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 생산적이고 개혁적인 논의 방향 잡아야
위성정당 세워 비례대표 챙기는 구조 손질해야
젊은이들이 연합비례 고민하도록 놔두면 안 돼

 

비례대표제 왜곡시킨 국힘의 맹공은 '적반하장'
반대하다 어쩔 수 없이 따라한 민주당 엉거주춤
정기국회서 정치개혁특위 발족, 포괄적 논의를

 

진보당 "철지난 색깔론이나 혐오공세 그만 좀"
'심상정 원죄' 모른 척 정의당 비판 성명 '위선적'
지엽말단 이슈 제기하거나 급흥분하는 언론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4  연합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양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좀처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두 차례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가 장관과 의원까지 겸직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젊은 세대는 묻고 있다. 이런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거대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위성정당’ 문제다. 

 

조국혁신당(신장식 대표)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직을 챙긴 왜곡된 구조가 용 의원 논란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이번 논란은 한 정치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정치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며 "소수 정당이 위성 정당과 연합비례라는 우회로를 고민해야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위성 정당이라는 왜곡된 구조를 만든 책임 역시 소수 정당에만 몰아서는 안 된다. 거대 정당들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문제는 비례대표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작금의 선거 제도는 국민의 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위성 정당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비례대표 승계 제도의 공백을 메우며 중대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교섭단체 요건(완화)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요구한다"며 "용 후보자 거취만 따지다 끝낼 것인지, 소수 정당을 편법으로 내몰고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선거 제도까지 고칠 것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갈무리

 

시곗바늘을 2019년 12월로 돌려보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그에 따라 위성정당들이 등장했다. 지역구 후보는 모(母)정당이 내고 위성정당은 정당투표를 받아 비례 의석을 확보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을 적게 얻은 정당에 그 부족분의 절반을 비례대표로 보충하는 제도다. 거대 정당이 실제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문제점을 덜어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비례 의석 감소를 피하려 2020년 2월 첫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이런 작태를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마저 원내 1당을 내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달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더불어시민당을 위성정당으로 내세웠다. 

 

이렇게 해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얻어 전체 비례 의석 47석 중 36석을 차지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의 국민의미래가 18석, 민주당 주도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확보했다. 용 후보자는 2020년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과 4년 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6번으로 당선된 뒤 각각 제명 형식을 빌어 기본소득당에 복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야합이 어떻게 국민의 선택을 왜곡했는지, 제도의 빈틈이 어떤 정치적 특혜로 이어졌는지를 되짚는 계기”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에 “민주당과 기본소득당의 비례연합 및 공천 협의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만에 옳은 소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 의원은 2019년 12월까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고, 지금까지 죽 국민의힘에 몸담아 준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야합을 지켜봐온 의원이란 점에서 자당의 모습을 함께 성찰했어야 했다. 

 

그 뒤 숱한 비판을 반영해 위성정당 방지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2023년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은 지역구나 비례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통일기호와 선거보조금을 제한하는 법안을 냈다. 이탄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선거 뒤 합당하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법안을, 김상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 후보를 함께 내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복귀를 주장했고 민주당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법안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1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폐기됐다.

결국 2024년 총선에서도 문제점들이 바로잡히지 않아 똑같은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6.9.3 연합

 

이번 용 후보자 논란 과정에 가장 생산적이고 개혁적인 포인트를 찾는다면 위성정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흡수할 수 있는는 방편으로 비례대표제가 본령을 다하고 여러 직능의 대표성을 좀더 다양하고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논의로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원외 진보정당 3당은 전날 <"성평등도 민주주의도 없는 위성정당 편법 정치를 끝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정당이 얻은 득표율만큼 의석을 배분하여 비례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사표를 줄이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하겠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무력화한 거대양당의 '편법' 위성정당 창당은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소수정당의 독자적인 정치 진출은 더욱 어려워졌고,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독자적 진보 정치는 구조적으로 한층 취약해졌다"며 두 차례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당선도 "거대 정당이 선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석을 늘리는 편법에 편승한 결과일 뿐, 결코 연합 정치가 아니다. 소수 정당의 정치적 공간을 잠식하는 종속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힐난했다.

