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 5위, 윤 정권 10위, 올해 6단계 상승

중국 15위서 10위권 진입, 일본 12위
중국 성과, 정부 지원 넘어 자립적 혁신 생태계 덕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순위 하락 예상

글로벌 혁신 회복세, 그러나 미국 AI 편중이 문제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스크린에 태극기가 띄워져 있다. 2025.9.25. 연합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의 2025년도 글로벌 혁신 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문재인 정권 때인 2021년에 5위에 올랐다가, 윤석열 정권 때인 2023년에 10위로 떨어졌으나, 올해는 다시 4위로 올라갔다.

 

1위 스위스, 2위 스웨덴, 3위 미국

 

연구개발 지출과 같은 투입요소와 첨단기술 수출과 같은 산출요소를 포함해 국가제도의 강점, 시장의 정교함, 기술발명뿐만 아니라 기술도입의 발전 정도 등 총 78개 지표를 활용해 산출하는 세계 혁신 지수에서 스위스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스웨덴이, 3위는 조 바이든 정권 때인 2022년에 스웨덴을 앞섰으나 이후 재역전당한 미국이 차지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순위 하락 암시

 

이 사실을 전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사(9월 19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들-중국이 톱10에 진입’)는, 2025년 WIPO 혁신 지수 계산에 반영된 대부분의 데이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과학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기 전인 2024년에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피즘 내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가치관, 지향점과 배치된다고 판단하는 지식 및 과학과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정권 출범(올해 1월 20일) 이후 데이터를 토대로 WIPI 혁신 지수를 계산하면 미국 순위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쩌면 WIPO 2026년 혁신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3위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유엔 WIPO 글로벌 혁신 지수 극가별 순위. 위에서부터 스위스, 스웨덴, 미국, 그리고 한국, 싱가포르, 영국  순이다.   이코노미스트 9월 19일

 

문재인 정권 5위, 윤석열 정권 10위, 이재명 정권 4위

 

2025 WIPO 글로벌 혁신 지수 순위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 도표를 보면, 한국은 2020년 세계 10위에서 2021년에 5위로 뛰어올랐으나, 3월의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5월에 취임한 2022년도에 6위로 내려가더니 그의 집권 2년째인 2023년도에는 10위로 곤두박질쳤다. 아마도 예산에서 R&D(연구개발) 비용을 대폭 깎아버린 윤석열 정권의 충격적인 조치가 이 순위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2024년에 다시 6위로 올라간 한국의 혁신 지수 순위는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 올해 사상 최고 순위인 4위로 올라섰다. 과학 기술 중시 정책 전환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중국 15위서 10위권 진입, 일본 12위

 

한국과 같은 빠른 순위 상승을 보인 나라 중에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20년 15위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에는 10위로 올라섰다. 싱가포르도 2020년 8위에서 2024년 4위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5년에는 한국에 뒤진 5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3위를 유지하다가 올해 12위로 한 단계 올라갔다.

 

유럽 주요국들 다수 혁신 순위 하락세

 

뚜렷한 순위 하락세를 보이는 나라에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영국은 2020년 4위에서 2025년 6위로 내려갔고, 독일은 같은 기간에 9위에서 11위로, 네덜란드는 5위에서 8위로, 덴마크는 6위에서 9위로 내려갔고, 프랑스도 12위에서 13위로 내려갔다.

 

독일과 다른 중국의 평가 대비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특히 독일과 중국을 대비시켰다.

독일에 대한 이 매체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독일은 창의적인 집단이다. 인쇄기, 자동차, 엑스레이 기계는 물론 MP3 플레이어와 곰 젤리(gummy bears)까지 발명했다. 독일은 2024년에만 1만 6700건이 넘는 국제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WIPO가 발표한 139개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세계 순위에 따르면, 독일은 더 이상 세계 10대 혁신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그런 독일을 제치고 혁신 국가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주목했다. 평소에도 중국에 특히 관심이 많은 이 잡지는 중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붙였다.

 

“물론 중국은 인구가 많고 독일보다 훨씬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독일 GDP 4.7조 달러에 비해 중국은 18.9조 달러). 중국은 더 많은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연구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더 많은 대학을 유지할 수 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독일보다 순위가 높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성공에 대한 설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WIPO의 많은 지표는 국가의 경제 규모와 인구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연구 개발 지출은 원달러가 아닌 GDP 대비 백분율로 표시된다. 연구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수치다.”

 

질적인 면에서는 중국이 양적으로 달성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발전수준 대비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낸 국가들(분홍색으로 표시. 동르가리미의 크기는 인구수 비례). 한국은 소득 수준 6만~10만 달러(ppp 구매력평가 기준) 국가그룹에서 스위스, 미국, 영국, 독일 등과 함께 발전수준 대비 기대치보다 높은 성과를 올린 나라에 속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이코노미스트 9월 19일

 

발전 수준 대비 기대치 이상 혁신 달성 국가군에 한국도

 

2025년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발전 수준에 따른 혁신 기대치를 뛰어넘는 국가들을 분홍색으로 표시(동그라미 크기는 인구 비례)한 또다른 표를 보면 인도와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이 눈에 띈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와 함께 1인당 소득(구매력 평가[ppp] 기준) 6만~10만 달러 그룹에 속해 있는데, 그들 나라와 함께 발전 수준 대비 혁신 순위가 기대치보다 높은 국가들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이코노미스트>의 중국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계속된다. “중소득 경제권이라는 지위를 감안할 때 중국이 (혁신 지수)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1인당 GDP가 (중국과) 비슷한 국가는 (혁신 지수) 50~60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중국의 혁신이 대단하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다른 국가로는 인도, 한국, 베트남, 영국 등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를 이어갔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앞두고 관람객들이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2025.9.3. 연합
 

중국의 성과, 정부 지원 넘어 자립적 혁신 생태계 덕

 

“중국 또한 혁신 투자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연구 지출 등 투입 수준을 고려했을 때, 산출물(특허, 상표, 수출 등) 점수는 예상보다 높다. 이는 중국의 혁신이 막대한 자금과 인력에 의존하여 강제로 주입된다는 통념과는 상반된다. 중국은 한때 막대한 자원을 흡수하면서도 빈약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낳는 ‘뚱뚱한 기술 용(fat tech dragon)’으로 묘사됐니다. 하지만 이제 용은 더 나은 모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성과를 중국정부와 공산당의 막대한 보조금 등의 지원 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단계를 거쳐 중국의 산업은 어느덧 자립적인 발전이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혁신 회복세, 그러나 미국 AI 편중이 문제

 

WIPO 보고서는 세계 전체의 혁신 추세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지적했던 세계적 혁신 침체에서 잠정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 특허 출원 및 과학 논문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고, 벤처 캐피털 투자도 2024년에 7.7% 증가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있다. “지출(투자)의 상당 부분은 미국에 집중되어 있고, 그것도 인공지능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돼 있다.” 거래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거래 건수는 3년 연속 감소했다. 보고서는 더 많은 국가와 산업으로 확산되어 왔던 벤처 캐피털 투자가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