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기업해킹 중국인 2명 기소 첨단기술 등 광범위 해킹

중 영사관 직원들 문서소각 목격돼, 영사관 등 보복폐쇄 가능성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 22(현지시각) 새벽 불이 났다는 신고를 듣고 달려온 소방차가 서 있다. 미국 정부가 전날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린 직후, 영사관 직원들이 문서 등을 소각해 건물 밖으로 연기가 나는 모습 등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이 22일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예상을 뛰어넘어 격화하고 있다. 외국 공관 폐쇄는 외교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처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터무니없고 부당한 조처가 철회되지 않으면 반드시 단호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어, -중 관계는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게 됐다.

중국 외교부와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중국 쪽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 폐쇄를 실제 통보한 것은 전날인 21일이다. 미 국무부는 24일 오후 4시까지 72시간 이내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의 모든 활동을 종료하고, 시설을 폐쇄한 뒤 외교 인력도 철수시키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 크로니클> 등은 “21일 저녁 8시께부터 시내 몬트로즈가에 자리한 중국 총영사관 안뜰에서 직원들이 철제 쓰레기통 여러개에 문서를 넣고 태우는 장면이 목격됐다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총영사관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국 주재 외국 외교공관 폐쇄 조처는 일반적으로 해당국이 자국의 주권 등 국익을 심각하고 현저하게 위반한 경우에 이뤄진다. 2017년 러시아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샌프란시스코의 러시아 총영사관과 워싱턴 소재 대사관 부속건물, 뉴욕 영사관 부속건물 등 총 3곳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한마디로 러시아 영사관 폐쇄 때에 준하는 이유 정도가 있어야, 중국 외교공관 폐쇄 조처의 정당성도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는 이날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이유를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미국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가 중국에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요구를 전달한 21, 미 법무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정보를 비롯해 각종 기업정보를 10여년간 해킹해온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21일 갑자기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전격 요구했다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가 입수해 공개한 기소장에는 이들이 중국 국가안전부(MSS)와의 연계 속에 첨단기술 기업과 제약회사, 반체제 인사 등을 겨냥한 광범위한 해킹을 저질러왔다고 적혀 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사 기술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명공학 기업 등의 네트워크 취약성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공소장은 설명했다.

이번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중이 사안마다 건건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석달 만에 코로나19 재확산을 인정하며 일일 브리핑을 재개한 21, “보이지 않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해 다시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트럼프에게 최선의 재선 카드는 중국 때리기라는 점이 예견됐다.

단호한 보복을 예고한 중국이 시행할 조처에 따라 전세계에 미칠 파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1차적 대응으로 후베이성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전망했다. 일부에선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중국이 외세 개입의 원흉으로 꼽았던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쪽이 공관 규모와 외교 인력 면에서 중국을 압도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 외교 인력 규모를 초과하는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 외교 인력에 대한 추방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 소식이 전해지자, -중 갈등이 급격히 증폭될 것이란 우려 속에 국제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역외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641위안에서 7.0019위안으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유럽 증시와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하락세를 보였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정의길 신기섭 기자 >

재선 위기 트럼프, 중국 총영사관 폐쇄 극약 처방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및 해킹을 비난해왔다. 그런데 왜 22(현지시각) 다소 느닷없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라는 외교적 극약 처방까지 발표한 것일까?

첫째,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5%포인트 안팎으로 뒤지고 있다. 당락을 좌우할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도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으로 뒤지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재선이 거의 불가능한 형국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코로나19가 통제됐다며 전방위로 사회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해 왔으나, 최근 들어 미국은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21일 석달 만에 코로나19 관련 언론브리핑을 재개하고는 그것(코로나19)은 아마도, 불행하게도, 더 나아지기 전까지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처음으로 사태 악화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해, 다시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트럼프에게 최선의 재선 카드는 중국 때리기라는 점이 예견됐다.

둘째, 핵심 동맹국들의 중국 때리기 가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이후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동맹국들에게 반중연대 참여를 재촉해왔다. 특히 각국의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의 기술과 장비 사용을 금지하라고 압박했다. 또 트럼프는 올해 자국에서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한국 등도 참가시켜 확대한 뒤 반중연대로 만들려는 구상을 드러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불참을 발표하고, 일본 등이 한국 초청 등 G7 확대에 반대했다.

미국은 G7을 상대로 한 반중연대가 여의치 않자, 서방 영어권 국가들의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로 선회했다. 이미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들은 지난 2018년부터 정보 차원에서는 대중 공조를 가동해왔다. 올해 초까지 오스트레일리아만 화웨이 배제를 결정하는 등 미국이 꾸리려던 반중 글로벌 연대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 6월초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반중연대에 공통분모가 마련된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들은 최근 잇따라 중국을 겨냥한 제재 조처를 내놓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촉구하며, 일찌감치 미국 편에 섰다. 중국은 자국 학생들의 오스트레일리아 유학 금지 및 농축산물 수입 금지로 보복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캐나다와 더불어 홍콩 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최근 홍콩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고, 영국도 20일 이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은 중국에 대한 무기수출금지 조처를 홍콩으로 확대했다. 지난 14일엔 자국 5G 사업에서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존 장비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이 미국의 반중연대에 적극 가담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브렉시트 이후 절실해진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재선을 위한 중국 때리기가 절실했던 트럼프는 파이브 아이즈의 반중 연대까지 가시화되자, 이를 굳히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 외교공관 폐쇄까지 치달은 정황이다. 중국이 단호한 보복을 경고하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 명분이 더욱 쌓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 정의길 기자 >

쓰레기통에 문서 불태워"미 폐쇄요구 중 영사관 영상 공개돼

미국이 중국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폐쇄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중국 영사관 직원들이 문서를 황급히 불태우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중국 영사관 인근의 휴스턴 현지 주민들은 영사관 직원들이 쓰레기통에 문서를 가득 채워 넣고 소각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22일 뉴스위크 등이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서너개의 쓰레기통이 불타고 있으며, 쓰레기통 주변에는 서류 뭉치가 쌓여있다.

'라메쉬'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미국이 영사관 폐쇄를 요구하자 중국인들이 파일과 문서를 불태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영사관의 문서 소각 작업은 21일 저녁부터 22일 새벽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휴스턴 경찰서는 트위터를 통해 "21일 오후 825분께 영사관 경내 야외 마당에서 연기가 관측돼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출동했다"고 밝혔다.

지역방송인 ABC13"오늘 새벽에도 중국 영사관 마당에서 서류가 가득 담긴 쓰레기통이 불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 소방당국과 경찰은 영사관 건물 바깥에 집결해 혹시 모를 화재 상황에 대비했으나 중국 영사관이 경내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샘 페나 휴스턴 소방서장은 "중국 영사관 시설 마당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이지만, 소방대원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지역 매체에 "종이 타는 냄새만 맡을 수 있었다""소방관들이 영사관 건물을 에워싸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전날 "중국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내세워 휴스턴 주재 영사관의 폐쇄를 요구했고,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인 도발로 중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훼손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1979년 중국이 미국에 처음 개설한 영사관이다.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건물 앞에 대기 중인 소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