헌재에 의한 헌법적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라고 헌재를 만든 것이다. 사법 사태를 계기로 필자를 비롯한 헌법학자들의 강력한 주장에 드디어 국회가 주목하게 됐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정부 국회는 조속한 시일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간단하다. 이는 법률개정만으로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삭제하면 된다.

 

한편 재판소원을 허용하게 되면 그만큼 헌재의 사건이 늘어나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의 소폭 증원이 바람직하다. 재판관 증원은 헌법개정사항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는 2개 부(Senat)로 구성되고, 재판관은 각각 8명씩 총 16명이다.

 

2-3. 대법관·헌재 재판관 선출 방식개혁 /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 폐지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들의 헌법재판관 지명 또는 임명 거부 사태에서 보듯, 헌재 재판관의 지명과 임명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헌법상 대법원과 헌재,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은 정확히 동급이다. 그런데 헌법 제111조 제3항에 따라 헌재 재판관 중 3인을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반대로 헌재 소장은 대법관 지명권이 없다. 이는 말이 안 되는 것으로 헌법상의 체계정당성에 위반된다. 법률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에 비해 법률보다 상위의 최고법인 헌법심을 담당하는 헌재의 위상이 법리상으로는 독일처럼 대법원 위에 위치해야 하는데, 대법원장의 헌재 재판관 지명권 때문에 오히려 헌재가 대법원 밑으로 들어갔다. 현행 헌법의 체계를 고려한다면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권에 대응해 헌재 소장도 일정 수의 대법관을 지명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과 헌재가 큰 틀에서 동일한 사법기관이라는 점, 양 기관의 민주적 정당성이 모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법원장의 헌재 재판관 지명권과 마찬가지로 헌재소장의 대법관 지명권도 헌법정신에 반한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재판관 지명권을 폐지하는 것이 맞다.

 

독일의 경우를 참고해 헌재 재판관과 대법관을 모두 국회에서, 또는 국회와 관계 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되는 법관선출위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대법원과 헌재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 및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수 있다. 이는 국회를 국민의 제1 대의기관으로 정한 헌법정신과 의회주의에도 부합된다.

 

2-4.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서 일정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마련됐다. 2007년에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제도는 일정한 형사재판에 국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재판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로써 재판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 신뢰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가진다. 직업 법관만의 재판이 자칫 폐쇄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 관료화·보수화되거나, 이념적·정치적 편향의 위험성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법관들의 일방적이고 균형을 상실할 수 있는 재판의 진행과 결과를 국민이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그 대상과 절차 등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그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소송당사자의 효율적인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소나마 사법권에 대한 소송당사자와 국민에 의한 통제가 가능해지고,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2-5. 법원의 판결문 공개 확대

 

법원의 판결문 공개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 물론 판결문 공개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과거보다는 최근 상당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사법부는 ‘종합법률정보시스템’과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 인터넷으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판결문의 공개 범위와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에 상당한 제한이 존재하고, 판결서 열람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많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원칙상 공개하도록 규정하면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놨다. 원칙적으로 모든 판결문은 공개하되, 다만 국가안전보장 등 공익적 이유에서만 예외적으로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다. 해외 법치 선진국들은 대체로 헌법정신에 따라 판결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만 비공개로 한다.

 

법원의 판결문은 이처럼 헌법상,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당연히 공개해야 되는 것이지, 법원의 재량으로 제한될 수 없다. 또한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의 부패와 권력의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절실히 요구된다. 자신이 내린 판결이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공개된다면 그만큼 법관들이 심혈을 기울여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 전관예우의 폐해도 다소나마 방지할 수 있다. 아울러 당사자가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판결문의 공개 확대로 관계자의 사생활 비밀 침해나 기타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실명 처리 등 얼마든지 절차적·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한편 오늘날 AI 시대를 맞아 법률서비스 시장의 발전 추세에 걸맞는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판결문 공개 확대는 필수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심지어 중국도 판결문 공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며 데이터베이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효율적인 사법 통제와 사법의 민주화를 위하여, 판결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판결문의 원칙적 전면 공개는 필수이다.

 

3. 결어

 

이런 최소한의 사법개혁은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근본적으로는 사법개혁을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해야 한다. 법률개정만으로 가능한 것을 시행하고, 헌법개정의 기회가 있을 때 대법원과 각급법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아울러 헌재 역시 재판관의 자격과 구성 방법 및 관할권과 관련한 다양한 개혁을 해야 한다. 또한 대법원과 헌재와의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법조인 교육제도와 선발 문제 및 법원, 검찰, 변호사 상호 간의 관계의 재정립, 그리고 전관예우 근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은 새 정부 초기에 전격적으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와 민생 등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니 실생활에 관계되는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사법개혁 등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첫째, 민생문제와 사법 및 검찰개혁 문제는 상호 배타적이거나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병행 가능하다. 실제로 사법 및 검찰개혁 없이는 다른 분야에서의 개혁도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아울러 사법 및 검찰개혁은 행정부가 별도의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즉 국회는 이미 만들어진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법안을 즉각 공포하면 된다. 나머지는 예산을 추가해서 각 기관에서 추진하면 된다.

 

둘째, 만일 새 정부 초기에 개혁을 못하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당장 내년에 지방선거가 닥치고, 동시에 개헌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될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이 사법 및 검찰개혁 문제는 뒤로 미루게 되고, 22대 국회의원선거가 닥치게 되면 개혁은 물 건너갈 수 있다. 더욱이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많은 비판을 받는 이른바 위성정당의 설립이 금지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된다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오기 어렵게 되고, 따라서 현재의 국회 의석 구도가 무너지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개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당은 행정부와 국회의 권력을 함께 갖게 되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누구도 예상 못한 윤석열의 계엄선포라는 패착이 이런 전혀 뜻밖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전면적으로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았다. 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만일 사법개혁이 성공한다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완전히 민주·호헌 세력이 장악하게 된다.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국가권력이 명실상부하게 국민을 위한 공복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검찰개혁이 사실은 오히려 검찰 개악이 됐다.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공수처의 설치도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이 처음부터 제대로 기능할 없는 공수처법을 제정한 결과 무능 공수처로 전락했다. 정말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윤석열이라는 괴물 검찰공화국을 탄생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우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 초기에 사법 및 검찰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어차피 개혁에 대한 야당과 법조계의 극심한 저항은 상수다. 돌파해야 한다. 좌고우면하면 안된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천추의 한을 남겨서는 안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 아닌가. 국민이 원한다. 국민만을 보고 가라.  < 정연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