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사건이 노출시킨 유엔사 권한 문제
군사 목적 머물지 않고 모든 것 통제하려 해
우리가 권한 행사하지 않으니 저들이 가져간 것
미국과의 충돌 각오하고 되찾아와야 할 때
유엔사는 지난 6월 군사분계선 남쪽 DMZ의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집행하고 유지할 ‘유일한 권한(sole authority)’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고 공개 선언했다. 같잖은 이야기다. 정전협정 서문부터 그 협정의 조건은 “순전히 군사적인 성격”에만 관계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군사협정에서 나온 권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평화적 이용과 행정까지 지배하는 권한으로 제멋대로 늘려 잡고 있다. 정전 관리라는 이름을 빌린 월권이다. 한국정부는 유엔사의 월권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늦지않게 바로잡아야 한다.
DMZ 감시하고 지키고 관리하는 것은 한국군
최근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할권과 실제 운용실태에 관한 모순을 보여준다. 25사단 장병들은 MDL 남쪽에서 조선(북한)군의 지뢰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을 조사하기 위한 수색로를 만들다가 지뢰 폭발로 부상했다. 이후 조선제 지뢰가 발견됐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발견된 조선제 지뢰가 조선군이 MDL을 넘어와 직접 매설한 것인지, 의도적인 대인 살상 목적이었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더구나 조선군이 실제로 MDL 남쪽에 들어와 지뢰를 심었다면 남측 DMZ 관리의 ‘유일한 권한’을 자처하는 유엔사가 먼저 책임을 질 일이다.

지뢰사건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소동과 닮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권력이 감추려는 사실 앞에서 언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다. 핵심은 간데없고 “좌파 영화인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식의 이념논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리책임은 무엇인지, 조선군이 언제 어떻게 지뢰를 매설했는지, 한국군은 왜 그 위험한 수색을 하필 이 때에 맡아야 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조선에 대한 무조건 비방은 숭미 극우세력의 또 다른 북풍공작이다. 정부는 지금 저들의 프레임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DMZ의 현실은 단순하다. 철책을 지키는 것도 한국군, 감시하는 것도 한국군, 조선군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한국군, 수색로를 만드는 것도 한국군이다. 사람이 다치고 죽을 위험 역시 한국군이 진다. 유엔사가 자기 병력으로 241킬로미터의 DMZ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병력과 시설과 정보가 빠지면 유엔사가 주장하는 권한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엔사는 자기에게 '유일한 권한‘이 있다고 한다. 그럼 실제로 움직이는 한국군은 유엔사의 부하들이라는 말인가.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군사 목적의 유엔사가 왜 주권국 평화사업까지 관리하려 하나
유엔사는 유엔의 기관조차 아니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 84호로 미국 아래의 통합사령부 구성을 권고했을 뿐이다. 오늘날 유엔사의 중요한 존립근거는 1953년 정전협정의 관리주체라는 지위다. 그렇다면 그 권한 역시 정전협정의 목적대로 군사적인 범위에 묶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생태조사, 문화재 조사, 관광, 평화사업까지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멈춘 군사문서이지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미국 장성에게 양도한 문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DMZ 관할법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이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군사분계선 관리, 무장병력 이동, 군사적 충돌 방지는 정전협정에 따라 우선 처리하고, 남측 DMZ의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은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승인하는 체제를 만들면 된다. 통일부가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DMZ 평화적 이용 법률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관련 의원입법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면 단호하게 제대로 서둘러야 한다. 여기서 다시 유엔사의 허락을 받으려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률로 대한민국의 권한을 정하고 실제로 행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강하구와 서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정한 군사정전위원회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행정, 민사, 경제활동까지 유엔사의 승인사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정전협정은 서해수역에서 일반적·포괄적 해상 관할권을 유엔사에 부여하지 않았다. 남북이 평화수역을 만들든 공동이용을 하든 대한민국이 행사해야 할 해양주권이다. 우리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니 관행이 권리가 되고, 어느새 유엔사가 우리에게 허가증을 내주는 구조가 된 것이지만, 이제는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엔사 넘어 미국과의 정면 충돌까지 각오해야
물론 이 구조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미국과 부딪치게 되어 있다. 유엔사 뒤에 미국이 있고 미국이 지금까지 흔들던 권한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행동이라고 위협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외교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이러다가는 한국을 말살해버리겠다고 협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권회복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주권회복을 위해서는 충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주독립은 늘 충돌과 투쟁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전시작전통제권도 이 논리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전시 지휘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이 정해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될 날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미연합사 체제를 끝내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직접 행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우리의 권리를 미국의 승낙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스스로 규정하고 앉아 있는가. DMZ 역시 같다. 유엔사가 언제 자기 권한을 줄여줄지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먼저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 생기는 문제라면 미국과 담판이든 충돌이든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주투쟁이다.
당연히 과거 항일독립투쟁을 떠올려야 한다. 나라를 되찾는 싸움은 애초에 지배하는 쪽과 충돌하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과거 독립운동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청산에 실패했고 결국 미군정에 의한 또 다른 식민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오늘의 주권 문제 역시 미완의 독립 문제다. 유엔사의 월권을 깨는 싸움은 단순한 출입승인 절차를 고치는 행정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군대와 우리 영토의 중요한 권한을 외부의 승인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또 하나의 독립운동이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독립투쟁의 정신

이경렬 전 대사
결국 문제는 유엔사의 ‘유일한 권한’이라는 말 한마디가 아니다. 한국이 자기 영토에서 자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온 구조 전체가 투쟁의 대상이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넘어 제멋대로 행사해온 권한, 과거 무능하고 숭미적인 우리 정부가 눈을 감고 있었던 유엔사의 월권행위를 모조리 때려잡고 우리의 고유한 주권을 온전히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호해야 한다. 눈치 볼 것 없고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도 아니다.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가로막는다면 독립투쟁의 정신으로 박살을 내야 한다. 과격하다고 말하겠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유일한 해법이다. < 이경렬 전 대사 >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법관 격려금 지급 바꿨다더니 '눈 가리고 아웅' (0) | 2026.10.08 |
|---|---|
| 이진관 2년 선고한 '윤 여론조사', 항소심서 무죄로 (0) | 2026.10.08 |
| 누리호, 7일 5번째 우주로… 6일 발사대 이동 · 기립 (0) | 2026.10.06 |
| 전 주한미군 사령관 "'시간 기반' 전작권 전환 추진은 위험" (0) | 2026.10.06 |
| 한국군, MDL 이남 북 지뢰제거로 대응조치 첫발…추가 대북조치 주목 (0) | 2026.10.06 |
| '국감서 밝히겠다' 던 조희대…나흘만에 증언 거부 (0) | 2026.10.06 |
| 이재명 대통령, 중수청장 임명 '정면돌파' 카드…논란 진화할까 (0) | 2026.10.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