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문화제

        

일본 언론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성격으로 대한국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오히려 일본 쪽의 타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분과 실리둘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년 전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보복 대상으로 겨냥했다. 주요 소재지만 일본 의존도가 많게는 90%에 달했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건별 허가로 바꿨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까다로워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로 적극 대응하면서 도리어 일본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도쿄신문>은 최근 타격은 일본 기업에라는 칼럼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의 대표적 업체인 스텔라케미파가 발표한 결산(20194~20203) 자료를 보면, 순이익이 전년도보다 18.2% 줄었다. 직전 1년간 순이익이 84.4% 증가했는데, 갑자기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이 회사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불화수소 수출 판매가 감소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또다른 불화수소 업체인 모리타화학은 반년 가까이 한국에 수출을 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업체의 판매량이 수출규제 강화 전과 비교해 30% 정도 줄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여전히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수입처 다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이 주춤한 사이 미국, 벨기에, 대만 등 다른 나라가 재빨리 틈을 메우고 있다. 일본에선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탈일본화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성장할 것이라며 일본의 몫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한번 빼앗기면 다시 일본산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불화수소 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한국 정부가 모두 개선했는데도, 수출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명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정부가 수출관리와 징용공 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한국이 수출관리 제도의 미비점을 바로 잡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수출규제와 관련 한국이 더 취해야 할 조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추가 요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결국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의미로, 수출규제가 보복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한국의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일본이 예상하지 못한 타격이다. <아사히신문>일본 총리 관저(우리의 청와대)가 지난해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일본 경제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하지만 한국 시민들은 (불매운동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일본 패션·음식·관광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줬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9~올해 2월까지 순이익이 11.9% 감소했다. 아사히맥주를 생산·판매하는 아사히그룹홀딩스는 한국 불매운동 등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5.9% 줄었다. 일본 관광은 수출규제 이후부터 코로나19 발발 전인 연말까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아사히신문>“(수출규제로) 한일 관계에서 좋은 부분을 지탱해 온 경제와 문화 교류마저 냉각됐다아베 정권이 택한 강경조치로 인해 상실되는 대가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 김소연 기자 >

[사설] 수출 규제 1, 아베 정부 혐한 외교중단해야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첨단산업을 겨냥해 기습적인 수출 규제에 나선 지 꼭 1년이 됐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71일 한국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핵심 원료·부품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우리 정부에 사전통보도 없이 발표했고, 한달 뒤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에서도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로 대응했다가, 11월 말 종료 유예를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도 수출 규제 조처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규제 철회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할 바를 다 했으니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외면하고 양국 관계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아베 정부의 태도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경제 보복으로 한국을 굴복시키려 했던 일본의 수출 규제는 1년 뒤 한국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일본에는 자충수가 되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일본 언론과 연구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일본총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탈일본화는 수출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성장할 것이고 일본의 몫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수출 규제의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반한·혐한외교가 자리잡고 있다. 근거도 없이 대북 제재 위반 의혹 등을 거론하며 수출 규제를 강행한 것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안보 문제에서 일본의 요구를 따르도록 우리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의도였다. 아베 정부가 미국 강경파와 손잡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집요하게 방해한 행적은 볼턴의 회고록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데 대해서도 아베 정부는 반대하는 등 한국을 견제하는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간 혐한 외교를 멈춰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수출 규제를 조속히 철회하고, 강제동원 피해 해법 마련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