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기록 토대 추산…현재 최고 기록은 36살 남성의 75개
핫도그 빨리먹기 최고기록 보유자인 조이 체스넛의 경기 장면.
인간의 한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인간의 본성일까?
육상 경기에서 배출하는 신기록들은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불굴의 정신과 노력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에 따라 1950년대엔 1마일(1609미터) 4분 벽이, 1960년대엔 100미터 10초 벽이 깨진 데 이어, 지난해엔 마라톤 2시간 벽이 인간의 투혼 앞에서 차례로 무너졌다.
수많은 기록 경기 중엔 `빨리 먹기'도 있다. 스포츠가 운동 능력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면, 빨리 먹기는 섭취 능력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매년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뉴욕에서 열리는 `네이슨 핫도그 먹기 대회'(Nathan’s Famous Hot Dog-Eating Contest)가 있다. 1972년부터 거의 매년 열리는 나름 전통있는 대회다.
지난 4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 또 신기록이 나왔다. 이 부문 최고 기록 보유자인 36살의 조이 체스넛(Joey Chestnut)이 10분만에 75개를 먹어치우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2년만에 1개 더 늘렸다.
네이슨핫도그먹기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와 핫도그.
핫도그 먹기 기록 행진의 끝은 어디일까? 과연 사람은 얼마나 빨리 핫도그를 먹어치울 수 있을까? 뉴욕 핫도그먹기대회와 같은 10분이 주어질 경우, 사람이 먹어치울 수 있는 핫도그 수는 이론적으로 84개가 한계치라는 이색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량으로 따지면 1분당 최대 832g이다. 이 대회에 쓰이는 핫도그는 중량 100g, 열량은 290칼로리(지방 53%, 탄수화물 31%, 단백질 14%)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하이포인트대의 생리학자 겸 물리치료사인 제임스 스몰리가(James Smoliga)는 15일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생물학보'(Biology Letters)에 발표한 생리학 논문에서 네이선 핫도그 대회의 기록을 토대로 `장 가소성'(gut plasticity) 모델을 이용해 계산한 이론적 한계치를 발표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고도로 훈련받은 핫도그 먹기 선수들의 ‘유효 섭취 속도'(ACR=주어진 시간에 섭취하는 음식량)는 1분당 400g을 넘는다. 이는 대회 초기 우승자의 기록인 1분당 100g의 4배에 이른다. 초기 대회 참가자들은 특별한 연습을 하거나 훈련을 받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당시 이들이 냈던 기록은 일반인들의 최대치로 볼 수 있다.
연도별 핫도그 먹기 대회 우승자의 유효섭취속도(ACR). 둥근점은 10분, 사각점은 12분 경기 때의 기록이다. 실선은 모델링에 기초한 예측치다. 왼쪽 축은 문당 섭취중량, 오른쪽 축은 분당 섭취 개수.
40년새 8배 늘어…장 가소성 영향인 듯
스포츠 기록 경신의 역사를 보면 대개 S자 곡선 형태를 보인다. 처음엔 천천히 기록이 상승하다, 어느 순간부터 기록 경신 속도가 빨라지고, 이윽고 평평한 상태를 유지한다. 스몰리가의 분석 결과, 핫도그 먹기 기록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에 비해 곡선이 더 가팔랐다. 핫도그 먹기 대회 우승자의 기록은 약 40년 사이에 700%가 향상됐다. 반면 다른 많은 스포츠 경기들의 우승 기록은 세계기록이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평균 40% 좋아지는 데 그쳤다. 스몰리가는 "마라톤의 경우 세계기록 보유자의 속도는 일반 마라토너 속도의 2배, 시속 5km 속도로 빠르게 걷는 사람의 5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몰리가는 이런 차이의 원인을 `장 가소성'으로 설명한다. 가소성이란 반복된 훈련 등의 결과로 물체의 성질이 변해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진 않는 것을 말한다. 대회를 치를수록 참가자가 늘어나고 전문적인 훈련법이 등장하면서 먹기 대회 선수들의 소화기관에 놀라운 `장 가소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핫도그 빨리먹기 기록 보유자인 체스넛의 경우 대회에 출전하기 전 3개월간 4~6일에 한 번씩 폭식 연습을 하면서 달리기와 요가를 병행하고 폭식 연습을 마친 뒤에는 며칠 동안 오이, 상추 등 채식으로 몸을 회복시킨다고 한다.
핫도그빨리먹기대회 참가자들의 기록 향상 속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섭취량이 늘어났다.
인간 한계치, 회색곰이 먹는 속도와 비슷
그러나 이 가소성은 사람의 몸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르게 먹는 능력을 높이려면 훈련이 필요하지만, 훈련을 하면 몸이 더 튼튼해지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짧은 시간에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 체스넛은 2005년 대회에선 1분에 핫도그 267g만 먹었지만, 2018년엔 1분에 740g을 먹어치웠다. 이렇게 해서 높아진 가소성은 위를 극도로 팽창시키고 위 근육의 연동 능력, 포만감 등을 떨어뜨린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은 육식동물들이 생태계 내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는 유리하다.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어놓으면 사냥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식이 정례화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스몰리가는 경고했다. 과도한 위장 용량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그만한 음식을 계속 공급해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스몰리가는 “인간을 비롯한 몇몇 영장류는 진화를 거치면서 위장의 크기가 작아졌다”며 “이들은 위장에 쓸 에너지를 뇌 활동에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몰리가는 현재 인간의 핫도그 섭취능력 한계치에 대한 종간 비교 결과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한계치(1분당 832g)는 회색곰(1분당 798g)이 먹는 속도와 비슷하고, 회색늑대(1분당 1119g)보다는 못하다. < 곽노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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