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없고 '주적'만 있는 '북한 장사'

● COREA 2026. 9. 27. 10:5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는가.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무인기 공작을 벌여가며 전쟁을 유도했던 내란수괴를 배출해낸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 과연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을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 하는가.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국민의힘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지 오래된 마법의 주문,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입니까”다.

 

이 주문을 한 번 외우고 나면 묘한 마법이 시작된다. 북한이라는 두 글자만 등장하면 복잡한 정책과 현안도 어느새 ‘북한 눈치 보기’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북한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논쟁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물론 야당이 정부에 안보 기조와 대북 정책을 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안보를 묻는 것과 북한을 만능 정치 프레임으로 소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순은 더욱 선명해진다.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당시에는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북한 눈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행 의사를 밝히자, 정부는 포로의 안전과 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는데, 외신 보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도 “북한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으로 돌려보내도 눈치 보기이고, 한국으로 데려와도 눈치 보기라면 무엇을 해도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모든 사안을 같은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방식에 있는 것은 아닐까.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면, 결국 남는 것은 안보가 아니라 정쟁뿐이다.

 

그런 논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송환은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공개 협의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징 치고 춤추며 온 세상에 광고했을 그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비공개 노력이 이해가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북한 눈치 보기’에 대해서도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며, 북한군 포로 문제를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보는 중차대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또한 실재한다. 그러나 정부가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북한 눈치 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다.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어떤 원칙과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묻는 일이다.

 

‘주적’이라는 단어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저절로 단단해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위협을 직시하는 것과 북한을 국내 정치의 도구로 소모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무인기 공작을 벌여가며 전쟁을 유도했던 내란수괴를 배출해낸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 과연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을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 하는가.                                                                                                              < 홍순구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