 

기형적인 비례대표제가 탄생하는 데 원인 제공을 했던 국민의힘이 용 후보자의 겸직 의지에 맹공을 퍼붓는 것은 일종의 적반하장으로 비친다. 국민의힘은 속물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용 후보자의 속내에 '돈'이 있다고 날을 세운다.

 

장동혁 대표는 "뻔하다. 배우자는 물론 조직의 월급이 끊기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의 남은 의원 임기 21개월 동안, 보좌진 인건비 등 11억 원, 정당 경상보조금 19억 원 상당, 2년 뒤 총선 보조금 10억여 원 등 모두 43억 원가량의 세금이 지원된다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인 용 후보자의 배우자가 당직자 급여로 매달 300만원 안팎을 받는 것을 두고 "당의 주요 보직도 나눠 맡는 가족정당"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본소득당 창당 전, 용 후보자 부부가 노동당과 사회단체 등에 몸담았다며 운동권의 지하 비밀조직을 일컫는 '언더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장동혁 대표는 "조선공산당 후계자를 자처하며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의 '언더 조직' 활동 의혹이 제기됐다"며 "조직 내에서는 성차별을 일상화하면서 밖으로는 '불꽃 페미(페미니스트)' 활동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보당(김종훈 대표)은 기본소득당을 향한 철 지난 색깔론을 비롯한 혐오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검증을 빌미 삼은 혐오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노정현 수석대변인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페미 논란', '꼴페미·자폭 카드 논란' 같은 자극적 낙인이 언론의 제호로 버젓이 내걸리고 있다"며 "일부 패널들과 유튜버들은 성평등가족부를 서열에서 밀리는 하위 부처 취급하는가 하면 '성별 갈등 유발' 프레임을 씌워 폐지론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특히 정치인들이 더욱 문제라고 짚었다. 브리핑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인선을 두고 법무부 장관 이슈를 덮기 위한 '썩은 미끼'라며 동료 정치인과 주무 부처를 싸잡아 폄훼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술 더 떠 '꼴페미 겨우 정리했더니 왜 또 건드리냐, 차라리 종북을 하라'며 철 지난 색깔론과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조적 성차별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가족부는 오히려 그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할 필수 부처가 아닌가"고 반문하고 "성평등의 가치와 주무 부처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백래시"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양경규 신임 대표 [연합 자료사진]

 

마지막으로 노동당·녹색당·정의당 세 소수 정당의 논평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고 했다. 세 정당은 "만약 이번 장관 임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편법 정치의 수혜자가 다시 그 정치의 중심에 선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게 된다. 편법으로 원내에 진입한 인사가 행정부 부처의 수장까지 맡는 것은 '편법을 쓰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 '무슨 수를 써서든 경쟁에 이기면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다"라며 "이는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민주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기형적인 위성정당 출현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의 역할이 작지 않았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Justnlaw'는 지난달 31일 정의당 양경규 대표의 성명에 대한 댓글을 달아 "위성정당을 양산한 소위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심상정이 나서서 도입한 제도라는것만 잊는다면 할말 한거지. 원래 좌파의 본성은 내로남불이니까"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4일 슬로우 뉴스의 슬로우 레터 가운데 구독자 의견 둘을 소개한다. 소수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희망을 품는 이들의 진지하고 애정어린, 깊이 있는 댓글이나 반응을 찾아보기 힘든 시점이라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 임병선 기자 >

 

"같은 1990년대 생으로 태어나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20-30대 여성 민심을 적극 반영하리라는 기대감에 용혜인의 후보자 선정에 내심 기뻐했습니다. 소수 정당이 살아남기 어렵고, 거대 양당이 아닌 정당에서 의원 배지 달기가 어려운 냉혹한 현실에서 후보자에 대한 비난이 너무 과합니다. 위성정당과 비례후보 등록까지 민주당이 후보자와 합의하고 저지른 일 아닌가요? 후보자만 십자포화를 맞는것도 우습고 책임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발빼는 민주당도 비겁합니다. 저번 슬로우 레터에서 지적했지만 지역구 의원은 장관-의원 겸직이 가능하고 비례는 안되는 관행도 웃깁니다. 용혜인의 사퇴 후 민주당 비례후보자가 승계받는다구요? 이쯤되면 의석수 욕심으로까지 비춰집니다."

