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트렌드 2027, 직분은 꺼리고 관계는 느슨하게…교회 의존 줄어드는 ‘DIY 신앙’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교회 트렌드 2027’ 출판기념회에서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교회에는 다니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신교 비영리 연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28일 서울 중구 YWCA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은 교회 출석자 수는 감소하는데 개신교인 수는 소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지 대표에 따르면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서 개신교인 비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3년 16%를 저점으로 지난해엔 18%로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연구소가 담임목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예배 참석자들의 숫자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94% 수준으로,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가나안 성도’(‘안 나가’를 거꾸로 한 말로, 개신교인의 정체성은 유지하지만 교회에는 가지 않는 신자를 가리키는 말)가 늘어나는 ‘크리스천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 대표는 “왜 사람들이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서 교회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교회는 계속해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지난 5~6월 두 달 동안 목사와 신자 3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현재 교회 문화의 문제점과 시대적 변화상을 짐작할 수 있다. 교회 내에서 장로나 권사, 집사 등 직분이 주어지면 맡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53.7%로 맡고 싶다(38%)는 응답을 훌쩍 넘어선다. 가장 큰 이유는 직분이 없어도 충분히 신앙생활과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분 기피 현상은 30대에서 두드러졌다.
또 목회자(73.8%)와 성도(63.6%) 모두 과거에 비해 성도 간 관계가 느슨해졌다고 인식했으며,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과도하게 얽히지 않는 느슨한 관계를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목회자와 성도 모두 70% 가량이었다. 다니는 교회에 신앙생활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자기주도적 신앙생활을 하는 ‘DIY 신앙’ 현상도 확인된다.
조사에서 교회 출석 신자의 73.3%가 교회 외부의 설교를 듣고 있으며 62.4%는 신앙 강의나 성경공부를 위해 외부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활용 역시 목회자와 신자 모두에게서 증가했다. < 박경은 기자 >
직분보다 은사, 유튜브보단 현장…멀어진 성도 잇는 길
‘한국교회 트렌드 2027’ 출판기념회

직분을 맡기면 손사래를 치고, 교회 안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성도들. 이들을 다시 교회 공동체로 잇기 위해서는 직분의 문턱을 낮추고 현장 예배와 소그룹의 깊이를 되살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대표 지용근)와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은 28일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한국교회 트렌드 2027’(규장) 출판기념회를 열고 이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책은 지난 5~6월 담임목사와 성도, 청년부 사역자 등 3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대표저자인 지용근 대표는 교회 출석자는 줄어드는데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여기는 이들은 소폭 늘어나는 ‘크리스천 디커플링’ 현상을 짚었다. 그는 “신앙을 내려놓지 않았는데 왜 교회엔 나오지 않는지 한국교회가 답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면 계속 성도들을 떠나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 대표는 책에 정리된 10가지 키워드 가운데 ‘노 타이틀 성도’와 ‘아날로그 영성’을 조사 데이터와 함께 소개했다(그래픽 참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교회가 직분을 맡겨도 받지 않겠다는 성도는 10명 중 5명 이상(53.7%). 직분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직분이 없어도 신앙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이 가장 많았다. 지 대표는 “직분과 상관없이 모든 성도가 은사에 따라 예배와 교육, 상담, 지역 봉사 등 여러 사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가 문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도들의 참여를 넓히는 일은 또 다른 키워드인 아날로그 영성과도 연계됐다. 아날로그 영성이 필요하다고 답한 성도들은 이를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로 현장 예배의 깊이와 집중도 강화(55.6%), 소그룹 활성화(35.1%), 이웃 봉사와 섬김(28.7%)을 차례로 꼽았다(1·2순위 합산).
다만 느슨한 관계를 원하는 성도가 많은 만큼 소그룹을 서둘러 밀어붙이면 실패하기 쉽다는 게 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3~5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신앙 훈련 의향이 높은 중직자와 소그룹 참여자를 먼저 세워 이들을 중심으로 사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데연과 기아대책은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목회자와 교회 리더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이번 조사 결과를 실제 사역에 적용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창남 회장은 “변화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전략은 변하지 말아야 할 복음이라는 본질을 정의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7 기획책임을 맡은 박재범 기아대책 부회장은 “한국교회가 다시 함께하는 선교적 공동체로 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준비했다”며 “AI 시대가 되고 신앙이 개인화돼도 답은 결국 교회 공동체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 이현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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