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선’ 한계 등으로 대여 투쟁 단일대오 형성할 당내 리더십도 부족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당대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장 대표는 6년 만의 장외 투쟁에 나서는 등 당을 단합해 대여 투쟁에 집중했다. 자신을 당선시킨 ‘윤어게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파인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로 당선되자 당내에서는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장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 대신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에게 공천을 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장 대표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이제 내부 총질 없는 단일대오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찬탄파)를 겨냥했다.

 

당선 이후 장 대표는 중도층과 당내 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대표는 “중도에 있는 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가 하면 계파색이 옅은 김도읍·정희용 의원을 각각 당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장 대표는 “당직은 먹기 편한 초밥을 만드는 것보다 좀 큰 주먹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인선을 해나가겠다”고 하기도 했다. 전씨에 대해서도 ‘당 밖 의병’이라고 칭해 극단 세력과 은근한 선 긋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8일 주요 당직자 임명장 수여식 후 장동혁 대표 양 옆에 정희용 사무총장과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서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당내 통합 노력과 윤어게인 세력과의 거리 두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잘 싸우신 분들, 열심히 싸우신 분들만 공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등 향후 공천에서 찬탄파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14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의 교회 예배에 참석해 “반문명국가로 가는 걸 멈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손 목사 구속을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개신교 세력과 연대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21일엔 약 6년 만의 장외투쟁에도 나섰다. 국민의힘은 동대구역에서 ‘야당 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었고 지역 당협에 참석을 요청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장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 윤어게인 세력인 만큼 이들과 완전한 절연을 하지 않는 이상 중도층 민심을 얻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면회를 시도하며 윤어게인 세력 달래기에 나섰고, 미국의 극우성향 활동가인 찰리 커크 사망을 추도했다. 장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을 고민해야 하지만 윤어게인 세력의 지지도 포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이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18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여 투쟁에 나섰지만 마땅한 타개책이 없는 것도 한계다. 장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부터 “투쟁의 기본은 원내 싸움”이라며 원내 구심점을 강조해왔으나 원내에서 거대 여당에 저항할 수단은 사실상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선’ 당대표란 한계 등으로 인해 대여 투쟁 단일대오를 형성할 만한 당내 리더십이 확고하지도 않다.

 

특검의 칼날이 당을 정조준하면서 장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은 지난 18일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확보했다. 지난달 전당대회 국면에서 특검으로부터 지켜낸 당원 명부를 결국 빼앗긴 셈이어서 당 지도부에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 이예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