"용혜인의 입각에 ‘분명히’ 찬성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해당 논란을 소개하면서 굳이 중앙일보 안혜리의 글을 인용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 글은 ‘후안무치라는 사실 말이다’, ‘내로남불은 필수다’, ‘그들만의 덕목을 두루 갖춘 맞춤형 인재 그 자체라 놀랍다’, ‘세금 안 내기 신공이다’, ‘경이롭기 까지 하다’ 등 아무리 표현의 범위가 넓은 칼럼 형식이라고 해도 언론 지면에 싣기 부적절한 감정적 표현이 가득합니다. 논설위원의 글이 네티즌 댓글처럼 조롱과 흥분으로 가득하다니요. 그리고 흥분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 약해 어이없는 대목도 많습니다. 1억 68만 원이던 재산에 대출 5억 4000만 원을 받아 지금은 5억4383만 원이 된 것을 ‘기막힌 신공’급 재테크라고 흥분하는 게 적절한가요? 중국인에게 집 팔아 이득봤다고 주장한 주진우(국민의힘 의원)는 재산이 70억 원이고 보유한 상가에 유흥업소가 있었지요. 인사 검증 시즌에 쏟아지는 각종 의혹 보도를 보면 과연 객관적인 기준을 언론이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왜 사람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고 언론은 비판의 정도를 고무줄처럼 바꾸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슬로우 뉴스에서 의원 겸직과 위성정당 문제 등 중요한 문제들은 정치인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유독 하나의 언론 칼럼으로 안혜리의 글을 인용하신 이유가 납득이 가지를 않습니다.”

 

용혜인이 아니라 겸직특권을 향해 돌을 던져라

의원 사퇴 요구하려면 겸직 장관 다 사퇴시켜야
겸직제, 박정희 유산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왕화
국힘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 완전 빗나가
이번 기회에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겸직 허용여부 당사자 아닌 '시민의회'에 맡겨야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용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으로 보면 시비를 걸 자리가 없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를 법률에 맡겼고, 국회법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했다. 비례대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입각 시 의원직 사퇴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

 

다만 비례의원에게는 사퇴가 정치관행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비례의원을 하다 장관직을 제안받은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2000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2009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2015년)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강은희는 겸직을 유지하려다 여론에 밀려 물러섰다. 지역구 의원은 겸직하고 비례대표는 사퇴한다는 비대칭 관행이 20년 넘게 굳어진 셈이다. 근거는 간단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선거를 치르지 않고 명부의 다음 순위자가 승계하니 소속 정당의 의석에 손실이 없고 본인도 장관이 되니 훗날을 도모하기가 쉽다는 계산이었다.

 

용 의원은 그 계산이 통하지 않는 자리에 서 있다. 그는 지난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하고 소수정당이 합류한 연합위성정당(더불어시민연합)의 명부에 올라 당선됐다. 연합위성정당의 비례명부에는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섞여 있어서 용 의원의 사퇴 시 차순위 승계권자는 기본소득당 사람이 아니고 민주당 사람이다. 그 결과 원내의원이 용 의원밖에 없는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국고보조금과 유급 보좌진이 함께 사라진다. 이렇듯 당의 존립이 걸린 특수한 상황에서 관행대로 하라는 요구는 가혹하다. 양해를 구하는 쪽이 이상하다고 보기 어렵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3 연합

 

거대양당은 용혜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용 의원의 처지를 만든 것은 위성정당이다. 위성정당은 소수정당에게 갈 연동형 비례의석을 가로채기 위해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이 먼저 만들었다. 상대가 반칙을 하는데 혼자만 당할 수 없다며 민주당도 뒤따랐다. 다만 국힘과 달리 연합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시늉을 했다.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원내 진입 통로가 통째로 막힌 소수정당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껍데기에 얹혀 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벌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은 민주당이 연합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기본소득당에 둥지 한 귀퉁이를 내주고 알을 품어준 결과다.

