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이 먼저 보이콧 선언한 청문회
국힘 "자료 제출 부실…검증 불가한 수준"
여당 "이따위로 상임위를 운영하십니까?"
"자료 제출 중…청문회 열고 더 받으면 돼"
장외 공방도…김민석 총리 "국힘 궁색하다"
국힘 송언석 "하나마나 맹탕 청문회 거부"

19일 열리기로 했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청문회 전부터 사실상 보복성 검증을 해 온 국민의힘은 자당에서 5차례나 공천한 후보자에 대해 자료 제출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있고, 여당은 자료 제출만으로 보이콧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청문회를 열 가치가 없다"며 중립을 지키지 않고 보이콧 선언을 했던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상암위에서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야 하다는 것이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여야가 청문회 일정 등을 협의해오라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상임위원장이 먼저 보이콧 선언한 청문회
여당 "이따위로 상임위를 운영하십니까?"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이 후보자도 없이 재경위 전체회의가 열리자, 여당 의원들은 "이런 경우가 있었느냐"면서 따졌다.
임이자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무시한 채 "이혜훈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관련 안건은 상정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진행시켰다.
이에 첫 번째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위원장님, 위원회를 이따위로 운영하십니까?"라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지난주에 위원장이 오늘 오전 10시에 인사청문회 한다고 방망이(의사봉)를 두들겼다"며 "그 이후에 (여야)간사 간 국회법에 따라 협의가 있을 뿐이다.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고 (위원장) 본인이 방망이를 두들기고 나서 스스로 부정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의결사항에 합의했으면 오늘 청문회를 예정대로 후보자를 대려다놓고 해야 한다"며 "여당이라고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을 두둔하거나 무조건 방어할 생각도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철저히 검증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경우가 있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한동훈(법무부 장관),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자료 제출이 너무나 부실했다. 그때 국민의힘에서 뭐라고 얘기를 했느냐"면서 "국회는 국회 일을 하면 된다. 특히 야당은 야당의 일을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임 위원장은 "속기록을 보면 양당 간사 간의 청문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자료 제출이 성실하게 제출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다라고 분명히 여기에(속기록에) 해놨다"고 주장했다. 19일 청문회가 합의가 안된 잠정 일정이기 때문에 여야가 협의하라는 취지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이에 더해 "오늘 인사청문회 처음부터 전제가 무너졌다"며 "제출된 답변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버티기'로 일관했던 후보자 측이 어제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낸 자료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년들 분노를 유발하는 불법증여, 아파트 청약, 부모찬스 등에 대해 후보자 측이 제출한 자료는 검증이 불가한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오늘은 전례를 파괴한 국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인사청문회"라며 "(이 후보자가 추가로 요구한 자료) 26개 중에 19가지는 제출 가능으로 얘기를 했고, 순차적으로 제출하고 있다. 현재 73%가 제출됐다"고 맞섰다.
정 의원은 다만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후보자와 후보자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금융기관 입출금 일체 ▲자녀 대입 유형·지원전형별 합격 및 입학 전형 결과 일체 등에 대해선 "이런 자료는 (국회에) 제출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국민의힘에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 내용은 도저히 제출할 수 없는 개인정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상자가 아니라 자녀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제출을 받아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자료 제출이 미흡하기 때문에 청문회를 열 수 없다는 주장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그었다.
지난 16일 공개적으로 "이 후보자 청문회를 열 가치가 없다"면서 청문회 보이콧 의사를 밝혔던 임 위원장은 입장을 수정했다. 임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뿐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위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본다"며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야 하다는 것이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오늘 계속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건지 양당 간사가 오찬 시간을 이용해서 협의해오면 회의를 속개하는 걸로 하겠다"며, 여야로 책임을 돌린 뒤 정회를 선포했다.

"거짓 변명할까봐 청문회 거부? 궁색하다"
vs "이혜훈, 검증 대상 아니라 수사 대상"
이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를 둘러싼 장외전도 치열하다. 당정은 이 후보자의 여러 의혹 제기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준 뒤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만큼 청문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18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답하는 것은 이혜훈 후보자의 몫이다. 그러나 검증은 국회, 특히 야당의 몫"이라며 국민의힘의 청문회 보이콧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후보자가 거짓 변명할까 봐 여야가 합의해서 하기로 했던 청문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궁색하다"며 "그래서 청문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해명될까 두려울 게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총리는 이 후보자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야당의 검증을 거쳐 선거에 나갔던 후보자"라며 "그래서 더 철저한 청문회를 해주시길 기대한다. 청문 후 국민의 판단을 여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대신할 헌법적, 법률적 의무인 청문회를 통해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고 국민이 판단하실 수 있도록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주장대로 여러 가지 문제가 많고 의혹투성이라면 법적 절차인 인사청문회에서 조목조목 따져보면 될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조직폭력배가 자기들 조직에서 이탈한 조직원을 어떻게든 죽이고 보복하듯이 후보자를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청문회 거부에 대해 "여야 합의를 통해 실시하기로 한 청문회를 일방적으로 위반한 것이자, 후보자의 자격과 역량을 검증하고 국민께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국회의 책무를 내던지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으로 다섯 차례나 공천을 받았던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발언을 통해 밝혀질 무언가가 두려운 것이냐, 아니면 오랜 동료였던 이후보자를 위해서 청문회 개최를 반대하는 것이냐"며 "둘 다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청문회에 참여하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문회 개최 조건인 이 후보자의 충실한 자료 제출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날 예정된 청문회의 개최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장동혁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 청문회는 온갖 갑질, 막말, 투기, 불법 행위에 대한 면피성 발언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 명확하다"면서 "하나 마나 한 맹탕 청문회이자, 국민 스트레스만 키우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지명했으니 청문회는 해봐야 한다는 것은 매우 오만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검증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 김성진 기자 >
이혜훈 이 시점 꼭 필요한가… 국민은 근본적 질문
이재명 정부 인사에 경고등 '깜빡 깜빡'
비판을 정치 공세로 가볍게 여기면 위험
법 위반 여부 보다 공직 후보자 태도 문제
의구심 해소 안된 채 인사 강행땐 국민 냉소

