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드킬 통계 분석, 최대 44% 줄어퓨마는 멸종 탈출에 도움

            

코로나19 사태로 내려진 이동제한 명령으로 도로가 한산해지자, 야생동물 찻길사고도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역적 절멸 위기를 겪고 있는 퓨마는 찻길사고로 죽는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때 내려진 이동금지 명령이 미국에서 야생동물 수천만 마리의 목숨을 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도로생태계센터(Road Ecology Cenre)는 최근 펴낸 코로나19로 인한 야생동물 찻길사고 감소보고서에서 대형 야생동물 찻길사고(로드킬) 개체 수가 일부 지역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도로생태계센터는 도로에 다니는 차량이 감소할수록 찻길사고를 당하는 야생동물의 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을 토대로 통계를 분석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내려진 자택 대기 및 이동제한 명령을 기점으로 명령 이전 4주와 이후 4주 동안의 교통량과 동물 찻길사고를 비교한 것이다.

메인 주의 경우, 이동제한 명령이 떨어지자 교통량이 74% 줄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드물어지자, 차량에 치여 죽는 대형 야생동물도 과거의 절반 가까운 수준인 44%나 줄었다.

아이다호 주에서는 교통량이 63% 줄자 찻길사고 폐사 개체 수가 38% 줄었고,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교통량 71% 감소가 찻길사고 폐사 개체 수 21% 감소로 이어졌다. 이 센터는 계절별로 찻길사고 발생 건수가 등락이 있지만, 이번에 분석한 이동제한 명령 즈음의 발생 건수는 과거에도 큰 차이가 없어서, 계절적 영향은 적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의 이동제한 명령 효과를 톡톡히 본 종은 퓨마(mountain lion)였다. 캘리포니아주에 서식하는 퓨마는 지역적 절멸 위기를 겪고 있는데, 주요한 원인이 찻길사고와 서식지 단절이었다. 그동안 퓨마는 약 일주일에 1.5마리꼴로 차량에 치여 죽었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줄어들면서, 찻길사고가 58%나 줄었다. 이동제한 명령 10주 전과 10주 후의 기간을 비교한 수치다.

도로 개발과 인근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이 연구센터의 프레이저 쉴링 교수는 10<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큰 규모의 실험을 해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공한 자연의 실험으로, 차량과 생태계의 관계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찻길사고가 나면 사슴이나 엘크 등 중대형 포유류만 신고되기 때문에, 다람쥐, 고슴도치, 도롱뇽 등 소형 포유류, 파충류는 통계에 안 잡히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는 하루 100만 마리가 찻길사고로 숨진다. 이동제한 명령 이후 지금까지 기간을 생각해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천만 마리의 목숨을 살린 셈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에릭 블롬버그 메인대 교수(생태학)은 코로나19의 효과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대개 도로로 인해 단절되는데, 차량 통행이 줄어들수록 서식지 간의 교류는 더 활발해진다. 개체군이 보다 잘 섞이고, 개체군 사이의 번식이 활발해지면서, 야생동물의 유전적 다양성도 커진다는 게 블롬버그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지역적 절멸 위기에 있는 캘리포니아 퓨마의 경우 차량 통행량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연구가 보여주었다.

하지만 야생동물이 안전한 시절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날 것 같다. 이미 세 개 주의 교통량은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남종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