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년여 만에 술접대 혐의 불구속 기소
택시 기록 확인…"주점서 4~5시간 후 승차"
지귀연 "사진만 찍고 귀가" 해명과 정면 배치
같은 주점서 416만 원 술자리도 추가 확인
대법원 작년 "징계사유 판단 어렵다" 결론
지귀연 징계 이뤄질까…"중징계 내려져야"
지귀연 측 "무리하게 법률 적용" 즉각 반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룸살롱 접대 의혹'을 받는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를 409만 원 상당의 술 접대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접대 받은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무른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에서 지 부장판사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점을 확인한 만큼, 대법원이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해 9월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지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쯤 변호사 2명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예약제 주점에서 409만원 상당 술값을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차례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본인이 냈다고 주장하는 15만 5000원가량의 술값을 제외한 금액을 3명으로 나눠도 향응을 제공 받은 금액이 100만 원을 초과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특히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지 부장판사의 택시 승차 기록 등을 토대로 해당 주점에서 4~5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파악했다. 이대환 부장검사는 "택시 호출 기록을 확인한 결과 택시 승차 시간은 주점에 들어간 뒤 4∼5시간 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후배들의 제안으로 주점에 들러 사진만 찍고 술자리 시작 전 귀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 부장판사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점에서 장시간 술을 먹은 것 같지 않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일행들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이들이 같은 주점에서 모인 2차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공수처는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에서 약 416만 원 상당 술값을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인당 향응액이 83만 원으로 100만 원 미만이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로 밝힌 사례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또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인 점을 고려해 재판 편의 제공 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수사했지만, 접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 이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뇌물죄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일행이었던 변호사가 수임한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지만, 접대 시점과 10년 정도 차이가 있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도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룸살롱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주점에서 후배들과 찍은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같은 달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30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리감사관실은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대상 법관(지귀연)과 ○변호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어디로 가는지 듣지 못했고, 이 사건 술집에 들어가니 내부는 큰 홀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이브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소위 말하는 룸살롱 같은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지 부장판사 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될 당시 지 부장판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지만, 이에 대한 윤리감사관실의 판단도 없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지 부장판에 대해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에 지 부장판사가 기소된 만큼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지 부장판사 측은 이날 공수처 수사 결과 브리핑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사실인정과 법률 적용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 판사 측은 "후배들과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바로 이석해 나왔다"며 "설령 공수처 주장대로 끝까지 모임에 남아있었다고 해도 동일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 등 액수가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모임의 비용은 두 후배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자신의 자금으로 각자 계산한 것"이라며 "두 사람을 하나의 동일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지 부장판사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 임명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과거 사법부는 전·현직 법관의 비위 문제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나 흐지부지한 내부 징계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해 왔다. 사법 당국과 법원이 '봐주기식 기소'와 '가벼운 처벌'로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된다"면서, 대법원을 향해 "법관이라는 신분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일반 국민보다 더욱 엄격한 법의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법원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지귀연 판사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중한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관 직무 배제 및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중징계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귀연 판사에게 법복은 '자기과시용'에 불과했다"며 "엄정한 법적 단죄와 윤리적 책임을 통해 훼손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전대미문의 논리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구속 중 석방시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3월 법왜곡죄로 이병철 변호사 등으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에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지난해 12월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권영창 2차 종합특검팀도 지 부장판사를 기소하지 못했다. 다만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20일 지 부장판사의 구속취소 직후 즉시항고 포기로 윤석열 석방을 도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내란중요 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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