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발목 잡으려는 의도일 뿐
사법개혁은 내란세력 청산을 완성하는 시대적 과제다
민주당이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기로 하고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관이 지나치게 소수 특권화되어 있고, 이로 인해 신속하고 충분한 상고심 서비스를 받을 국민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의 극히 비정상적이고 편향적인 정치재판을 계기로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긴급한 시대적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법관 증원이 사법개혁의 유력한 방안이라는 점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다.
전원합의체? 1년에 고작 10여 건에 불과
이렇듯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힘있게 추진되고 있는 사법개혁의 전진에 사법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물론 보수언론은 언제나처럼 그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강행하던 당시 대한변협 상고법원 반대 TF 활동을 하게 되면서 대법원 직속의 법원행정처가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언론과 학계 그리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법원행정처는 최근 “대법관 수를 크게 늘리면 전원합의체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충실한 심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그리고 보수언론은 이러한 시각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가 이렇게 금과옥조로 내세우고 있는 전원합의체란 사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상황이다. 비록 조희대의 '사법 망동'에 의해 전원합의체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상당히 알려지기는 했지만, 대법원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현재 평균 1년에 12~ 13건으로 고작해야 한 달에 한 번꼴에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향후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게 되면, 대법원의 운영은 3명의 대법관으로 대법원에 10개의 소부(小部)를 구성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5개의 소부로 제1, 2부를 편성하여 각 부 간의 판례의 통일 및 변경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각 부 전원합의부를 구성한다. 만약 두 합의체 간의 법령해석에 있어서 통일이 필요할 경우 각 소부의 1명의 재판관과 대법원장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면 된다.
더구나 대법관 증원으로 대법관 1인당 담당 건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되므로 전원합의 사건을 검토할 시간이 많아져 결국 전원합의체 운영에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대법관이 다수 증원될 경우 단일한 합의체(One Bench) 구성에 애로 사항이 발생한다는 법원행정처와 보수언론의 논리는 대법관 증원에 대한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
또 대법관을 증원하게 되면 판결의 모순과 저촉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 재판 중 전원합의체 판결은 1년에 10여 건에 불과하고 99.9%가 모두 소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판결에서 소부 판결과의 모순과 저촉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전원합의체의 문제는 ‘절차적이고 부수적인 문제’이지 결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의 연방대법원은 12개의 민사부(소부)와 5개의 형사부(소부)가 있지만, 법률문제에 관한 모순적인 결론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민사부(Grand Civil Panel)와 대형사부(Grand Criminal Panel)를 구성하여 해결하고 있다. 대민사부는 대법원장과 12개 민사부의 판사 1명씩으로 구성하고, 대형사부는 대법원장과 5개 형사부 판사 2명씩으로 구성된다. 소부가 다른 소부의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리기를 원한다면 대부 구성을 요청하여 대민사부가 해결한다. 만약 민사부와 형사부 사이에 결론이 다를 경우에는 대법원장과 대민사부 및 대형사부 판사들로 구성된 대연합부(United Grand Panel)에서 판결한다.
프랑스 최고법원도 복수의 재판국에 공통되는 문제점이 있는 사건은 파기원(대법원)장과 3개국의 재판장(3인), 각 국의 최선임 판사(3인), 각 국당 2인의 판사 등 13명이 혼합부(연합부)를 구성하여 재판한다. 파기된 사건이 파기 이유와 다른 결론이 내려져 재차 상고되거나 판례의 통일이 필요한 사건은 파기원장, 전체 재판국장(6명), 각 재판국 최선임 판사(6명), 각 재판국에서 지명한 2명의 파기원 판사(12명) 등 모두 25명이 참여하는 충원 합의부를 구성하여 재판한다.
비(非)법관 출신 시민대표형 대법관이 필요하다
오로지 법관이 독점하는 법관 순혈주의로 관철되고 있는 대법관 구성의 문제 역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대법관을 증원함에 있어 소부의 숫자를 늘리면서 각 소부에 법관 출신이 아닌 비(非)법관 출신으로서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대법관을 적어도 한 명씩 배치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비법관 출신의 대법관이 존재하게 될 때 비로소 이 시민사회 대표형 대법관이 기존의 엘리트 판사의 시각이 아니라 법원 밖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시민사회 구성원의 시각에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특히 현재 소부 소속 대법관들 중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전원합의체 판결로 넘어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각 소부마다 한 명 이상의 시민사회 대표형 대법관을 배치하면 이 대법관들에 의해 반대의견도 많이 개진될 수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하여 전원합의체 재판도 활성화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법관 증원은 사법개혁의 첫걸음이다. 전원합의체를 내세워 대법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오직 사법개혁의 발목을 잡는 데 그 의도가 있을 뿐이다. 무소의 뿔처럼 사법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실천해나가는 것이야말로 내란세력 청산을 완성하는 시대적 과제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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