 

나경원 의원은 용혜인 사례를 들어 준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손보자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위성정당을 먼저 만들어 제도를 무너뜨려 놓고, 무너진 자리에서 생긴 딜렘마적 상황을 근거로 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논법이다. 방화범이 화재를 못 막았다는 이유로 소방서를 폐지하자는 격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위성정당 반칙에 앞장선 나경원 의원 등 국힘당 사람들과 소수정당에 4석만 내주고 실리를 크게 챙긴 민주당 사람들이 용 의원의 사퇴를 종용하며 핏대를 올리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다.

 

비례대표 무용론은 과녁을 잘못 잡았다

 

더욱이 용혜인의 비례의원 사퇴 거부를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야 할 일은 위성정당 방지법이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법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힘당과 보수언론의 논조는 곧장 비례대표 축소론과 2020년 연동형 선거법 폐기론으로 미끄러진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주류 정치 담론의 현 수준이다. 거꾸로다.

 

한국의 소선거구제는 표의 대표성과 등가성, 투표결과의 비례성과 다양성에서 모두 낙제점이다. 지역구 투표의 50% 안팎이 어김없이 사표가 된다. 절반 남짓 득표한 정당이 지역구 의석의 3분의 2 가까이를 가져가는 일이 반복된다. 전체 300석에서 비례대표는 46석, 15%를 겨우 넘는다. 비례성을 보정할 장치가 이 정도로 작은 나라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찾기 어렵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인도 등 소수다. 번갈아 집권하는 거대양당이 서로의 기득권을 손대지 않기로 담합한 결과다. 영국의 2011년 선거제 개혁 국민투표가 그 전형을 보여준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 합의에 따라 치러진 이 투표의 선택지는 소선거구 최다득표제와 대안투표제였다. 대안투표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되 선호 순위로 과반 득표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라 비례성과 무관하다. 자유민주당이 요구해온 단기이양식 비례제는 연립 협상 단계에서 투표용지에 오르지도 못했다.

 

결과는 반대 67.9%, 찬성 32.1%, 투표율 42.2%였다. 반대 진영은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 다수가 함께 꾸렸다. 선거 때는 서로를 비난하던 두 정당이 선거제를 지키는 일에서는 한 몸이 됐다. 영국 국민 앞에 비례대표제라는 진짜 선택지가 놓인 적은 없다. 부결된 것은 양대 정당이 미리 걸러낸 절충안이었다. 제도를 바꿀 권한을 그 제도의 최대 수혜자에게 맡겨두면 무엇을 국민에게 물을지부터 그들이 정한다.

 

비례성을 갖춘 나라들의 성적표는 우리와 다르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비슷한 규모로 두고 최종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로 결정한다. 2023년 선거법 개정으로 총 630석에 지역구 299석 구조가 됐고 논란이 컸던 초과의석 보정장치를 없앴다. 뉴질랜드는 왕립선거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1993년 국민투표로 소선거구제를 버리고 독일식 혼합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서 1996년 총선부터 다당 연립을 정착시켰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네덜란드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삼는 비례대표제를 100년 넘게 운영해왔다. 이들 나라에서 여성과 노동자, 청년과 소수자의 의회 진출 비율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명부를 짜는 정당이 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표를 얻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지역의 최다 득표자 한 사람만 남기므로 그 압력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민은 이미 답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례대표제 강화 지지 증거는 이미 나와 있다. 2023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열린 선거제도 공론조사에서 무작위 추출된 시민참여단 500명이 이틀에 걸쳐 16시간을 학습하고 토론했다. KBS가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숙의 전에 비례대표 확대에 찬성한 비율은 27%였다. 숙의 후에는 70%로 올라갔다. 비례대표 축소에 반대하는 비율은 46%에서 10%로 떨어졌다.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4%에 이르렀다.

