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도 압색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의 구명로비 정황을 확인하고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동기이자 군법무관 출신인 고석 변호사도 압수수색했다.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의 새로운 루트를 찾은 것이다.

 

특검팀은 18일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했다. 이 목사와 김 목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있는 기독교계 원로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2년 3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김 목사와 함께 만난 바 있다. 또 같은해 7월에는 김 목사와 이 목사, 김삼환 목사와 오찬을 하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김 목사와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만났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기독교계를 통해 자신의 구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은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31일 낮 12시53분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에게 전화해 5분10초가량 통화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이 백 목사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영향력이 있는 원로 목사 등을 접촉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임 전 사단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인 고 변호사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고 변호사는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인물로 2023년 8월3일 오후 2시45분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27초 동안 통화했다. 앞서 고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포럼 참석 여부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고 변호사가 구명로비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전까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공익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와 2023년 8월9일 통화하면서 “임성근이 사표를 낸다고 송○○가 전화 왔더라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VIP)에게 얘기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성근을 지켜주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는 “그렇지”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이와 별도로 구명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면서 관련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 강재구  곽진산 기자 >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중 윤 대통령을 칭송하는 김장환 목사12.3 내란이 터지기 12일 전인 작년 11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한민국 조찬기도회(윤석열 대통령 참석)에서 설교를 맡아 서두에 윤 대통령을 칭송하는 발언을 하는 김장환 목사 ⓒ 크리스천투데이 생중계 영상 갈무리관련사진보기

18일 해병대 순직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아래 '순직해병특검팀')이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자택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을 압수수색하자, 극동방송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아래 노조 준비위)가 "창사 이래 최초의 압수수색은 하나님의 경고"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김장환 이사장의 '퇴진'을 전면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준비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무고한 해병이 지휘 책임자의 잘못된 명령으로 순직했음에도, 그 책임자를 구명하기 위한 로비에 우리 이사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에 충격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수사절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장환 목사는 극동방송을 50년 넘게 실질적으로 장악하며 정치권과 긴밀히 교류해 왔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덮기 위한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 준비위는 특히 "고인이 된 채 해병과 유가족의 절규 앞에서 위로는커녕 기만을 행한 자가 바로 우리 내부의 최고 책임자일 수 있다는 현실은 조직 전체의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며 "이사장직에서 즉시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특검팀은 해병대 순직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기독교계 인맥을 통해 대통령실에 구명을 요청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김장환 목사,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를 비롯한 관련자들과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임 전 사단장은 사건 직후 해병대 군종목사와 통화한 뒤, 원로 목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장환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2023년 11월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에서도 "얼마 전 우리 대통령께서 뉴스위크 인터뷰하신 걸 사무실에서 다 읽어봤는데 괜찮게 나왔다"며 공개적으로 칭송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9월 15일에는 고 조용기 목사 빈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등과 함께 안수기도를 하기도 했다.

한편 특검은 김장환 목사와 대통령실 관계자, 고석 변호사, 극동방송 내부 인사 간의 통화·문자 내역 등을 분석 중이며 개신교계를 통한 조직적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 목사 본인 및 극동방송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명 발표로 인해 김 목사의 거취 문제는 종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준비위는 앞서 17일 발표한 첫 성명에서도 "1973년 이후 53년간 극동방송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온 김장환 목사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 노조 설립 준비위의 성명서이다.            < 정병진 기자 >

창사이래 최초 압수수색, 하나님의 경고다
2년 전, 무리한 수중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채모 해병 사건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채 해병 어머니의 말이 아니더라도, '영(令)에 죽고 영에 산다'는 군의 특수한 조직 문화에서는 지휘 책임이 명백한 자에게 마땅히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해병대수사단은 철저한 조사 끝에 임성근 1사단장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는 보호장구도 없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급류에 해병들을 복장 하나만 입힌 채 투입시킨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씨는 임 사단장을 감싸고, 도리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박정훈 수사단장을 징계했다. 이 부조리한 결말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쁜 손'이 작용했음을 의심하게 한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이 목사라는 사실, 더욱이 그가 다름 아닌 우리 회사를 50년 넘게 장악해 온 이사장 김장환 목사라는 소식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오늘(18일) 오전, 중앙사 전체가 술렁였던 압수수색의 배경이 이것이었다니 우리는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자식을 억울하게 잃고 피눈물 흘리는 어머니에게 위로는커녕 기만을 행사한 인물이, 바로 우리 회사의 이사장일 수 있다는 현실은 자괴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김장환 목사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 검찰총장 등 권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치인에게 기도해주는 목사'로 자신을 포장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높은 정치적 위상에 존경을 느끼기보다는, 입으로는 복음을 외치면서 동시에 권력과의 유착을 자랑하는 그 이중성에 실망해 왔다. 그가 즐겨 하던 자기 자랑은 "세상 권력자들이 나와 통하니 너희는 대적하지 말라"는 은연중의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힘을 다른 것도 아니고 무고한 인명을 희생하게 만든 자를 위한 로비에 썼다니 이는 어떻게 납득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김장환 목사의 '안방'이 털렸다. 특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우리 회사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미국을 배후에 두고 권력자를 친구 삼았던 김 목사의 위세는 이제 옛 영화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목사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마도 그는 다시 동색의 목사들과 교회를 동원해 '기독교 탄압'이라는 정치 프레임을 짜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김 목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아직 진상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기에 섣부른 단정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고인이 된 채 해병과 유가족의 절규에 공감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에 대한 응답은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검의 의심대로 임성근 사단장을 구하기 위한 로비에 관여했다면, 김장환 목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공직과 성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지막 명예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 극동방송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김장환 목사에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요청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한 고언이 아니라, 극동방송과 한국 개신교 공동체 전체를 위한 진정성 있는 권면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하늘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김 목사가 현명하게 처신할지 지켜보겠다.

2025. 7. 19
극동방송 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