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는 전쟁터…공항 등 급소 비대칭 공격에 속수무책

국가개조 비전 좌초되나…올해 경제 3.6% 뒷걸음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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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EPA=연합]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후티는 공항을 비롯한 사우디의 급소를 노린 공세를 연일 지속하고 있다.

후티는 이날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연합군이 요격했다.

 

지난 10일 리야드 국제공항에 단행된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서는 14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했다.

이는 올해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미군 기지나 미국 우방을 겨냥한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태로 기록됐다.

 

후티는 지난 11일에도 리야드 국제공항을 공습해 1명을 죽이고 10여 명을 다치게 했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공항과 영공을 제외한 모든 공항을 때리겠다는 게 후티의 방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공망이 뚫린 정황은 속속 전해지고 있다.

리야드는 후티가 통제 중인 지역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후티의 공격이 잦아지면서 도심 일부가 전쟁터처럼 변했다.

 

지난 8일에는 요격된 탄도미사일 잔해가 유치원과 의료 클리닉 단지에 떨어졌다. 금융지구 근무자들과 국제학교 학생들, 외교관들에게는 대피 또는 은신 명령이 내려졌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안전을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벙커를 갖춘 경호 수준 높은 궁전들을 오가며 지낸다고 전했다. 그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 6일 국가 헌혈 캠페인 참여였다.

 

이란으로부터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아온 후티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자 중동 내 미국의 최대 우군인 사우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사우디에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홍해 해운을 위협했다. 8월에는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연안에서 공세를 벌여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했다.

지난달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피할 사우디의 핵심 수출 통로인 동서 송유관을 파괴해 한동안 가동을 중단시켰다.

 
 

후티의 미사일 공격 후 연기와 불꽃이 치솟는 사우디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  [로이터=연합]

 

사우디의 국방력은 후티를 압도할 수준이지만, 후티가 사우디 정규군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대신 사우디에 간헐적 공격을 가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문제다.

 

후티의 이 같은 비대칭 전략에 사우디는 안보가 흔들리면서 경제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에 따른 지출 증가는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을 키우고 있다.

네옴 신도시, 리야드 대형 큐브형 빌딩, 사막 스키장 등 왕세자가 추진해 온 초대형 프로젝트 상당수도 중단되거나 재검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빈살만 왕세자의 국가개조 계획인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글로벌 자본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석유회의(WPC) 주최 측은 정상적인 행사 진행을 공지했으나 핵심 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이달 하순 개최를 앞둔 리야드의 대표적 투자자 모임인 제10회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역시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빈살만 왕세자가 후티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국방장관이던 그는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지원했으며, 사우디 주도의 군사작전은 후티에 대한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졌다.

 

안팎의 만류에도 압도적 공군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후티를 몇주나, 몇개월 내에 후티를 끝장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으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분쟁은 점점 격화했고 후티는 사우디의 도시와 석유시설을 공격할 명분을 얻었다.

 

사우디는 교착 끝에 2022년 후티와 굴욕적인 휴전에 합의했지만 최근 미국, 이란의 전쟁과 맞물려 다시 충돌이 재개됐다.

경제와 안보가 통째로 흔들리는 국면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사우디 정보당국은 이란이 후티에 사우디와의 군사 대결을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란을 달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뒤로 지지하면서도 사우디의 의도가 대결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이란에 전달하도록 측근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미국이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그들이 한 일은 매우 나빴다"며 미국이 후티와 소통 중이라면서도 사우디의 공습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응하지 않은 채 사우디에 군사 고문단만 파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우디와 후티의 분쟁에 직접 휘말리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동맹국 파키스탄에 지원을 요청하고 방공 체계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물색하는 동시에 예멘 내 동맹 세력을 도울 외국인 전투원 모집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외교적 해법의 여지도 모색 중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페르시아만 전문가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크센 연구원은 빈살만 왕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우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면 분쟁에 더 깊이 끌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김승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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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생중계되는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 대변인의 성명 발표 [EPA=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