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권, 유해진 배우 집 앞에 다시 등장해 집회 자극적 언행과 막말해가며 마녀사냥 일삼아 혐오 동력 삼아 윤석열 정권 창출 앞장선 집단 소수자·피해자들에 지독한 2차 가해 퍼부어 윤석열 탄핵 이후 벌어진 극우의 위기와 분열 암살자들 마녀사냥 고리로 다시 뭉치는 조짐 혐오 극우 기반 해체할 대안적 정치 모색 시급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극우보수 세력의 마녀사냥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 마녀사냥의 '행동대원' 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극우보수 성향의 활동가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이다. 안정권 대표는 유해진 배우 집 앞 등에서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며 스토킹에 가까운 집회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안정권은 자극적인 언행과 퍼포먼스로 지지자나 후원자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극우보수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들 중에서도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과거에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도 욕설과 소음으로 뒤덮인 시위를 주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 행태가 너무 심해서 유튜브 채널도 정지될 정도였다.
그런데 안정권 대표는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와도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정도부터 '왕자(짭정권)'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배인규 대표는 안정권 대표를 자신의 '스승'이라는 식으로 말해 왔다. 실제로 배인규 대표가 보여줬던 시위 방식들은 안정권 대표가 먼저 선보이고 전수했다고 볼 수 있다.
정장을 입고서 방송차량 위에 올라가 확성기를 쥐고 고성으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는 욕설, 조롱 등도 적극 활용됐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각종 아스팔트 극우보수들의 집회 현장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간에 결별과 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힘을 모았다.
안정권 대표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두 사람은 강경한 극우보수적 입장에서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고 특히 '안티페미니즘'이라는 중요한 세계관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강력한 마초주의' 스타일로 자신들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문신, 의상, 근육 과시 등을 통해서 '위압적이고 거친 남성'의 이미지를 시각화했고, 거침없는 욕설과 고함도 그러한 스타일링의 일부로 보였다.
그들은 분노를 난폭하게 표출하는 것이 '남자답다'는 가부장적 편견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남자아이들과 성인 남성들은 종종 가부장적 남성성의 가장 나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폭력적으로 행동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남자다움’을 확실히 보여주는 가장 쉽고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그리고 배인규 대표는 스스로 신남성연대를 만들어서 '안티 페미니즘'을 더욱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신남성연대는 '안티 페미니즘'을 지지와 수익을 얻는 기반으로 삼으며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도심에서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외치는 청년 남성들의 집회와 행진을 조직해 나갔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유도할 뿐 아니라, 성차별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을 따라다니며 '꼴페미 맞불집회'를 하면서 여성 활동가들을 향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가 2022년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있었다. 특히 선거운동 초기에 윤석열 선본이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자 신남성연대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선본이 초기의 혼선을 정리하며 신지예 씨를 물러나게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 구호로 내세우면서 모든 게 분명해졌다.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 자택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제작사와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6.10.4 연합
신남성연대는 “윤석열과 우리는 한 몸”이라고 선언하고, 가장 적극적인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변신했다. 반페미니즘과 여성혐오적 관점을 숨기지 않는 청년 남성 활동가들이 윤석열의 선거운동과 방향을 주도하는 선거대책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는 각종 포털과 SNS에서도 댓글부대원처럼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배인규 대표가 안정권 대표,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과 김세의, '신의한수'의 신혜식, '윤튜브'의 윤서인 등 극우보수 유튜버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은 바로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로 보였다. 신남성연대 등은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을 외곽에서 돕는 청년 극우 집단인 '프라우드 보이즈'와 비슷한 구실을 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직접 나서서 하기는 어려운 주장과 행동을 대신 나서서 해주는 셈이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때를 돌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였기에 유가족의 입과 저항의 확산을 막고 싶었다. 정부와 여당이 그런 바람을 드러내자 극우 유튜버들은 유가족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콘텐츠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 옆에 분향소를 차리자 바로 옆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면서 ‘2차 가해’ 집회를 열었다. 이 모든 ‘살인적’ 2차 가해는 결국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의 배경이 됐다. 정권이 앞장서 부추기고, 유가족을 직접 겨냥하고,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계속되는 지독한 괴롭힘이었다.
이런 구조와 행태는 윤석열 집권 3년 동안 지속됐다. 대통령실이 직접 극우 유튜버들과 소통하며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았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영구 집권을 위한 친위쿠데타를 시도했을 때 이들이 그것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윤석열을 탄핵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도 앞장섰다.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소개말을 하고 있다. KNN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5년 2월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시위하는 현장에서도 안정권 대표와 배인규 대표는 맞불집회를 열면서 폭력적 충돌과 소란을 일으켰다. 3월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행진과 시민들의 연대가 결합한 '남태령 시위'에서도 그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시도는 실패했고, 결국 윤석열은 탄핵되고 구속됐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을 열렬히 지지하던 아스팔트 우파와 극우보수 유튜버, 활동가들의 위기와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버티고 있던 시기에 벌어진 '백골단' 결성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 또 다른 극우 활동가인 김정현 '백골단' 단장은 자신들이 윤석열을 보호하고 공수처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안정권과 배인규 등은 '청년들의 순수성을 해치고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김정현 단장과 백골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극우보수 진영의 이러한 갈등과 분열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서도 이어졌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정권 탄생에 힘을 보탰던 이들은 찢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분열과 갈등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도 '위장 우파', '좌파 프락치', 심지어 '대진연'이라는 의심과 공격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 속에서 얼마 전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많은 복잡하고 서글픈 감정과 반응을 일으켰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해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언행을 하던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타인을 괴롭히면서 스스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배경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극우보수 진영의 분열과 갈등에다가 이혼과 마약 투약 등 개인적 어려움들도 작용했을 가능성을 짐작할 뿐이다.