기수어용(器受於用)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무엇을 담고 어떻게 쓰이느냐가 그릇의 참된 의미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이 질문은 오래된 은유이지만 정치와 인사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정 운영은 선언이나 의지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사람을 통해 구현되고, 그 사람의 한계와 태도만큼만 작동한다. 그래서 인사는 정책 이전의 정책이며, 국정 철학의 가장 노골적인 표현이다.
오늘(19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인사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단순히 야당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부적합 의견의 확산, 그리고 청문회 파행 가능성까지 겹치며 이번 인사는 이미 정상적인 검증 절차의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런데도 정부가 이 신호를 ‘정치 공세’라는 말로 가볍게 넘기려 하는 데 있다.
이혜훈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일부 의혹은 사실관계의 확인을 요하고, 일부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판단과 태도를 묻는 문제다. 재산 형성과 관련한 의문, 부동산 및 청약 과정의 논란, 반복된 교통법규 위반 기록, 보좌진 관련 문제 제기 등은 각각 따로 놓고 보면 해명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안들이 동시에 제기되고, 그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납득되지 못할 때, 문제는 개인 차원을 넘어선다. 국민은 더 이상 “위법이냐 아니냐”만 묻지 않는다. “이 인사가 지금 이 자리에 적합한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동한다.
더 심각한 대목은 자료 제출 문제다. 인사청문회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검증의 장이다. 그런데 후보자 측이 핵심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거나 제한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청문회가 검증이 아닌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급기야 야당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열 가치조차 없다”며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청문회 자체가 흔들리는 일은 그 자체로 비정상이다. 후보자 개인의 방어 전략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처음부터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온다.

여론의 흐름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가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적합 의견을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고, 이런 경향은 정치 성향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정부가 아무리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고 말하더라도 이미 형성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인사 강행은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사는 늘 정치적이다. 그러나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모든 비판을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순간, 인사는 위험해진다. 권력은 자신이 보고 싶은 신호만 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지층의 방어 논리, 내부의 결속, 개혁이라는 명분은 그 유혹을 더욱 강화한다. 하지만 정치는 결국 중간 지대의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인사 논란이 반복될수록,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점점 냉소로 이동한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유능한 정부’로 규정해 왔다. 유능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결단의 속도인가, 저항을 뚫고 나가는 힘인가. 아니면 불편한 신호 앞에서 멈춰설 줄 아는 절제인가. 진정한 유능함은 후자에 가깝다. 경고등이 켜졌을 때,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점검하는 능력, 그리고 필요하다면 선택을 수정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국정 역량의 핵심이다.
이번 인사 논란은 단순히 이혜훈 후보자 개인의 거취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사건이다. 과거 정부들 역시 인사 실패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때마다 등장한 공통된 변명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안이함이었다. 그러나 인사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정책에 대한 평가까지 잠식하며 정부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정치는 상징의 세계다. 한 사람의 임명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그 메시지가 “문제가 있어도 밀어붙인다”로 읽히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 통제 불능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다. 반대로 논란을 인정하고, 검증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며, 필요하다면 한 발 물러서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어 논리가 아니다. “불법은 없다”, “청문회에서 소명하면 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법적 무죄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다. 공직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신뢰를 전제로 한 자리다. 그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임명 자체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
19일 청문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오늘의 결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뒤의 선택이다. 정부는 이 과정을 통해 인사 시스템을 점검하고, 기준을 재확인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논란을 감수한 채 ‘버티기’의 정치로 나아갈 것인가. 전자의 길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지만, 후자의 길은 빠르되 대가가 크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마음은 강요로 얻어지지 않는다. 설명과 설득, 그리고 책임 있는 태도를 통해서만 형성된다. 이혜훈 후보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하나의 시험이다. 이 시험은 특정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넘어,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원칙을 지킬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다른 형태로 바뀐다. 우리는 어떤 정부를 보고 싶은가. 경고를 무시하고 속도를 택하는 정부인가, 아니면 잠시 멈춰 방향을 점검하는 정부인가. 선택은 결국 권력의 몫이지만,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국민이다. 역사는 언제나 그 평가를 남겨 왔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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