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에 편한 삶‥성령운동 사라져
“교회 끊임없는 행사로 감성화…삶 성찰할 거룩한 장소돼야”
요즘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들 한다. 왜 그런가?.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있다. 서울 수표교교회(담임 김고광 목사)가 지난 주 개최한 ‘한국교회의 쇄신과 성숙’이라는 주제의 2011 포럼에서 학자들은 한국교회가 위기에 빠진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포럼에서는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가 발제자로 나섰고 김경동 교수(실천신대 석좌교수), 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가 논찬했다. 다음은 그 요지다.
성령의 도움 없이도 잘 살게 된 대한민국?
‘성장 이후 한국교회의 비전’을 제목으로 발제한 이원규 교수는 우선 과거 한국교회 성장의 동력으로 ‘성령운동’을 꼽았다. 그는 “1960~70년대 한국교회의 전형적인 신앙성향은 성령강림운동의 성격이 매우 강했다는 사실”이라며 “그것은 가난과 질병, 긴장과 불안 가운데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 물질적 축복, 육체의 건강이라는 세 가지 축복을 강조하는 소위 ‘삼박자 기복신앙’과 결합된 번영의 복음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런데 한국교회가 변하고 있다. 우선 성장이 멈췄다”면서 “한때 교계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산상집회, 대규모 부흥집회 광고가 이젠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교회에서 영성이라는 말은 들리지만 성령강림, 성령세례 같은 말들은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교회성장의 동력이었던 성령운동이 매력을 잃게 된 것이고, 이것이 한국교회 쇠퇴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령운동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들었다.
박 교수는 “배부르고 따뜻하고 편한 삶을 누리면서 한국인은 서서히 종교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번영의 복음은 의미를 잃게 됐다. 이제 한국인은 성령의 도움 없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교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그들의 인생관이 바뀌면서 여가산업이 크게 발달했다”며 “이러한 여가산업은 하나의 대체종교로서, 신도 확보 및 유지에 있어 기성종교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 쇠퇴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인으로 ‘가족가치’의 변화를 꼽기도 했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가치, 즉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확대가족, 많은 자녀, 늦지 않은 결혼, 이혼의 억제 등이 신앙을 유지하고 교회가 성장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러한 전통적 가족가치가 빠르게 무너지면서 가족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교회 쇠퇴의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들의 가족가치는 만혼현상, 독신자 증가, 출산율 저하, 이혼의 증가 등이다. 이 중 출산율의 저하는 그 어느 것보다 교회의 빠른 쇠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흥을 경험하고 보다 성숙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선 세속주의를 벗어나 비움과 윤리적 모범, 나눔을 실천해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전도주의’가 성도들 이원론적으로 만들어
이어 ‘성장형 교회에서 성숙한 교회로’를 제목으로 발표한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의 ‘성장주의’를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지금 한국교회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전도’라고 밝히고 “이렇게 전도가 강조될 수 있었던 것은 ‘전도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을 전도로 이끌기 위해 교회의 지도자들이 전도가 교회의 절대적인 목적인 것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전도 이데올로기가) 한국교회 교인들을 이원론적으로 만들었다. 저 악한 세상에, 사탄이 지배하는 저 지역에서 사람들을 구원해 하나님의 영역인 교회로 이끌어 오겠다는 것”이라며 “물론 전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전도를 너무 강조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 특유의 ‘감성적 목회’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는 반흥분상태를 유지하는 목회를 하고 있다. 끊임없는 행사를 통해 성도들이 흥분상태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송구영신예배, 40일 새벽기도, 부활절 행사, 여름 수련회, 총동원주일, 릴레이 기도회 등 모든 교회들이 끊임없는 행사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성도들이 감성적으로 흥분상태를 유지해가기 위한 교회의 장치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문제는 이것이 너무 한 쪽으로 몰려가 한국 기독교를 감성적 종교로 만들고 만 것”이라며 “이것이 개신교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요즘 지식인층이 종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대부분 가톨릭을 선택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성을 잃어버리고 감성위주의 종교성만 강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감정의 과도한 표현에서 벗어나 성숙된 교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거룩한 장소로 교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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