1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7.17. 연합
그런데 왠지 모를 착잡함 속에 오랜만에 신남성연대 홈페이지에 가본 이들은 약간 놀라게 됐다. 그 유튜브 채널에서 허위 정보, 혐오, 막말이 가득하던 모든 콘텐츠들이 다 삭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렸고 이제는 수익도 올릴 수 없다'고 반발하고 한탄하는 영상만 남아있었다.
실제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사이버렉카나 극우보수 유튜버들이 수익 창출이 중단될까 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과 보수우파들은 '입틀막'이라고 욕하고, 일부에서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의미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것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 폭력을 제어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할 수가 없다. 배인규 씨의 비극을 누구보다 슬퍼하고 애도하던 안정권 대표는 이제 또다시 자극적인 언행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다시 집결하며 부활하기 시작한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극우보수 세력에게 중요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주 의식적으로 '2030 청년들이 영화 <암살자(들)>에 분노한다'며 선동하고 있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지는 정치적 기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얼마 전 발표된 <청년 남성 극우 성향의 구조와 분포> 논문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논문에서 김창환 교수와 최성수 교수는 청년 남성의 26% 정도가 극우적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하며 "이상의 분석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 상황에 따라서 극우적 역풍이 상당히 크게 불어올 수 있는 정치인구학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조리돌림을 막아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윤석열 시대가 다시 더 섬뜩하게 돌아오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이러한 극우보수의 정치적 기반을 해체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운동과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두려움 속에서 혐오와 죽음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사랑과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 연구평론가 >
영화 암살자(들) '암살' 하려는 마녀사냥 막아야
별점테러와 악플도배로 영화 망치려는 공격들 반세기 지나도 안 풀리는 육영수 피격 의혹들 조선일보가 영화 흠집내기에 최선 다하는 이유 고문과 조작 전문가 김기춘 수사 결과 안 믿겨 음모론이라는 국민의힘 비난에 돌려 줄 질문들 '내란의 밤'과 겹치는 저항 장면과 언론의 책무 과거의 어둠 넘어 오늘의 진실 촉구하는 영화
이번 추석 연휴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에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했다. 감독은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진영의 비난과 공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 영화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정치적으로 '암살'하려는 마녀사냥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수만 명이 조직적인 별점 테러를 가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지독한 악플들이 끝없이 달리고, 그 배우가 출연한 광고와 제품까지 찾아내 공격하고, 법적 조치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들을 괴롭히고, 집요한 공격으로 영화를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이 영상과 글을 내리게 만드는 야만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당시 사건 현장의 경호를 담당했던 경찰관(철구)과 동성일보 사회부장(재환)이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사건 설명을 의심하며 진실을 쫓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나 폭압적 언론 탄압들을 보여주고, 이것을 1974년 하반기에 있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비판하는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인, 보수 언론들은 이 영화가 '질 낮은 음모론', '역사를 왜곡한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사에 대한 반역',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영화'라면서 맹비방을 가한다. 피격 사건은 당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문세광의 자백을 통해서 '북한과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암살'로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가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관한 의혹을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이 자기 정부 대통령의 부인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 일부 지식인이나 역사학자마저 그런 점을 들어서 이 영화를 '386세대의 뒤틀린 정서에 기반한 공상이며 판타지'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수사 결과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적인 의문들을 전혀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과 의혹만 커져 왔다. 굵직한 의혹들만 봐도 매우 심각하다. 문세광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도 검문과 경호를 뚫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당시 행사장에서 대통령 경호실은 왜 경호원들을 행사장에서 나오게 한 것인가?
비표가 없어서 행사장에서 나오게 된 문세광을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은 자기 허벅지를 쏘는 오발 사고를 내고도 어떻게 암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었는가? 당시 문세광은 4발을 쐈다는데 7발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희는 부인과 여고생까지 총에 맞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나머지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나?
