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 재확산 움직임에 따른 방역 대책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강한 불쾌감 이웃나라 있을 수 없는 행태작심비판

수출규제, '한반도 평화 훼방' 군함도 왜곡 등 불만 폭발

 

청와대가 29일 한국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여에 부정적인 태도를 밝힌 일본 정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1년을 끌어온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서 보듯 집요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훼방 행태를 겨냥해 작심하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식 초청을 받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행사에 일본 정부가 방해를 놓는 것은 매우 염치없는 행동이라며 이웃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G7 틀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포함하는 G7 정상회의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미국에 전달했느냐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전날 일본 정부가 북한이나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는 다르다며 현재의 G7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역시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출연해 “G7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전체의 컨센서스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반응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보여온 행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1년 전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데 방해했고, 볼턴 회고록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방해한 사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수출규제 관련 양국 실무협상을 거부한 것에 관해서도 뜻이 있다면 화상회의라도 응할 수 있을 텐데 전혀 성의 있는 모습을 안 보인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하시마(군함도) 탄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약속했던 강제노역 사실 공지를 무시하면서 과거사를 왜곡하는 행태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일본 정부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한 것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각을 세우는 전략을 바꾸지 않음으로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의 이해가 걸려 있지만, 반일 여론을 무릅쓰고 재연장하기가 녹록잖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재연장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시점은 오는 823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 문제는 좀 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 성연철 김소연 기자 >

G7WTO 사무총장까지?일본, 국제무대서 한국 발목

한일 갈등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수출규제를 넘어 국제무대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참여 등을 통한 한국의 국제위상 강화 시도에 일본이 제동을 걸면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9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G7 확대 구상과 관련해 "G7 틀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G7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 등을 포함한 새로운 선진국 클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황에서 '틀 유지'를 강조한 것은 한국의 참여에 대한 반대로 해석된다.

일본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도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WTO 제소를 이끌어온 만큼 일본 정부로서는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가 한일 무역분쟁에 미칠 영향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유 본부장의 입후보에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부에서는 반대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라 일본이 끝까지 반대하며 회원국 간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WTO 사무총장 선출에 모든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의 반대가 극렬하면 합의 도출 과정에서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G7 확대도 일본을 포함한 현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 등 기존 회원국을 설득해야 할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으로 겨를이 없으며 한국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미국을 재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9월로 언급됐던 G7 정상회의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G7 구조 개편 문제는 기존 회원국 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미국 정부 내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본의 견제를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의 한국의 G7 참여에 반대했다는 소식에 "이웃 나라에 해를 끼치는 데 익숙한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일관된 태도에 더 놀랄 것도 없다""일본의 몰염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전에도 한일은 과거사 문제 등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상대국의 세 확대를 견제해왔다.

국제기구 수장 자리의 경우 대륙별 안배를 하기 때문에 같은 아시아인 한일 중 한 나라가 맡으면 다른 나라에는 오랫동안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양국 간 경쟁을 불가피하게 한다.

일본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출마했던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출 4차 예비투표 때도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유일하게 '의견 없음'으로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07년 자서전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에서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근무할 당시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본이 막판까지 반 장관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상임이사국 확대 시도에 반대해왔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고문은 "지금의 한일관계로 봤을 때 일본은 G7 확대 회의나 WTO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 같다""정부는 미국 등 관련국을 대상으로 우호적인 국제여론 조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산 탄산칼륨 덤핑 조사산업부 수출규제 무관

일본 정부가 29일 한국산 화학제품인 탄산칼륨의 덤핑 판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산 탄산칼륨이 일본에서 부당하게 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혐의가 있다며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일본 업체들의 문제 제기로 조사가 이뤄지는 통상적인 절차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1년 이내에 한국 수출가격과 정상가격 등에 관한 조사를 완료해 자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관세는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된 제품으로 인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부과하는 높은 세금을 말한다. 탄산칼륨은 액정 패널로 쓰이는 유리류와 중화면 가루에 섞는 용액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일본 관련업계 단체는 지난 4월 말 한국산 제품의 싼 가격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규제와 관련은 없고, 일본 내 업체들이 문제제기를 해서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해 탄산칼륨 관련 회사 1곳이 50억원어치를 일본에 수출했다.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일어날 만한 반덤핑 조사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현재 수산화칼륨, 철강제 관연결구류 등 2개 한국산 수입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물리고 있다. < 김소연 조계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