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의회 보고서, “브렉시트 투표 땐 개입 차단 노력도 없어

러시아 재벌들의 영국내 영향력도 지적러시아는 개입 부정

 

20191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독립 요구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러시아가 2014년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에 개입했다는 영국 의회 보고서가 21일 공개됐다.

 

러시아가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개입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었지만, 영국 정부가 2016년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영국 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ISC)가 정부통신본부(GCHQ) 등 정보기관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맺은 러시아 보고서21일 공개됐다. <BBC> 등을 보면, 정보안보위는 18개월의 조사를 거쳐 작성한 이 보고서를 지난해 1017일 총리실에 전달했고,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며 발표를 미뤄온 영국 정부가 이날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2014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영향을 끼치려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정보들이 있다이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선거 과정에 개입한 첫번째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정보기관 관계자의 발언은 공개용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보고서는 투표 직후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러시아에서 쏟아졌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러시아 국내용으로 간주한 것으로 안다하지만 (정보안보위의 조사 활동 초기인) 201712월에 의혹 제기와 재투표를 요구하는 사이버 공세를 연결짓는 분석이 공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황이 이런데도 영국 정부와 정보기관들은 2016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러시아의 개입을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보안보위는 러시아의 개입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정보국(MI5)에 문의를 했지만, 6줄짜리 답변이 고작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어떤 조직도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정보안보위에서 활동한 스튜어트 호지 전 의원은 정부내 누구도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보고서가 폭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외국 선거 개입 방식으로 국영 국제 방송을 통한 선전 활동,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작, 민감한 정보에 대한 해킹과 폭로, 러시아 정부와 연결된 인물들의 정치인 접촉 등을 꼽았다. 러시아인들의 영국 정치 개입과 관련해 보고서는 영국에 투자한 러시아 재벌들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러시아인들이 영국 재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많은 상원의원들이 러시아와 사업 관계를 맺고 있거나 주요 러시아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보고서 내용이 러시아 혐오에 불과하다며 러시아는 외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BBC>가 전했다. < 신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