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주택 혐한문서 야생동물표현 잡지 수록도

위안부, 독실있는 2층 가옥서 사치생활등 왜곡

오사카 법원, 제소 5년만에 허용한도 남어1228만원 배상판결

             

후지주택이 배포한 한국인 혐한 문서를 보고 직원이 적은 감상문의 일부분. “(한국은)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헤이트하라스먼트(특정 집단 차별·괴롭힘) 재판을 지지하는 모임

            

일본의 부동산 대기업인 후지주택이 장기간 한국인은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 “자이니치(재일 한국·조선인) 죽어라같은 혐한내용이 담긴 문서를 사내에 배포하다 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 쪽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사상의 자유에 큰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항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지난 2일 혐한 문서를 지속적으로 배포한 후지주택과 이마이 미쓰오 회장에 대해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110만엔(122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후지주택 직원인 재일 한국인 3세 여성이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나왔다. 이 여성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일본 이름을 쓰지 않고 한국 이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 남성과 결혼한 뒤에도 이름과 국적을 바꾸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 여성은 승소 뒤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재일’(재일 한국인·조선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일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싸웠다자식에게 증오와 편견에 굴복해 침묵하는 미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지주택은 매출 11044400만엔(12419억원)에 이르는 규모 있는 회사로, 95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32월부터 20159월까지 2년 반 넘게 한국인 혐오 발언을 담은 문서를 전 직원에게 배포하고, 직원들에게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해오다 이번 소송을 당했다. 이번 재판을 도왔던 일본 헤이트하라스먼트(특정 집단 차별·괴롭힘) 재판을 지지하는 모임에 따르면, 이런 문건이 다 합쳐 세 상자 분량이나 된다고 한다. 이 문서에는 자이니치 죽어라라는 극단적인 표현부터 한국인을 거짓말쟁이야생동물따위로 모욕하는 잡지나 인터넷 기사 등이 포함돼 있다.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위안부들의 경우 독실이 있는 대규모 2층 가옥에서 숙박하고 생활했다생활이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문서를 읽은 뒤 직원들이 한국은 역시 거짓말을 해도 책임지지 않는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성을 갖고 있다고 써낸 감상문을 모아 다시 배포하기도 했다. 또 이 회사는 식민지배와 아시아 침략 전쟁을 미화한 중학교 교과서를 지지하는 설문조사에 나서라고 직원들에게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를 지원한 변호인단은 최근 성명을 내어 후지주택과 이마이 회장이 이 판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노동자들의 인격적 자율을 위협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지주택 쪽은 판결 결과에 대한 회사의 견해라는 자료를 내어 이 판결 때문에 앞으로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엇을 배포하면 안 되는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항소 뜻을 밝혔다. < 김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