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보복
미국서 추가대응 등 사태 악화 가능성
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모습.
미국의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결정에 대응해 중국이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미-중이 외교공관 폐쇄까지 주고받으면서, 양국 갈등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성명을 내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설립과 운영 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오전에 주중 미국 대사관 쪽에 통보했다”며 “이와 함께 총영사관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단할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1985년 문을 연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쓰촨성·윈난성·구이저우성과 티베트자치구, 충칭시 등 중국 서남부권을 관할한다.
앞서 미국 국무부가 지난 21일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미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결정하자, 중국 쪽은 강력 반발하며 ‘보복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중국의 결정은 미국 쪽의 무리한 행위에 대한 정당하고 당연한 대응이며,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 외교 관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미 간 현 국면은 중국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며, 모든 책임은 미국한테 있다”며 “미국 쪽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의 요구대로 조만간 미-중 관계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청두 총영사관 폐쇄 이후 미국이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하고 중국이 다시 보복하는 등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22일 미국 내 중국 공관 추가 폐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3일 “시진핑 주석은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며 전세계의 미국 동맹국들과 중국 국민이 중국 공산당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미국과 함께 일하자고 도발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최현준 기자 >
중국 ‘동급 수준’ 폐쇄로 신장·티베트 미 정보망 차단
청두 총영사관 200여명 근무 휴스턴 중 총영사관과 규모 비슷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맞서 중국이 예고한 대로 24일 보복 조처에 나서면서, 미-중 갈등이 쉽사리 수습되지 않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어느 쪽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상황 악화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24일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동등하고 상호주의적인 대응’ 원칙에 따른 조처로 볼 수 있다. 1985년 10월 조지 H. W. 부시 당시 미국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쓰촨·윈난·구이저우성과 티베트자치구·충칭시 등 중국 서남부 권역을 관할한다. 공식 누리집을 보면, 현지 채용인력 150명을 포함해 현재 약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플로리다주까지 미국 남부 8개 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관할하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근무 인력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활한 중국 서부 권역에 대한 미국의 정보망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본토 주재 5개 총영사관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있는 청두 총영사관이 폐쇄되면, 미국은 신장웨이우얼(위구르)과 티베트 관련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미국은 중국의 신장·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를 중국을 제재하는 주요 근거로 삼아왔으며, 중국은 미국의 신장·티베트 정보 수집 거점으로 청두 총영사관을 의심해왔다.
단교 다음으로 엄중한 외교공관 폐쇄를 주고받았음에도,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추가 조처를 취한다면, 중국이 다시 맞받으면서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 <환구시보> 등은 벌써부터 “홍콩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이른바 ‘외교관’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 중앙정보국 요원 추방” 등을 다음 대응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를 재선 전략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미국도 중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 기념도서관에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간첩 행위와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른바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연상시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자유 국가가 죽어가던 중국 경제를 되살렸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자기들을 먹여주던 국제사회의 손을 물어뜯고 있다”며 “자유를 사랑하는 전세계 국가는 좀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중국이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미국은 완벽하게 이를 주도할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러시아·한국 등 포함한 ‘G7 확대’ 반대 (0) | 2020.07.27 |
---|---|
미국 정부, 100% 온라인 수강 ‘신입 유학생’ 비자 불허 (0) | 2020.07.26 |
미, 중국 영사관 문 따고 진입…중국 “필요한 대응할 것” (0) | 2020.07.26 |
미 코로나 400만명 넘자…트럼프 “내달 전당대회 취소” (0) | 2020.07.24 |
1년 만에 법정 선 미쓰비시, 사죄는 없었다 (0) | 2020.07.24 |
재선 위기 트럼프, ‘중국 때리기’ 급가속 (0) | 2020.07.24 |
‘아베 명줄’ 도쿄올림픽 열릴까? 축제 아닌 근심거리 (0) | 2020.07.24 |