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4대강 재자연화’ 설명자료
금강·영산강 보 3곳 해체 등 계획빠져
한 국정위원 “껍데기 보고” 자리박차

 

     문재인 정부 들어 개방된 세종보의 2022년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환경부가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위)와 환경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의 주요 환경 공약인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국정위에서 국정 과제가 결정되는 대로 공약 이행 계획을 내놓겠다고 해명했다.

 

10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 직속 국정위 회의실에서 사회2분과가 ‘물 정책 분야 국정 과제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정위 위원들과 환경 분야 전문가들, 환경부 담당 간부들이 모였다. 이날 환경부는 이 대통령의 4대강 공약과 관련해 11장짜리 문건을 제출하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문건엔 ‘4대강 재자연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과 일정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문건을 본 국정위의 한 기획위원은 “문건에 내용이 없다. 껍데기다. 이런 보고를 들을 필요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제출된 문건을 보면,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가 취소해버린 ‘금강·영산강 보 해체’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 이재명 정부의 공약(‘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취소 원상태로 회복’)을 거론했다. 그러나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는 일에 대해선 아무 내용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금강·영산강 3개 보의 해체는 재자연화의 핵심이다.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2022년 환경부는 세종보와 공주보는 2025년까지, 죽산보는 2026년까지 해체한다는 이행계획 보고서까지 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사회적 논의 없이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해버렸다. 이 때문에 보 처리 방안은 이행계획까지 나오고도 3년 이상 시간이 지체된 상황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금강·영산강의 3개 보는 윤 정부에서 뒤집힌 보 처리 방안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바로잡으면 바로 해체할 수 있다. 2022년 이행 계획까지 모두 완성돼 있는 상황이라,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까지는 모두 해체할 수 있다. 환경부가 이런 내용과 일정을 제시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의사 결정과 실행을 계속 미루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21년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는 해체가 결정됐다. 2024년 6월 공주보의 모습. 김규원 선임기자.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낙동강 등 4대강 보 전면개방과 취·양수장 위치개선사업 신속추진’에 대해서도 아무 내용이나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식수·용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 개방·해체 전에 취·양수장의 취수구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환경부는 별 계획 없이 현재까지의 개선 현황만 제시했을 뿐이다. 이 실적도 형편없었다. 개선 대상 취·양수장은 모두 180개인데, 이 가운데 환경부 관할 70개 중 1개, 농식품부 관할 101개 중 10개만 개선 공사가 끝났다. 민간 관할 9개는 하나도 개선하지 못했다. 이중 금강·영산강은 2021년 보 처리 방안이 나온지 벌써 4년이나 흐른 터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지역의 보 개방 반대’와 ‘지자체의 추진 의지 결여’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위의 전문가는 “한강·낙동강도 2021년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이 나와 있으니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해체할 보를 결정하고 환경부에서 바로 실행하면 된다. 모니터링이나 조사·평가를 핑계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180개 취·양수장 개선도 지방정부나 농식품부에 떠넘기지 말고 환경부가 주도해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의 녹조 관리 등 수질 개선 대책도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부는 이날 녹조 대책으로 국립환경과학원에 등록된 14종의 녹조 제거 물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36곳에서 조류(녹조) 경보제를 운영하고 있고, 친수 활동 시설 8곳에서도 녹조 감시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녹조 개선에 가장 효과가 좋은 보 개방에 대해선 아무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는 “녹조를 제거하려면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상태에서 보를 얼마나 개방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녹조를 줄일 수 있을지 계획을 가져왔어야 한다. 환경단체가 밝혀낸 녹조의 독성에 대해서도 나오지 않았다거나 위험하지 않다고 버틸 것이 아니다. 조사 위치나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또 다른 전문가도 “이재명 대통령이 4대강 재자연화를 하겠다면 가장 먼저 ‘잘못된 사업으로 망친 4대강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2030년까지의 임기 안에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대책 없이 모니터링하고 조사·평가하고 계획 세우다 보면 임기가 다 끝난다. 환경부에도 이런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국정위에서 국정 과제가 결정되지 않아 환경부의 공약 이행 계획을 밝히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국정 과제로 결정된다면 최대한 빨리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의지가 없거나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김규원 기자 >

 

환경단체 “4대강 재자연화 수행 불가”…금한승 환경부 차관 임명 철회 촉구

 

 
 
낙동강 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 낙동강유역환경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한승 환경부 차관의 차관 임명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낙동강 네트워크 제공

 

#2022년 9월 낙동강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대구의 수돗물에서 유해한 녹조물질인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은 ‘가짜 뉴스’라며 언론사를 상대로 2023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질 것이 뻔한데도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결국 지난 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23년 2월 국제학술지 ‘환경 기술과 혁신’에 4대강 사업으로 보 건설 이후 낙동강 수질이 나빠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개선됐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내놨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근거로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 11월 낙동강 인근 지역 공기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환경단체가 발표했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은 공기 중 녹조독 조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공기 중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환경단체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2012년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등에서는 해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녹조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며, 최근에는 낙동강물로 재배한 농작물, 낙동강물을 원수로 사용한 수돗물, 낙동강 인근 지역 공기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줄기차게 이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수질이 개선됐다”며, 4대강 사업을 두둔하는 정부에 맞춤형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을 환경부 차관에 임명하자, 이날부터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환경부 차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낙동강권역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낙동강 네트워크’는 지난 30일 낙동강유역환경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한승 차관은 본인의 책무를 저버리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가짜 정보’를 퍼뜨려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 환경 중책을 맡기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도 논평을 내어 “이재명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와 수질 개선’을 첫번째 환경공약으로 제시했다. 4대강 재자연화에 부정적 정책을 내왔던 환경과학원장 출신 금한승 차관이 새 정부 공약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며 “환경과학을 외면하고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한 환경과학원은 혁신 대상이다. 환경부의 상실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명확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재명 정부는 금한승 환경부 차관을 임명하며 “환경부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환경 정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환경분야 정책통으로, 오랜 경륜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기후 위기 등 환경 문제에 잘 대응할 것”이라고 금 차관을 소개했다.                                                                                           <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