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오랜만에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자녀 문제로 깊은 고민 중에 있는 한 어머니의 전화였고 그간의 상담경험으로 보아 오랜 시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하여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보통은 어머니 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정작 당사자인 자녀를 만나자고 하면 ‘애가 원치 않아서’, ‘누구도 만나기를 꺼려해서’, ‘도통 집에 있지를 않아 물어 볼 기회 조차 없다’ 고 한다. 그런데 이 분께서는 선뜻 아이를 데리고 오겠다고 하신다.
 
가까운 맥도날드에서 만난 그는 평범한 10학년 남학생인데 마리화나(대마초)에 중독되어 있었다. 6학년 때부터 이미 담배를 시작했고 중학교 때는 술과 더불어 친구와 노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능성이 많았던 이 학생에게 어느 날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고, 마땅한 답을 찾을 수가 없어 공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친구들과 한참 놀 때 가졌던 질문이었고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상의 한번 해보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부모가 있었는데 사업 때문에 너무 바빠서 고민을 이야기 할 대상이 아니었고 그런 관계는 이미 깨어진 지 오래였다. 친구 가운데는 누구도 그런 고민을 받아주고, 함께 풀어야 할 너무도 중요한 인생 숙제임을 일깨워 줄 만한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뭐 하러 공부하냐며 부모 좋은 일 시켜주는 거라 했다 한다. 더우기 그 때는 상위권이었던 성적이 하위권으로 쳐졌다. 그는 지금도 공부에 대해선 아쉽다고 했다. 그의 주변에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그가 갈 바를 알지 못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마땅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외로룸은 누구나 견디기 힘든 게 당연하기에 어린 이 친구에게도 즐겁게 어울릴 대상이 필요했고 마리화나는 이제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한 후 상쾌한 몸으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마리화나 한 대를 피우는 것이다. 1gram에 10불 이나 하는 것을 피우기 위해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서슴없이 이야기도 한다.
 
만약 그가 가진 질문에 좋은 답을 해 줄 진정한 멘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에 어린 자녀들을 너무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행복해 하는 엄마들을 종종 본다.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음을 상기하며 얼마간 물끄러미 바라본다. 동시에 저 엄마는 그의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궁금해 지기도 한다. 우리는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물질과 시간과 마음을 쏟는다. 
그러나 이런 열심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녀들이 지표 잃은 배처럼 방황하는 것을 보게 되고, 또한 감사할 줄 모르는 이 세대를 향해 배신을 느끼며, 안타까워 하며, 심지어 그들의 방황과 방탕을 고통스럽게 견뎌내는 부모들에게 해답은 무엇인가? 이젠 자녀들 만을 탓하기엔 오늘날의 부모들도 뉘우칠 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무분별하게 해주었고 진리를 향해 나아갈 줄 모르게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못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예전 어른들처럼 “네 아버지 만큼만 해라” 혹은 “네 어미 같기만 하라”는 이야기를 자녀에게 해주는 것을 듣기가 어렵다. 그만큼 가장 가까이에 있어 보고 배우게 되는 부모들이 좋은 멘토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음이다. 만약에 자녀에게 값을 주고 사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면 그건 진리와 지혜를 가르쳐 줄 귀한 멘토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앞서 온 마음과 온 정성과 온 뜻으로 진리를 가르치는 자녀의 스승이 되려는 부모라면 자녀의 문제가 지금만 같지는 않으리라 여겨진다. 진정한 자녀의 멘토가 되는 것- 이것이 이 시대에 부모가 자녀를 지켜나갈 사명일 것이다.

<노득희 목사 - 바나바 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