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연설…트럼프 겨냥 "우린 좋을 때만 동맹 아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캐나다와 유럽은 각자 강하다.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며 유럽연합(EU) 준회원국이 되는 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준회원국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의 캐나다인이 유럽과 더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미래를 위한 동맹은 우리가 함께 정의해 나갈 독특하고 긍정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34가지 넘는 핵심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 동맹은 유럽이 필요로 하는 안정적 공급, 캐나다가 원하는 첨단 가공 역량, 에너지 전환과 방위 분야에서 가치사슬을 완성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날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가 EU의 첫 번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며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다.
카니 총리는 "우리는 좋을 때만 함께하는(fair-weather) 동맹이 아니다. 우리는 제로섬 협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강한 경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수단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기후변화의 격변, 민주주의 규범의 침식, 무기로서의 무역 같은 새로운 폭풍에 휩싸였다. 의존해왔던 다자간 기구는 약해졌다"며 "오늘날 주권과 개방은 양립하기 어렵다. 이제 경제적 통합은 무기로, 관세는 압박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대국과 경쟁하기 위해 제3의 블록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게 아니다. 단지 더 나은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남을 지배하기 위해 힘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마련 중인 동맹의 최종 구조를 놓고 캐나다 의회에서 최종적으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며 EU 준회원국 제안에 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능성에 대해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적대적 행위로 간주할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여러 품목에 대해 유럽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니 총리는 이에 대해 "더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캐나다는 미국에 더 효과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구상 중인 EU와 관계를 준회원국 대신 '미래를 위한 동맹'이라고 불렀다. 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두 가지 용어를 모두 사용했다. 어떻게 부를지는 유럽의 문제"라며 내달 말 EU와 정상회담에서 양측 관계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제안이 느닷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 제안이 회원국들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지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하나 이상의 제3국 또는 국제기구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유럽연합조약 조항에 따라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 단일시장을 구성하는 등 여러 나라와 협정을 맺었으나 준회원국 지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메촐라 의장은 그러나 이날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준회원국은 회원국과 가입 후보국 사이 '제3의 길'이라면서 호주와 뉴질랜드 등 뜻이 맞는 다른 나라들도 캐나다에 이어 준회원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캐나다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에 독일어를 섞어 연설하고 유럽의회 의원들과 셀카를 찍으며 유대감을 드러냈다.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지낸 그는 평소 캐나다를 "유럽 아닌 국가 중 가장 유럽적인 나라"라고 말해왔다. < 김계연 기자 >
EU 수장 '캐나다에 준회원국' 돌발 제안에 회원국들 '냉랭'
회원국 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발표…'비밀주의' 비판
'준회원국' 의미도 불명확…일각선 "과감히 포용해야" 옹호론도

캐나다에 유럽연합(EU)의 첫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자는 EU 수장의 돌발 제안에 회원국들 사이에 냉랭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 연설에서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함께했다.
EU와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노골화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시대에 캐나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EU 회원국들 사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준회원국 지위 제안은 사전에 회원국들과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안건이라 논란을 낳고 있다.
회원국들 사이에선 준회원국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 불명확할뿐더러, EU 수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16일 베를린이 캐나다와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에 대해 논의"하는 데는 열려 있지만, '준회원국'이라는 용어는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접촉한 익명의 유럽 외교관 4명도 집행위가 자국 정부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한 외교관은 이런 비밀주의를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최근 EU 대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이 아이디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자국 정부가 사전에 전달받은 위원장 연설문 사본에는 '준회원국 지위'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캐나다와의 논의 내용을 잘 아는 또 다른 외교관은 "사실 (준회원국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비록 EU 수장이 연설 내용을 각국 수도에 사전에 알릴 의무는 없지만, 캐나다에 예외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공식적인 계획이라면 각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사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레네 레파지는 폴리티코에 "새로운 회원국 모델은 사실상 조약 개정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준회원국 지위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EU 집행위 내부에서도 드러났다.
EU 확대담당 조직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우리 팀은 해당 제안에 대한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노르웨이와 스위스 같은 파트너국들이 EU 규정을 따르고 심지어 EU 공동 예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 앞서 캐나다에 대한 특별 대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제안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EU 관리는 이번 제안을 옹호하며 "우리는 회원국들을 화나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더 긴밀한 관계를 원하는 제3국들을 화나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럽의회의 중도 성향 정치그룹 '리뉴 유럽'(Renew Europe)의 대표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가까운 발레리 아이에르는 자신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더 깊고 전략적인 EU-캐나다 관계" 제안을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싶어 하며, 이처럼 더 위험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EU 관계자들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내달 29∼30일 캐나다에서 카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 각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한 EU 외교관은 FT에 "EU 각국 수도 사이에서는 나중에 다른 가입 후보국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약 10년 전 서명된 EU-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CETA)을 아직 비준하지 않은 EU 회원국이 10개국에 달하며,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아직 승인하지 않은 국가도 3개국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보다 과감한 협정을 체결하려면 EU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 송진원 기자 >
미국 못 믿는 중견국들의 밀착…고율관세로 찢어놓겠다는 트럼프
캐나다, EU 준회원국 가입 추진…대미 불신 속 협력 확대로 대안 모색
중견국 협력 본격화 신호탄 될지 주목…트럼프, 위기감 속 강력 경고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착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를 자못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더는 믿을 수 없다는 공감대 하에 캐나다와 EU가 결속하면서 국제사회에 중견국 협력 강화의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와 교역 중단을 내세워 유럽을 위협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캐나다와 유럽은 함께 할 때 더 강하다"면서 캐나다가 준회원국으로 EU에 편입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 방안이 '맹렬한 폭풍' 속에 국가의 주권과 자유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행보를 맹렬한 폭풍에 빗대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전날 유럽의회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면서 캐나다와의 밀착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지리적으로 북미 대륙에 위치해 유럽 대륙과는 멀리 떨어진 캐나다가 EU 준회원국 카드를 꺼내든 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캐나다는 그간 안보와 경제는 물론 사실상 전 분야에서 미국과 최고 수준의 협력을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미국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설사 미국의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예전의 관계로 복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미국이 다시 '트럼프식 대외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EU 역시 '때로 동맹이 적보다 나쁘다'는 인식 하에 끊임없이 청구서를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동맹을 통한 안정 및 발언권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물론 EU와 캐나다 모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묶인 '안보 운명공동체'라 미국과 아예 거리를 둘 수는 없다.
다만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는 대미 불신에 따라 야기된 공백을 메울 새로운 협력 모색이 구체화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카니 총리가 연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주창한 '중견국 연대'와도 맞닿은 움직임이다.
당시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더는 현실 순응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중견국의 공동 행동을 간곡히 촉구했고 청중이 기립박수를 치는 이례적 광경이 연출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가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관계를 되돌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 논의가 중견국의 협력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가 EU 준회원국이 될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본다"고 일축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적대적 행위로 간주할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여러 품목에 있어 유럽과의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율관세와 교역중단 카드로 유럽을 위협하며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을 사실상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가입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준회원국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EU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할지 불분명하고 캐나다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견국의 협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8월 필리핀을 찾아 "미국을 배제하기 위해 고안된 중견국 동맹 같은 피상적이고 유행하는 구상에 대한 망상을 버리라고 권고한다"며 강도 높게 경고하기도 했다.
< 백나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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