육영수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은 왜 수사기관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문세광이 묵고 있던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이 입을 열기 전이라는 시점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는가? 일본 정부는 왜 문세광과 조총련에 대한 조사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당시 수사에 함께했던 서울시 경찰국 감식계장 이건우 씨가 1989년에 "육영수는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내부 고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세광이 몇 달 만에 초고속으로 재판받고 사형당해 더 이상 증언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은 명백한 물증이나 증인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풀리기가 어렵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나온 이건우 씨의 증언 - 방송 화면 갈무리
이번 영화 <암살자(들)>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거듭해서 분명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런 의혹들을 제기해 왔다. 이런 공중파와 공영 방송들이 충분한 취재나 조사를 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이런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영화 <암살자(들)>를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결정적인 반박 근거처럼 내세우는 것은 '2002년에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의 여러 언론 보도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 조선일보가 이토록 사활을 걸고 <암살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이유는 알만하다. 1974년에 조선일보는 문세광이 입을 열고 자백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 전에 자세한 보도를 했다. 타임머신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보도였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조선일보의 독재 유착, 가짜 뉴스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주체가 도무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1974년 당시에 이 사건 수사와 결과 발표를 주도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이던 김기춘이다. 김기춘은 회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세광에게 '스파이 소설 <자칼의 날>을 봤냐'고 묻자 문세광이 곧바로 모든 것을 다 술술 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문세광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소설 《자칼의 날》을 읽었지요?' 문세광은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네, 읽었습니다. 선생님도 읽었는가요?' '나도 읽었소. 그런데 당신이 바로 자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자칼입니다.'...이렇게 해서 문세광은 말문을 열었다....문세광은 그림을 잘 그렸다... 자술서와 함께 그림으로 그렸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입을 꾹 닫고 있던 암살범이 자기와 같은 스파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워하면서 순순히 모든 걸 밝히며 하루 만에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준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고 웃기는 점이 있다. 그래도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검찰총장, 국회의원, 법무장관까지 한 김기춘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냐고?
김기춘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토대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장본인이고,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1970년대의 각종 납북 귀환어부 간첩 사건들을 고문으로 조작해낸 사람이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당시에도 법무장관으로서 고문과 조작 수사의 책임자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면서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만들어낸 책임자이다. 평생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고문과 조작 사건들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의 말을 믿으라고 하면서, 그것을 의심하는 영화를 '공상이고 판타지'라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가짜 뉴스를 앞세우고, 김기춘을 믿으라며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깔아뭉개는데 열심인 오늘날의 조선일보 같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보자면, 영화 속에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같은 기자들이 판타지나 공상 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문제제기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반면 이것이 '음모론에 기반한 반인륜적 영화'라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비난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찬양하며 관람을 권유하던 <건국전쟁>이야말로 민간인 수십만을 희생시킨 독재자를 찬양하는 반인륜적 내용 아니었는가?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윤석열과 황교안 같은 정치인들이 칭찬하면서 관람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야말로 음모론에 기반한 영화 아니었는가? 지금 보수 우파 진영에서 제기하는 '허진호 감독이 중국 자본으로 북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비난이야말로 음모론 아닌가? 국민의힘은 왜 '중앙정보부가 대통령 부인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지 스스로 자신들의 뿌리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적 뿌리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이 젊은 여성과 여성 연예인들을 데리고 유흥을 즐기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 바로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다. 그것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치적 공작을 벌이던 어둡고 기막힌 시절이었다.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 8.15 저격 사건의 영향은 대체로 분명합니다. 북이 득을 본 게 없지만, 유신정권으로서는 득을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박정희가 좋아했던 말대로 '총화단결'이 막 이루어진 것이죠... 1973년 동경에서의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이 새로운 사건으로 어느 정도 덮어버릴 수 있었고요. 그리고 주요 적대 세력으로 간주됐던 조선총련에 대한 '조치'를 일본 정부에 큰 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경찰관 철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하던 '애국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시대의 어두운 진실을 깨달으며, 이제 '애국가' 방송을 들어도 씁쓸하게 그냥 걸어가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걸어가는 철구와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다같이 서 있는 정보기관원들의 대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지금, '빨갱이가 만든 저질 음모론 영화'라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걱정과 공포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일만은 절대 막고 싶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이 하는 말'과 '내가 알게된 현실'이 다를 때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
그러려면 그 모순을 파헤치고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재환은 그 일을 한다. 따라서, 이것은 육영수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무엇보다 언론과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는 '권력이 숨기려는 진실을 찾아달라'는 언론과 기자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부독재도 아닌 오늘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보수적 주류 언론들은 거꾸로 스스로 권력 카르텔의 일부와 그 하수인이 되어서 진실을 숨기는데 공모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검찰-언론 카르텔 정권이었고, 만약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암살자(들)>에서 보이는 끔찍한 장면들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됐을 것이다.
'육영수를 죽인 것은 북한과 조총련이다'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던 그런 과거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경찰과 폭력배들에 맞서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처절히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에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과 너무나 비슷하다.
결국,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덕분에 한국 사회가 볼 수 있게 된 최고의 정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세력의 마녀사냥은 '빛의 혁명'이 낳은 성과와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반혁명적 공격의 중요한 일부라는 뜻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어두운 시절에 대한 가슴아픈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펼치며 우리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봄날은 간다> 같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 내던 그 솜씨는 역사의 진실을 찾는 이 영화에서 더욱 정교하고 묵직해졌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버금가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의 명대사가 계속 귓가를 울린다. “애국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 연구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