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한 뒤 국회의 무제한 토론 방식과 의장단의 본회의 사회권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은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고 비판 세력을 쇠퇴시키려 하는 습성을 갖는다. 특히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독재적 성격이 강한 정치인들은 비판 세력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히 일삼았다. 탄압 1순위는 '언론'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4년 12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그랬다. 윤씨 역시 대통령 재직 시절 자신을 향한 '비판 언론'을 향해 가장 먼저 발톱을 드러냈다. 자신과 자신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각종 검증 보도를 '가짜'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하면서 검찰 특별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하게 하고, 비판 방송사에 대해선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언론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향해 '비판 하지 말라'는 공식 선포였고,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헙이었다.

2025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고의로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한 언론사(유튜버 포함)에 대해서는 허위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언론계는 '권력자'와 '대기업'은 손해배상 청구권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이번 개정안은 이들 역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 참여연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언론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언론단체들이 궁극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윤석열 시즌 2'가 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실제 권력자가 이 법을 '비판'을 옥죄려는 도구로 쓰려고 한다면, 이 개정안은 그렇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 법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주체는 행정기관과 법원이다. 그런데, 윤석열씨가 대통령일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는 '윤석열 검증 보도'를 '허위 보도'로 몰아붙이며 중징계를 남발했었다. 권력자가 자신을 향한 비판 보도를 '가짜'라고 하면, 행정기관이 권력자의 입장을 충실히 받들어, 언론을 탄압했었다. 당시 윤씨가 대통령일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이 역시 비판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것이다.

언론단체들의 계속된 반발에도 민주당이 이 개정안을 밀어붙인 입장도 모를 바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소년시절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등 명백하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들이 유튜브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고, 이들 유튜버들은 허위정보를 매개로 막대한 수익을 벌면서 오히려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하기 위한 법령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적어도 이런 형태의 허위정보에 대응할 제도를 마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론단체들도 이런 허위정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가 꼬집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법안 공포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정안이 옳냐, 그르냐를 가르는 문제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증명할 문제다. 미국의 법학자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는 "법과 제도는 과거 운용 경험과 판례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씨의 '언론탄압'을 막았던 요인 중 하나도 이런 운용경험과 판례였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행정처분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윤석열 비판 언론에 대해 '공정성' 위반 등의 명분으로 무차별 법정제재를 남발헀지만, 모두 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는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 보도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필요 최소한의 수준으로 해왔고, 법원 판례 역시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온 판결을 해왔기에 가능했던 결론이다.

앞으로 시행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운용에서 정부와 여당은 주요 권한을 갖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라는 행정기관이 '허위정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고, 해당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 과반의 인사권은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 어떤 인사를 선임하고,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느냐에 따라 이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개정안이 명백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언론과 유튜브에 대해 필요 최소한으로 작동한다면 옳은 법안으로 평가받겠지만, 권력 비판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재 수단으로 남발된다면, '악법'이 될 것이다. 법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지만 권력은 그 틈새를 노린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 신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