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롬니 "전대미문의 역사적 부패""닉슨도 밟지 않은 선 넘었다"

코로나19 와중 대선행보 골몰'러 스캔들 무력화' 사법개입 논란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복역을 앞둔 '40년지기' 친구이자 비선 참모 로저 스톤을 감형, 면죄부를 준 것을 두고 워싱턴DC가 벌집을 쑤신 격이 됐다. 이른바 '금요일 밤의 측근 구하기'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법과 질서'를 이번 대선의 간판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개입을 통해 법과 질서를 뒤흔들었다는 논란에 또다시 휘말린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어 대선 국면에서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통합보다는 편가르기·분열을 추구하며 대선용 행보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사면·감형권 남용 논란"닉슨도 넘지 않은 선 넘었다"

10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진 감형 결정으로 스톤은 트럼프 행정부의 사면·리스트에 이름을 추가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간 스톤을 비롯,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러시아 스캔들' 관련 측근 인사들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뉴욕타임스(NYT)11'트럼프는 스톤을 감형하면서 닉슨이 가지 않으려고 한 곳까지 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말해왔지만, 그의 친구이자 참모인 로저 스톤을 감옥에서 끄집어내려고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해 워터게이트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닉슨조차 감히 건너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NYT"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자신의 '친구'들을 돕기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이 바로 닉슨이었다"며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일부 참모들에게 비밀리에 사면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하야했다.

NYT"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감형의) 정치적 대가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더 대담해질지도 모른다"며 추가 측근 구하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사면 및 감형 대상자 규모가 과도하게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이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데 활용된 범죄를 사면한 경우라는 점에서 '측근 사면'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참모들도 '자멸' 경고"롬니 "전대미문 역사적 부패" 직격탄

NYT에 따르면 지난 몇달 간 백악관의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톤에 대한 사면·감형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자멸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침묵을 지킨 우군을 보상하기 위해 '선례''절제'를 따르지 않은 채 마이웨이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친트럼프 진영 내부에서 11월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이미 역풍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로 인해 정치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여권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공개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윗을 통해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미국의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형을 감형하다"고 맹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스톤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돼왔다며 '러시아 스캔들' 무력화를 시도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팬데믹에는 눈감고 정치행보만"이번에도 어김없이 금요일밤"

CNN방송은 '트럼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눈 감은 채 정치적 불만에 집중하다'는 제목에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집중 발병지역인 플로리다를 방문한 데 이어 스톤을 감형한 전날 행보를 되짚은 뒤 "여론조사 수치가 하락하는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를 격퇴할 보다 훌륭한 리더십 역할을 자임하길 거부했다"고 평했다.

이어 CNN"대신 그는 자신의 정치적 운명에 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수적인 일들에 대한 분노와 자기 연민의 사이클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뒤 이를 '주의분산의 정치학'이라고 명명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눈엣가시 경질 등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거나 불리한 사안을 발표할 때 여론의 관심 집중을 피하기 위해 주말로 넘어가는 '금요일 밤''D데이'로 자주 택해왔던 점을 거론, 이번 스톤의 사면이 금요일 밤 이뤄진 것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감형을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증거'로 규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규범과 가치들을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시선 집중을 피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 감형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치심을 모를 것"이라며 "올가을 미국 국민이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낼 때만 그를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을 '법치 모독'으로 규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마피아 두목", "무법의 대통령"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총공세를 폈다.

WP는 사설에서 "이번 감형은 대통령직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배반"이라며 "미국이 일찍이 봐온 부패한 정부의 편파적 조치 가운데 가장 역겨운 사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2018년 러시아 댓글부대 사이버공격, 내가 재가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미국 선거에 개입한 러시아 댓글 부대를 공격해 무력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WP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댓글부대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행동에 들어갔으며 이로써 "(개입을) 중단시켰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앞서 러시아 댓글부대에 대한 WP2018년 보도 내용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러시아 IRA에 대한 은밀한 사이버 공격을 재가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IRA2016년 미 대선, 2018년 중간선거에 각각 개입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차단하고자 사이버 공격을 승인했다는 게 당시 보도의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당시 사이버 공격은 전 세계에 걸쳐 추진됐던 보다 광범위한 러시아 대응 정책 중 하나였다고 밝히고 "나만큼 러시아를 거칠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른 가지 다른 사례들도 제시할 수 있다"며 러시아 가스관을 독일로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 2 건설 중단 압박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서기 위한 최대 조치로 군 재건을 꼽았다고 티센이 전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군을 재건했다. 우리는 최신의 군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러시아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가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짜 여론조사들을 토대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내놓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과는 "실제로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 성공을 자랑하며 "나토의 목적이 무엇인가. 러시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 덕분에 8개 나토 동맹국이 국내총생산(GDP)2%를 방위비로 쓰겠다는 약속을 이제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2%는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나토를 탈퇴할 것이냐는 나토 동맹국들의 질문에 압박 차원에서 "그렇다. 나는 떠날 것"이라고 답했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실제 나토를 탈퇴할지 여부에 대해선 "아니다. 나는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그들의 공평한 몫을 지불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티센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 미군 감축과 관련해 독일에서 빠지는 1만명가량의 미군 중 절반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절반은 폴란드를 포함한 2개국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및 시리아 철군에 왜 그리 완강하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분명히 세계주의자(globalist)가 아니다. 나는 세계주의자들이 지금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계주의자였을 때 모든 이들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 사이버 작전이 러시아를 능가하지만, 자신이 집권하기 전까지 민주당과 그의 후원자들이 모두 중국에서 많은 돈을 모아들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 문제는 주목을 덜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드디어 마스크 쓰고 나타난 트럼프 "적절한 장소서 착용 좋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나홀로 노(No) 마스크' 행보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현지시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이날 메릴랜드주의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방문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마스크 쓰기를 피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부상을 입은 장병들 및 일선의 의료 근로자들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DC 외곽 군 의료 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풀기자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진과 함께 월터 리드 의료센터의 입구 통로로 걸어 들어갈 때 남색 마스크 착용 차림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월터 리드 의료센터로 출발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의학적으로 취약한 병사들과 함께 있을 때를 포함, 의료센터에서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풀 기자단에 따르면 그는 "나는 적절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첫 공개석상에서의 마스크 착용 사례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터 리드 방문 일정을 소개한 뒤 "월터 리드 안으로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마스크 착용이 당신들을 편하게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당신들은 병원에 있고 나는 그것(마스크 착용)이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21일 미시간주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마스크를 '몰래' 쓴 모습이 NBC방송에 포착되긴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카메라 앞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