 

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비례대표 무용론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의 여론이지 숙의를 거친 시민의 판단이 아니다. 16시간 학습토론으로 27%가 70%가 됐다면 30시간을 학습하고 숙의할 경우 합의수준이 더 높지 않겠는가. 홍준표나 나경원 같은 정치인이 시민의회에 나와 비례대표를 아무리 비난하고 축소폐지론을 외쳐도, 국힘당이 내세우는 최고의 전문가를 모두 받아줘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붙어보면 될 일이다.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 여야담합주의이자 셀프입법주의다

 

문제의 뿌리는 정치관계법을 여야 합의로만 바꾼다는 관행이다. 이 관행은 공정해 보이지만 실상은 양당 카르텔을 보장할 뿐이다. 국회의원과 거대양당의 권리의무와 제3당의 진입장벽을 국회의원과 거대양당이 정하는 순간 그것은 자기대리 입법, 즉 셀프입법이 된다.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과 국회법이 가장 전형적인 이해충돌 셀프입법의 산물이다. 어떤 법 영역에서도 규율 대상이 규율 내용을 스스로 정하고 그 개정에 거부권까지 갖도록 허용하진 않는다.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의 실질은 국회의원과 거대 양당의 자기대리 입법권을 100% 난공불락의 특권으로 전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여야합의주의가 모든 경우에 불공정한 것만은 아니다. 과반수 여당이 숫자의 힘으로 여당의 독과점 유지나 강화 입법을 밀어붙이는 경우에는 여야합의주의를 내세워 막아야 한다. 공정경쟁을 구조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당 카르텔의 한 당사자인 과반수 여당이 다른 당사자인 야당의 카르텔 고수 입장에도 불구하고 독과점 완화나 해소 입법을 밀어붙이는 경우에는 야당이 여야합의주의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전혀 없다. 그것은 담합특권을 보장하라는 불법적 요구이기 때문이다. 2020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을 민주당이 180석이 넘는 4당 연합을 구축해서 밀어붙인 것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법적으로 판단할 때 4당의 담합 해소 목적의 선거법 개정입법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잘못은 오히려 국민의힘의 담합 고수 몽니와 위성정당 꼼수를 법적, 정치적으로 응징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차별적으로 잘못 적용된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의 대가는 지긋지긋한 비토크라시와 적대적 공생이다. 두 정당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실제로는 같은 규칙 위에서 번갈아 집권한다. 정치 불신과 혐오는 시민의 심성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가 매년 생산해내는 산물이다. 우리 정치담론은 이 지점을 제대로 짚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셀프입법이 쌓아 올린 장벽은 촘촘하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는 3% 봉쇄조항이 걸려 있고 정당 등록에는 중앙당과 시도당 요건, 즉 지역정당 금지가 붙는다. 정당에 주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은 총액의 50%를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먼저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배분도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우선한다. 이 모든 제약이나 요건이 새 정당의 원내 진입 확률을 체계적으로 낮춘다.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설계자가 바로 거대 양당인데 여기에 무슨 정의가 들어있겠는가.

 

국무위원 겸직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기둥이다

 

용혜인 사태가 열어준 더 큰 질문이 있다. 국회법이 허용하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과연 국민에게 이로운가? 대통령에게는 장관 자리가 여당 중진의원을 줄 세우기에 더없이 좋은 제도다. 여당 중진의원에게는 장관 자리가 경력 사다리이자 다음 선거의 자산이다. 대통령은 장관 자리를 노리는 여당 중진의 쓴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고 중진 의원은 장관 자리로 다음 기회가 생겨서 좋다. 거대 야당도 정권을 잡으면 같은 혜택을 누리므로 불만이 없다.

 

그렇지만 장관 겸직 합의는 대통령 권력에 대한 내부 통제를 지워버리고 대통령을 견제받지 않는 제왕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는 독약이자 재앙이다. 대통령제의 기본 설계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적 분리에 있다. 미국 헌법이 연방 공직을 맡은 사람이 의원직을 겸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이유다. 의원과 장관의 겸직은 의회와 행정부를 하나로 묶는 내각제의 특징이다. 한국 대통령은 대통령제에 고유한 국가원수와 행정수반, 군통수권자의 3중 권한에 더해 내각제 총리가 누리는 의회 장악력까지 손에 쥐는 셈이다.

