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밝히겠다' 던 조희대…나흘만에 증언 거부

● COREA 2026. 10. 6. 05:4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삼권분립의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의견서
출석하되 증언 안할 듯…국민 앞에 한 약속 저버려
서영교 "국회의 견제와 검증 거부하는 문제 반복"

 

이용우 "예외 요구는 특권의식과 제왕적 행태"
김의겸 "국감 통해 말하겠다던 발언 스스로 번복"
최은석 "민주당 입맛대로 증인 골라 세우는 국감

 

겁박하기 전에 막아 세운 증인들부터 세우라”
임명권과 제청권 어느 쪽 앞서는지 견해 갈려
6일 국감 시작 …김현지·DMZ 지뢰·ETF 등 쟁점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9.28 연합
 

"요청 자체가 재제청하라고만 왔다. 답변도 결론만 드려서 여러분들이 궁금한 게 많다고 들었다. 그런 내용들을 앞으로 국정감사나 그런 것을 통해서 이야기할 것이고,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공보관을 통해서 여러분한테 전달해 드리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28일 출근길에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취재진에 밝힌 입장이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던 그가 나흘 만에 국감 증언대에 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은 사흘 연휴의 한중간에 다시 격렬한 공방에 휩싸였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감을 나흘 앞둔 지난 2일에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으로  증인 출석은 어렵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수사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드리기는 어렵다.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반영된 삼권분립의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 국정감사의 권력분립 상 한계를 벗어날 뿐 아니라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가능성’은 시민단체가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결국 사법권 독립 등을 내세우며 증언하지 않았고, 관례대로 인사와 마무리 발언만 했다. 이번에도 조 대법원장은 출석은 하되 증언은 거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도행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오후 조 대법원장이 국감 증인 불출석 의견을 낸 것이 맞는지, 서영교 위원장과 민주당 법사위 간사, 민주당의 비판을 어떻게 보는지를 묻는 미디어오늘의 소셜미디어(SNS) 질의에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가 국회에 제출됐다고 들었고, 저희가 언론에 공지한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이 시점에 돌아보니 앞의 조 대법원장 출근길 발언에 주어가 빠져 있어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돼 있었다. 국회의 국정감사를 '국정감사나 그런 것을 통해서"라고 낮춰 보는 모습까지 드러냈다. 한마디로 농락당한 느낌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사법부 현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출석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견제와 검증을 거부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법사위가 기관 증인이 아닌 일반 증인으로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한 점을 들어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조 대법원장은 출석 의무가 있다며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또 "조 대법원장은 성역이 아니고 사법부 독립은 위헌행위에 대해 침묵을 허용하는 방패가 아니다"며 조 대법원장을 향해 "증인석에 앉아 국민 앞에 직접 답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6.9.23 연합
 

이용우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도, 대통령도, 국회도 뭉개는 대한민국의 제왕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으려면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국회증언감정법 제2조는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으면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의 예외 요구는 특권의식과 제왕적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증인 불출석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자기 고백이자 증인 선서 없이 국회를 조 대법원장 개인의 거짓 주장의 놀이터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조 대법원장은 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 앞에 소명하십시오"라고 거듭 압박했다.

 

법사위의  여당 간사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입장문에서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이 감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된다”라며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썼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김의겸 의원은 “정작 국정감사 일반증인 출석 요구를 받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라고 받아쳤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 대법원장을 국회법 위반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핵심 의혹을 검증할 증인 한 명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단일종목레버리지 ETF' 대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1월 13일 청와대 회의 참석자들을 증인으로 세우려 했지만, 민주당이 끝내 막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불리한 증인은 빼고, 공격할 사람은 불러 세우고, 민주당 입맛대로 증인을 골라 세우는 것이 국정감사”라고 허점을 파고 들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이후 틈만 나면 대법원장에게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인신공격과 모욕에 가까운 공세를 퍼부어 놓고 이제 와서 증인석에 앉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겁박하기 전에, 자신들이 막아 세운 증인들부터 국민 여러분 앞에 세우라”고 촉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1명의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5일 현재 216일째 공석이다. 2026.9.29 연합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대법관 임명 관련 헌법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민석 대표는 “제청이 권한으로 봤을 때 과연 임명권보다 더 큰 권한인가”라며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가 이렇게 침해되도록 행사될 수 있는 것인가가 오늘 질문의 본질”이라고 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진보 성향 헌법학자인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거부한 경우 대법원장은 다시 제청할 의무가 있다”며 “상당한 기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어떠한 변화 속에서도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 청렴성이라는 근본 가치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떤 권한이 우선인지를 두고 헌법학자들의 해석도 갈린다고 뉴스1은 5일 보도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은 우열 관계는 아니다"면서도 "임명 절차 안에 제청 절차가 있는 것이어서 제청은 대통령의 인사 절차 중 한 파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제청하면 대통령이 (제청된 자를)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시간상으로 분업 체제이고, 어느 하나만 빠져도 대법관이 임명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물론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마찬가지이지만, 국회의 동의는 보조적인 견제 장치이고 실질적으로는 제청권과 임명권이 2단계로 나뉘어 있는 시간적 분업 체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보다는 대통령의 의사가 더 존중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 정치적 대표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지위"라며 "대법원장은 민주적 정당성에 관해선 대통령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명 권한이 있다면 그 임명 권한 행사에 있어 제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제시할 의무가 대통령에게는 헌법적·법률적으로 없다"며 "순수한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헌법적 근거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부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청이라는 말 자체가 '대법원장 쪽이 설득하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했던 것처럼 물밑 교섭을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서면으로 A 후보를 제청하고 '임명하려면 하고, 말라면 마는 식'은 헌법적으로 이야기하면 제청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체청 요구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헌정사에서 대법관 임명에 있어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법원이나 대법원장에게 주도권을 갖고 그 사람(대법관)을 고르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신헌법 때에는 대법원장과 사전 협의해 '코드 인사'로 손쉽게 임명했다"며 "사전 협의의 관행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헌법 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면 청와대와 대법원의 협의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선택 교수는 "그동안 항상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 협의를 충분히 했고, 조율해 왔다"며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최고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할 때도 유사한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20명 이상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데 지금 상황으로 인해 내년 조 대법원장 퇴임 전까지 대법관 임명에 문제가 돼 공백이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제청되지 못한 나머지 3명의 후보 중에서 한 명에 대해 대법원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새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앞선 후보추천위의 추천권을 무시하게 돼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장도 대법관처럼 후보추천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진아 교수는 "노골적으로 코드인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후보추천위 구성은 정치적 편향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3일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정권 심판, 민생회복·안보수호 국민행동대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6.10.3
 

한편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국민의힘 공세 방어에도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 첫해였던 지난해 국감은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캐내는 데 집중한 것과는 다른 전략을 펴겠다는 것. 원내 핵심 당직을 맡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 지지율을 상승시켜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의원들이 정부와 같이 철벽 방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가 최대 뇌관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비롯한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의 인사·국정 개입 의혹을 파고들 계획이다. 용혜인·김승원 전 성평등가족부·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잇단 낙마를 고리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도 제기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외교통일·국방위원회에서는 비무장지대(DMZ) 북한 지뢰 폭발 사고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 안보 현안이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의 초기 판단과 대응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참여 수위를 두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북한 포로 송환을 둘러싸고도 입씨름이 벌어질 것이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과 부동산 정책 등이 도마에 오른다. 국민의힘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정무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