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출신- 개신교- 탄핵 후 등장- 극우행보...황교안 폭망도 데자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마이크를 쥐고 사자후를 토해내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최근 서울 장외집회에서 본 장 대표는 집회 경험이 많은 학생운동권 출신처럼 말의 장단과 강약 조절이 능수능란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장 대표의 모습에서 황교안 전 대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 대표에게서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자꾸 겹쳐 보이는 건 닮은 점이 많아서다. 일단 두 사람은 법조인 출신이다. 검사 출신인 황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고, 장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경력이 길지 않은데도 당대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점도 같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황 전 대표는 검사 시절 낸 책에서 “실정법보다 교회법이 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교계를 찾았을 때는 두 사람 다 합장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장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하며 합장 반배 대신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황 전 대표도 201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합장하고 고개를 숙일 때, 두 손을 내린 채 앞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무례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두 사람은 극우 개신교 세력을 기반으로 삼아 아스팔트 우파와 결집하는 방식으로 장외 투쟁 동력을 확보해왔다. 장 대표는 첫 장외집회를 열기 전인 지난달 14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를 찾아 손 목사의 구속을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투쟁을 독려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를 비롯한 강성 유튜버들의 면접에 참여하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청와대 앞에서 단식할 당시, 전광훈 목사와 손을 맞잡고 연단에 오르며 투쟁을 결의했다.

 

장외투쟁 연단에 올라 내놓은 메시지도 비슷하다. 장 대표는 대구 첫 집회에서 “이재명을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서울 집회에서는 “이재명 정권을 끝내고 다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내 건 보수 성향의 기독교단체 집회 등을 수시로 찾으며 “문재인 정권 이대로 둬서 되겠나.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놨다.

 

자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탄핵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대표에 당선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공약한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였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2월 전당대회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법률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내에선 ‘황교안 데자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 전 대표는 무려 9개월동안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2020년 총선에서 103석이라는 보수정당으로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장동혁 대표가 공을 들인 지난달 28일 서울 집회에 국민의힘은 15만명 이상 모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추산으로는 1만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모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장외집회를 더 이어가면 말 그대로 ‘황교안 시즌2’가 된다. 장 대표가 장외에 나가 강경 보수층에 자신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전한길당’이 될까 우려했는데, 이제는 황교안 데자뷔가 걱정된다”며 “장외 집회마저도 호응이 떨어지면 황 전 대표처럼 삭발이나 단식 같은 더 극단적인 방법밖에 안 남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우려와 선을 긋는다. 장 대표는 원외 인사였던 황 전 대표와 달리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원내 당대표는 원내에서도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원외 당대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외집회도 더 이어갈 계획이 아직 없다”고 했다.         < 장나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