 

겸직 허용규정은 대통령의 검경, 국정원 등 권력기관장 인사권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의 하나다. 여당의 고유역할은 대통령을 입법과 예산으로 지원하되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는 데 있는데 바로 그 역할을 못 하게 한다. 장관직을 기대하거나 겸직하는 의원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사의 주체이지만 행정부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상임위에서 소관 부처를 향하는 날카로운 질문이 그만큼 사라지고 청와대의 의중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현직의원의 장관 겸직 허용은 대통령 인사권이 국회 안까지 뻗치게 만들어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 [공동취재] 연합

 

겸직 허용 조항은 박정희 시대의 3선 개헌 당근책으로 도입됐다

 

1962년 제3공화국 헌법은 국회의원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겸할 수 없다고 명문으로 못박았다. 미국형 대통령제에 맞춰 입법부와 행정부의 인적 분리를 세운 조항이었다. 겸직 허용은 그 조항을 걷어내면서 시작됐다. 무대는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획책한 1969년 3선 개헌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가능하게 하려면 개헌안이 국회 재적 3분의 2를 넘어야 했는데 여당인 공화당 안에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이들을 돌려세우기 위해 제시된 유인책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겸직 허용 개헌이었다. 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로 총리나 장관을 할 수 있게 하겠으니 3선 개헌에 협조하라는 거래였다.

 

3선 개헌이 만들어낸 제왕적 대통령제의 유산은 1972년 유신헌법과 1980년 전두환 헌법은 물론이고 1987년 민주화 개헌을 거치면서도 그대로 계승됐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여야 어느 쪽에도 손해가 아닌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야당시절에는 눈만 뜨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난하지만 정작 그 기둥의 하나인 겸직 허용에 대해선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입을 닫았다. 요컨대 겸직 특권은 3선 개헌에서 태어나 유신헌법과 전두환 헌법을 거쳐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대표적인 악법의 하나다.

 

겸직 금지는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 단독 과반을 가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국회법의 겸직 근거조항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두가 쉬쉬하며 그 폐단을 모른 척한다. 여론이 나빠져도 정치관계법 여야합의주의라는 잘못된 핑계를 합창하면 그만이었다. 일반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겸직 특권을 놔둘지 물어보라. 겸직을 없애라는 쪽으로 압도적 결론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의 제왕화를 부채질하는 비정상적 겸직 특권을 스스로 쳐내는 정권이 위대한 개혁 정권이다.

 

여기서 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겸직 허용 조항은 앞으로 없애는 것이 맞지만 조항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의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대통령제 아래서는 비례의원뿐 아니라 지역구 의원에게도 허용돼선 안 되는 특권이다. 비례대표에만 사퇴를 요구하는 지금의 관행은 법적 근거도 없다. 용혜인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려면 지금 겸직 중인 장관 전원의 사퇴를 함께 요구해야 앞뒤가 맞다.

 

용혜인에게 물을 것과 거대 양당에 물을 것

 

용 의원에게 물을 것은 따로 있다. 성평등가족부를 이끌 준비가 돼 있는지, 여성계가 반대해온 정책에 찬성한 이력을 어떻게 설명할지다. 이것이 인사청문회의 본령이다. 겸직 여부 논란은 그가 만들지 않은 제도가 그에게 떠넘긴 딜레마다. 용혜인을 몰아세워 사퇴시킨다 해도 딜레마를 만들어낸 연합위성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이상 다음 총선에서도 다시 등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거대 양당에 물을 것은 이런 것들이다. 위성정당 방지입법을 왜 안 하고 있으며 언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국민의 70%가 넘게 요구하는 비례대표 확대는 언제 할 생각이며 왜 안 하는가.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 국무위원 겸직 독소조항을 도대체 언제까지 껴안고 있을 것이며 언제 폐기할 것인가. 독과점 타파 목적의 정치관계법 개폐마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는 잘못된 입법관행을 언제까지 싸고돌 것이며 언제 셀프입법특권을 내려놓을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작금의 비판은 용혜인 개인을 소모하는 데서 끝날 뿐이다.

