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공신’으로 막강한 영향력 행사했던 이들 이젠 권력형 비리 수사대상

 
왼쪽부터 권성동·이철규·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눈 3개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의원들)’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창업공신’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들이 이제는 권력형 비리 의혹에 연루돼 강제수사의 대상이 된 모양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및 지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아무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에게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는 문자를 주고받고, 이후 신도들을 동원해 전당대회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대선 한달 전인 2022년 2월, 권 의원이 “통일교 표가 300만이나 된다”며 통일교 쪽의 주선으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의 만남도 성사시켰다는 당시 대선 캠프 내부의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권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 강릉 출신의 권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갑내기로 어린 시절 외가를 찾았던 윤 전 대통령과 방학을 함께 보낸 친구 사이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을 이끈 정치적 조언자였던 그는 친윤계의 좌장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2차례나 선출됐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이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2023년 8월2일 해병대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가 국방부 검찰단에 다시 회수됐는데, 이틀 뒤 이 의원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이 통화한 내역을 특검팀은 확보했다.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인 이 의원은 윤석열 캠프에서 조직 관리에 큰 역할을 담당하며 윤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 등으로 중용됐고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저격수’로 활동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일엔 또 다른 ‘윤핵관’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특검의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이 그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특검은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특정 인물의 공천을 요구받아 공정한 공천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윤 의원은 권성동·장제원 등 윤 전 대통령을 정치 입문 때부터 도왔던 최측근 그룹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윤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으며 ‘신윤핵관’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이 수포가 된 직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일관되게 그를 옹호해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앞서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장제원 전 의원과 함께 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윤핵관’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거부권을 행사하며 막았던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일제히 수사 선상에 올라 이제는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