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의 공격 가능성도
페르시아만에서 군사 활동이 가장 위력적

미국이 이란의 포르도 등의 핵 시설을 폭격함에 따라, 이란의 보복 공격도 예견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날인 21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들과의 회담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매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한 협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선다면, 미국이 입을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후 자국을 공격한 이후 미국의 군사개입을 금지선으로 설정해왔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할 경우 중동 지역 미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중동 내) 미국의 모든 (군사)기지는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고, 우리는 대담하게 그것들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은 지난 2020년 1월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미사일로 암살하자, 이라크 내 알아사드 기지 등 미군 주둔지에 미사일 16발을 발사해 보복했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요르단 타나프 인근의 미군 전진 초소인 타워22에 드론 공격이 가해져, 3명의 미군 병사가 사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미군의 카불 철수 이후 미군으로서는 최악의 피해였다.
현재 중동에는 4만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중부사령부 전진 지휘소가 있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최대 1만명 내외가 주둔할 수 있다. 바레인에는 해군 5함대 기지가 있고, 8300여명의 미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부엘링기지 및 알리 알사렘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다프라 공군지기 등이 있다.
이란은 지난주 들어서 카타르에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합법적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란의 직접 공격보다는 이란 후원하는 무장 세력들의 공격이 더욱 위협적이다.
이라크 내 이란 지원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들이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작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군 기지들은 오리 사냥터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중에 있는 미국 항공기를 기다리는 예상치 못한 충격”도 거론해, 지대공 미사일, 드론, 사이버전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란 쪽의 이런 군사적 위협은 그 자체로는 중동 지역 미군에 큰 의미가 없다. 큰 피해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은 미군에 큰 부담뿐만 아니라 해당국에도 큰 피해를 자아낸다. 미군이 공격받으면 미국으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공격을 이란에 가해야 하고, 이는 확전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등의 시설도 대상이 된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와 이스라엘에 있는 외교 공관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들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폭격하고, 홍해에서 물류를 방해해 미국 등 서방에게 큰 짐을 주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문제이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참전을 선언해 놓은 상태이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다시 군사활동을 확장하면, 미국은 군사력을 이쪽에도 투입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5월6일 오만의 중재로 후티 반군과 휴전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도 후티 반군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군사적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페르시아만에서 군사작전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6분의 1, 가스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 등으로 세계 경제를 공황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큰 부담이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는, 페르시아만에서 군사활동을 확장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도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 홍해 연안 석유 항만의 마비 등 중동 전체의 전략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조치도 언급했다. < 정의길 기자 >
이란 언론도 핵시설 피격 보도…“이제 미국 시민은 합법적 표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미국이 직접 타격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란 언론도 자국 핵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이르나 통신과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은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곰 지역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새벽 포르도 핵 시설이 공격 받았고 이에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도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파한 인근에서 방공포가 작동했으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 보도를 보면, 폭스뉴스의 진행자 숀 해니티가 폭격 이후인 이날 저녁 9시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6개의 ‘벙커 버스터’ 폭탄이 포르도 핵시설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400마일(약 640㎞) 떨어진 곳에서 미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향해 30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왔다. 모든 항공기는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덧붙였다.
포르도는 대표적인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로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과 나탄즈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곳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핵심적인 장소로 꼽혔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이번 분쟁의 전개 과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날 이란 국영 티브이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 김지훈 기자 >
벙커 은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대비 후계자 3명 지명
공습 속 현 신정 체제 유지 뜻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 성직자들을 지명하고 지하방공호(벙커)에 몸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전쟁을 이끌 후임자를 여럿 지명해 두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현지시각)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란 고위관계자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현재 지하방공호에 머물며 전자 통신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본인이 암살당할 경우 아야톨라 직을 이을 수 있는 고위 성직자 3명을 지정하고, 이 셋 중에서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종교최고기구인 ‘전문가회의’에 미리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30년 통치가 직면한 위태로운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또 군 지휘관들이 임무 수행 중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군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여러 후임자들을 지정해 두었다. 전자 통신을 쓰지 않기 때문에, 군 지휘관들과의 연락은 오직 신뢰하는 측근 한 명을 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원래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철통 보안 시설을 갖춘 ‘지도자의 집’에서 지내며 고위급 회의도, 대국민 연설도 그 시설에서 한다. 이례적인 지하방공호 은신은 그만큼 테헤란을 향한 공습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스라엘은 공격 초기 군 고위 관계자들이 머물던 시설과 거주지를 집중 공격하며 정권 수뇌부 인사들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에 이란 정보부는 모든 고위 당국자 및 군 지휘관들에게 전자기기 사용 중단과 지하 대피 명령을 내려 둔 상태다.
갈등이 격화하며 이란은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조용히 진행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여러 고위관계자들을 빌려 보도했다. 현재까지 아야톨라의 지휘체계는 여전히 작동 중이며, 정치권 내부에서 반발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메네이는 자신이 암살당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순교라고 여기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전문가회의에 자신이 지목한 세 명 중에 신속하게 후계자를 결정하도록 지시한 것도, 현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과정은 수개월에 걸친 내부 조율을 통해 이뤄진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교수(국제관계학)는 “체제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매우 계산되고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신정 체제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직은 이란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사법·입법·행정부 수반이며 최고 종교지도자 역할까지 겸한다. 한편 일각에서 후계자로 거론돼온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번 지명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 정유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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