 

시민의회로 결론을 내자

 

겸직 허용 여부를 누가 결정해야 맞는지 생각해보자. 직접 이해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거대양당은 적격자가 아니다. 겸직 허용 여부 등 정치규칙 제정 권한은 일단 이해당사자에게서 떼어내어야 한다. 아일랜드는 시민의회를 통해 헌법 개정 의제를 정리했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온타리오 주는 시민의회에 선거제 설계를 맡겼다. 무작위 추출로 구성된 시민이 충분한 정보를 받고 숙의한 뒤 권고안을 내면 국회 표결이나 국민투표로 그것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2023년의 선거제 개혁 공론조사는 한국 시민도 얼마든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는 선거제와 국회법 겸직 조항 등 셀프입법특권을 두루 다루는 시민의회를 열어야 할 때다.

 

요컨대, 이번 사태를 용혜인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소비하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함으로 다루는 것은 난센스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장관 겸직 조항이 박정희 독재체제의 유산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왕화를 불러오는 주범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그 특권을 없앨 권한을 쥔 사람들이 곧 그 특권의 수혜자라서 손대지 못했을 뿐 그 조항은 독소이자 재앙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시민의회에 겸직 허용 여부를 물으면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용혜인에게 돌을 던지는 국회의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 

 

용혜인과 거리 두는 여당…당내서 커지는 '자진 사퇴 결단' 목소리

 

2030 지지율 하락 현실화에 우려 심화…진보진영 비판에 통합 의미도 퇴색

김승원은 총력 방어하며 분리 대응…"정당한 의정활동을 부정 청탁으로 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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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용혜인 장관 후보자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4 cityboy@yna.co.kr
 

 

더불어민주당이 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 정국의 핵인 김승원 법무부·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4일 사실상 분리 대응 모드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른바 "벼락 출세·이중삼중 특혜"(송영길 의원) 논란으로 2030의 민심 이반이 눈에 띄게 가속하는 상황과 맞물려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인 엄호는 거두는 모습이다.

반면 신약 청탁 의혹으로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병도 원내대표 등이 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원 사격한 것과 달리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용 후보자에 대한 별도 논평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이 용 후보자와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소속 정당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용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40%)은 인사 논란 등과 맞물려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나아가 20대 지지율은 25%로 첫 20%대를, 30대 지지율도 31%를 각각 기록하는 등 급하락세를 보였다.

 

용 후보자가 진보 진영 통합용 카드였으나 실제로는 정의당 등 진보 진영은 물론 여성계에서 비판이 계속되는 것도 민주당으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한 중진 의원은  "빨리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2030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용 후보자를 선택한 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 후보자 본인이 결단하지 않는 이상 당이 나설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후보자 본인이 의원직을 내려놓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당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용 후보자가 청문회와 관련해 당에 협조를 구한 바 없다고 밝히며 "(용 후보자 관련 내용은) 후보자와 청문회 준비단에 질의하면 좋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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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연합 자료사진]

 

반면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김 후보자를 엄호하고 있다.

사건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료된 데다 금품 수수 등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후보자가 자당 소속인데다 형사사법 체제 개편을 통해 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현장 최고위에서 "검찰이 이미 민원 전달 자체를 위법한 청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마저 부당하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라고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청문회 전에 이미 (김 후보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답정너'식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제1 야당 대표가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근거로 뇌물죄와 감옥을 운운한 것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연일 김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펼치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정당한 의정 활동을 부정 청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소도 하지 못했던 사안을 이제 와 마치 새로운 범죄라도 발견한 양 꺼내 드는 것은 정치 검사 시절의 나쁜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음을 스스로 입증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건태 의원은 국회에서 김 후보자를 향한 국민의힘 공세를 반박하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권 당시 이뤄진 김 후보자의 청탁 의혹 수사를 "전형적인 정적 죽이기 수사"라고 규정한 뒤 "(국민의힘이) 술집, 룸살롱 같은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정상적인 민원 전달을 부적절한 사적 청탁으로 몰아가고 김 후보자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으려 한다"며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대단한 대가성이 없지 않으냐"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3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했다.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7.4%, 응답률은 10.9%다. 

                                                                  <  김정진 오규진 최주성 정연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